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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둥지위로 날아 간 새

鄭宇東 0 1752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 간 새

뻐꾸기는 둥지가 없고 남의 둥지를 훔쳐 새끼를 키웁니다.
영화 제목을 '한 마리는 뻐꾸기의 둥지 위로 날아갔다'는 인디언의 전래동
화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는데 인디언들도 뻐꾸기 둥지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전래동화의 제목을 그렇게 지었을 것입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뻐꾸기 둥지가 무엇을 의미할까?
Cuckoo는 뻐꾸기라는 뜻도 있지만 정신병자라는 뜻도 있으니 영화내용을
봐서도 정신병원이라는 뜻이지만 뭔가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975년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한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내부의 정신병의 치
료 과정이 드러나면서 전개된 영화입니다.
멕머피라는 사람이 교도소에 있기 싫어 의도적으로 남들 같지 않은 행동을
하여, 정신병원으로 옮겨지면서 병동 내 문제가 끊임없이 생깁니다.

수간호사를 통해 프로그램이 진행되지만, 그 안에서 환자들의 자유로운 역
동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무겁고, 강압적이고, 권위적이고, 압력에 눌려
서로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발언권을 스스로 묵살하는 환자들의 모습이 두
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권위에 억눌린 환자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멕머피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거침없이 행함으로써 병동내 큰문제 사건으
로 부각되지만 환자들의 내면은 부자유속의 자유를 느끼는 희열을 보입니다.

또한 정형화된 틀 안에서 행해지는 일과도 환자들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
아닌 병원측 규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모습으로, 사회적응훈련, 직업재활,
대인관계, 일상생활훈련 등의 전무함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단 약물관리는
그나마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았으나 혀 속에 약을 숨기고, 몰래 뱉어
버리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지금 우리나라 병원의 현실적인 부
분과도 일치합니다. 병원 체제에 불응하는 환자들에게 전기충격, 뇌수술
등을 시행하여 식물인간으로 만들거나, 걸림들이 되는 이들을 바로 숙청
하는 인권유린의 모습도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일탈을 꿈꾸는 환자들에게 현실 불가능한 일이 현실로 나타나는
상황 즉, 병동 내 환자들이 탈출하여 낚시를 하는 장면은 흡사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었고, 이런 환자들의 욕구가 적극 반영되어 프로그램에 적용되
었다면 보다 회복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다양한 치료진
으로 구성되어 운영되는 지금의 정신병원의 모습은 많은 발전을 한 것으
로 보입니다.

정신과 질환으로 인해 가족들과 분리되어 지내면서 자신의 의사는 전혀 받
아들여지지 않은 퇴원에 대한 욕구와, 이성에 대한 관심, 사회적 관계를 스
스로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 함구증으로 답하는 추장은 그 체제에 순응하는
척 자신을 숨긴 채 살아갑니다. 그러다 멕머피의 탈출이 실패하자 자신이 탈
출을 직접 시도하는데 바로 이 추장이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되었다.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것은 가족들의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
니다. 병문안을 오거나, 안부를 묻거나, 전화연락을 하거나, 편지를 보내거
나, 소식을 묻는 이가 없고, 오히려 병원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가족에게
연락하여 퇴원을 못하게 막으려는 수간호사의 모습이 보기 안타까웠습니다.
이는 병원체계에 따를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나약함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현재 많이 개선되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 느낀 점은 다양한 치료진의 협력과,
제도변화, 인식개선을 통해 불합리하고, 부도덕하고 비인간적인 통제되는
공간이 아닌 치료와 재활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으로 전환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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