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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삼거리의 전설

鄭宇東 0 1897
천안 삼거리의 전설

천안의 삼거리는 이별의 마당이지만 또 상봉의 마당이기도 합니다.
이 만남과 헤어짐을 씨날줄삼아 짜여진 이제는 눈을 닦아도 볼 수 없는
눈물나게 아름다운 천안 삼거리의 전설을 감동 깊게 읽습니다.

옛날 유봉서라는 선비가 어린딸 능소를 데리고 살고 있었다 합니다.
어느날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고 유봉서는 변방의 군사로 나가게 되었는
데 어린딸을 홀로 놓고 갈 수가 없어서 데리고 가게 되었습니다.
가다가 머문 곳이 천안의 삼거리였고 그곳에 있는 주막에서 하룻밤을 보
냅니다. 전쟁터까지 어린딸을 데리고 갈 수 없었던 아버지는 삼거리 주막
에 능소를 맡겨놓기로 하고 버들가지를 꺾어 땅에 꽂으며, "이 가지가 자
라서 큰 나무가 되어 잎이 무성해지면 너와 내가 다시 만나게 될 터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하며 어린 능소를 달래면서 싸움터로 떠났습니다.
 
그 후 수많은 세월이 지나고 능소는 예쁜 아가씨로 성장합니다. 그때 마
침 전라도에서 한양 과거길에 올랐던 선비 박현수가 천안삼거리를 지나
게 되었고 삼거리 주막에서 능소를 만나게 됩니다. 둘은 첫눈에 반했으며
백년가약을 맺은 뒤 박현수는 과거길에 올랐습니다. 박현수가 과거에 급
제하고 둘은 행복하게 살았지만 능소는 아버지의 소식이 걱정되어 눈물
로 세월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꽂아놓은 지팡이가 큰 나무가 되
어 잎이 무성해지고 박현수는 그곳에 연못을 파고 창포를 심으며 능소를
위로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는데, 그것이 바로 천안삼거리 흥타령입니다.

그 후 아버지는 무사히 돌아오고 셋은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꽂아놓은 버들가지가 퍼져서 천안삼거리에 버드나무가
많이 퍼지게 되었습니다. 능소 이름을 본따 능소버들 혹은 능수버들이라
불리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천안의 상징인 능수버들이 근래에 와
서 꽃가루 공해를 일으킨다는 보건상의 이유로 없어졌지만 최근 다시 되
살리기 캠페인에 들어갔다고 그 귀추가 기대됩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하지만
박선비의 장원급제후의 이야기는 참으로 떳떳하고 아름답습니다.
진관사 말사의 노스님과 지전방 오장석의 도움으로 과거에 발군의 실력
으로 장원급제하니, 고관대작으로부터 좋은 혼처들이 나서나 박현수는
능소와의 가약을 지켜야 한다면서 사양하니 혼사말 낸 쪽이 부끄러웠고,
그의 벼슬길을 도우고 싶었던 선배 대제학도 그의 기개에 감복하여 도리
혀 왕에게 상민 능소와의 결혼을 상주하여 허락까지 받아 주었습니다.

이야기의 끝이 해피엔딩이니 더 좋습니다만 영남선비 박달과 금봉이의
박달재의 사랑같이 아쉬움이 남는 애절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읽은 뒷맛
이 상쾌하여 좋습니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백년가약을 맺어 놓고도 사소
한 일로 인해 쉽게 남남이 되어버리는 사랑에 비하면 신분의 벽을 넘어
한번 약속한 숭고한 사랑의 언약을 변치 않고 책임을 다하고자 한 후세
에도 모범이 될 아름다운 교훈으로 기록되고 혹은 길이 구전되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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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으로 과거(科擧)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과거는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관리를 뽑는 관리등용제도입니다.
중국 수나라 문제때 시작하여 우리나라에서는 958년(고려 광종 9)에
중국 후주(後周)의 귀화인 쌍기(雙冀)의 건의에 의해서 시행되었습니다.
지방에서 1차로 치루는 향시에서 생원(生員)을 배출하고
서울에서 2차로 치루는 경시에서 진사(進士)를 배출하게 되는데
여기서 문무과에 합격하고 벼슬하지 않은 자를 선달(先達)이라고 합니다.
과거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급제라 하며 이들중 殿試에서 등급을 매겨
1등을 장원(壯元), 2등을 방안(榜眼), 3등을 탐화(探花)라 합니다.

시험방식은 논문을 纂述하고, 출전을 외우는 面講 방법인데
옛날의 과거시험장에 등장하는 커닝수법을 보면
오늘날에도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고전적 수법 바로 그대로입니다.
* 차술차작(借述借作) ㅡ 남이 대신 시험지를 써주고
* 수종협책(隨從挾冊) ㅡ 책을 몰래 들여와 시험답안을 작성하고
* 정권분담(呈券紛담) ㅡ 시험답안지를 바꿔서 제출하고
* 혁제공행(赫蹄公行) ㅡ 시험문제를 미리 알아내 답안을 준비하는
따위의 부정행위가 있었지만 더 크고 심각한 부정은 채점상의 비리여서
급기야는 과거제도 자체를 불신하는 풍토가 만연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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