홈 > 자료실 > 신요칼럼
신요칼럼
 

방석을 비껴 앉은 처녀

鄭宇東 0 1592
방석을 비껴 앉은 처녀

'꽃중의 꽃 무궁화 꽃'이라는 노래 가사가 있지만 그것은 근래에 와서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고, 꽃 중에 좋은 꽃은 실을 자아 베를 짜서 옷감이 되는 목화꽃입니다.

조선조 21대 영조가 늙어서 상배를 하고, 환갑이 넘은 분이 다시 장가가겠다고 하여 간
택을 하였습니다. 처녀들은 예에 의하여 아버지의 벼슬과 이름을 써 붙인 방석 위에 앉
게 되어 있는데 한 처녀만이 그 방석을 비껴 방바닥에 앉아 있습니다. 까닭을 물으니까,
"아무리 종이일지라도 아비 이름 쓴 것을 어떻게 깔고 앉겠습니까?" 하여 왕은 그 처녀
를 눈여겨보아 두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던지는데,
"꽃 중에 좋은 꽃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니, 모두 모란이니 함박이니 월계니 하고 대답
하는데 그 처녀는 "목화 꽃이올시다." 합니다. 까닭을 물으니,
"그 꽃이 아니면 옷을 무엇으로 만들며 백성이 헐벗습니다." 하였습니다.

"반찬 중에 제일 좋은 반찬은 무엇이냐?" 하고 물으니
"소금이올시다. 모든 반찬의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때마침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이 전각의 기왓골이 몇이겠느냐?" 하였더니 처녀들은 모두 고개를 쳐들어 빗줄기를 세는데
그 처녀만은 다소곳하니 세는 기색이 없기로 물었더니 꼭 알아맞힙니다. 그 사이 빗줄기가
떨어져 패인 자리를 살펴 세었던 것입니다.

이 외에도 그녀의 일화는
제일 넘기 힘든 고개가 무슨 고개냐  물우니까 보릿고개라 하고 
세상에서 제일 깊은 것은 어떻게 잴수도 없는 사람 마음
입궁하여 옷의 칫수를 잴때 상궁이 돌아서 재자하니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네가 돌아와 재라고 당차게 일갈하였다는 일화가 유명합니다.

이리하여 왕비로 뽑힌 처녀가 김 한구의 따님인 정순(貞純)왕후로 숙덕을 높이 찬양 받는 분
입니다. 영조의 다음으로 왕위에 오른 정조가 <花復花 - 꽃 위에 다시 꽃 피는 것>로 제목을
내어 조관들을 시험하였더니 채 제공(蔡濟恭)만이 그것을 맞춰 냈다고 하는데, 그는 뒤에
영의정까지 지냈습니다. 그 시절에도 실용성이 존중되었던 일화이기도 합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