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자료실 > 신요칼럼
신요칼럼
 

열 매

鄭宇東 0 1174
ㅡ 열      매 ㅡ
                                      오  세  영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 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 핵심정리
▪ 표현
  ① 자연물을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달음
  ② 원과 직선의 대립적 이미지를 통해 시상을 전개
▪ 주제 : 열매를 통해 발견하는 삶의 진실한 모습 (자기 희생적 사랑)

■ 구성
1연 : 세상의 열매들은 모두 둥근 모습임
2연 : 뿌리, 가지와 달리 모가 나지 않은 열매의 모습
3연 : 먹는 존재는 이기적이지만 먹히는 존재는 희생적임
4연 :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고 모가 나지 않음

■ 시어 연구
▪ 모든 ~ 둥글다는 : 둥글고 부드러운 존재야말로 가장 숭고하며 가장 강하다는 의미
▪ 스스로 ~ 열매 : 스스로 희생함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잉태함

■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원형의 이미지를 지닌 열매에서 다른 존재에 대한 사랑과 희생을
발견하고,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부드럽고도 모가 나지 않는다는 깨달음
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1연에서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뒤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에 대한 관찰을 시작
합니다. 나무의 뿌리와 가지는 뻗어나가는 속성 때문에 날카로운 직선의 이
미지를 지니지만, 열매는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알기에 모가 나지 않은 원
형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이러한 사실에서 스스로
먹혀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존재는 곧 생성하는 존재라는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즉, 화자는 열매로 상징되는 자기 희생적 존재의 사랑을 발견하고
있는 것입니다.

■ 시인 오세영(吳世榮)
1942년 전남 영광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하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였습니다.
1968년 박목월(朴木月)에 의해 시 <잠깨는 추상>이 현대문학에 추천되
어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오세영 시인은 절제와 균형의 미덕인 동양적
중용의 의미를 형상화함으로써, 형이상학적이면서도 삶의 체취가 느껴지
는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민족정서와 세계정신의 보편성
이 녹아 있는 작품들이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주요 시집으로는 <반란하는 빛> <가장 어두운 날 저녁> <모순의 흙>
(1985) <무명연시> <불타는 물>(1988) <사랑의 저쪽>(1990) <신의 하
늘에도 어둠은 있다>(1991) <꽃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1992) <어리석
은 헤겔>(1994) <벼랑의 꿈>(1999) <적멸의 불빛>(2001)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 평론집 <한국낭만주의 시 연구>(1981)  <20세기 한국시 연구>
(1987)  <한국현대시의 해방>(1988)  <상상력과 논리>(1991) <문학연구
방법론>(1993) 등이 있고, 산문집 <꽃잎우표>(2000)와 시론집 <시의 길
시인의 길>(2002)이 있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