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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읽습니다

鄭宇東 0 1555
신화를 읽습니다
 

내가 신화를 읽을 때마다 좀 불만인것은 우리에게는 그리스신화 같이 잘 짜여진
체계를 갖춘 아름답고 신기한 풍성한 내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고작 단군신화와
고주몽등의 건국설화와 고동각시와 만파식적등을 손꼽을 정도뿐입니다.
근래에 우리사회에서도 신화붐을 타고 학자들의 연구와 호사가들의 관심속에
전통적인 무속신앙에 무당의 본풀이에는 우리신화의 무궁한 보물을 내장하고
있는 노다지광맥이 묻혀있다는 말을 들어 그 연구결과에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신화는 우리 인류의 最初이며 最古의 철학입니다.
당초 신화에는 우리인류가 처음으로 품었던 원초적 질문인 우주의 형성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해답과 인간이 바르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신화에서 분화하여 떨어져 나간 철학의 시대도 지나 바야흐로 과학의 시대
를 맞아 신화가 발붙일 여지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 사고의 밑
바닥에는 여전히 신화가 그 편린을 번뜩이고 있습니다.
올림포스의 신들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신들은 당대를 살
던 사람들의 보편적인 꿈과 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신에 대한 경건은 그
들의 주의 주장의 경건함이었고, 그 시대 도덕률에 대한 경건함이라 할수 있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흔히 있는 일이지만
신화에는 신들에 대한 경건함을 한결같이 지키는 사람들이 등장하여 신의 사랑을
받고 높이 상승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 상승의 정점에서 갑자기 오만하여 급
전직하 깊이 추락하는 사람도 봅니다.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탔다고 무엄하게
올림포스에 오르려고 했던 벨레르폰의 오만이 그랬고,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신기
로 날개를 만들어 달고 하늘을 비상하던 이카루스의 허영이 그랬고, 니오베의 행
복한 건방은 14자녀를 다 잃고 자신은 불행을 한탄하다가 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만은 영웅들이 잘 걸리는 난치병이었고, 허영과 건방은 인간에게 그렇게 흔한
고질병이었습니다.

20세기의 신화이론을 지은 이반 스트렌스키라는 신화학자는
"신화는 모든 것인 동시에 아무 것도 아니다. 그것은 정말로 진실한 이야기이거나
거짓말일 수도 있고 , 계시이거나 속임수일 수도 있고, 성스러운 것이거나 저속한
것일 수도 있고, 참이거나  허구일 수도 있고, 상징이거나 도구일 수도 있고, 신선
한 원형이거나 진부한 반복형일 수도 있다. 그것은 대단히 구조적이고 논리적인
것이거나 아니면 감정적이고 전논리적인 것일 수도 있고,  전통적이고 원시적인
것이거나  현대의 이데올로기의 일부일 수도 있다. 신화는 신들에 대한 이야기이
지만, 위대한 조상들에 대한 그리고 때로는 어떤 인간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
습니다. 그것이 다루는 영역은 세계창조와 총파업, - - - - 지배종족과 선택된 백성,
새 천년과 영원회귀 등에 폭넓게 걸쳐 있다."고 술회하고 있습니다.

신화에 대한 이러한 혼란은 사실 신화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언입니다.
신화란 단어는 존재할 수 있지만 그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은 너무 많기도 하고
모순적이어서, 신화라는 이름을 가진 어떤 실체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상술한 혼란과 모순에도 불구하고 신화의 매력은 너무 흡인력이 크므로 간단히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은 신화가 없는 이 시대에도 신화라는 환상을 만들어 판
매하는 신화산업이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신화전문학자들의 비판적인
글쓰기와 일반작가들의 신화 아이디어를 응용한 패러디 글쓰기가 현대신화의 문
헌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오늘 날 일반독자로서 우리가 신화를 읽는 일은
옛날의 신이 물러난 우리들의 마음자리에 새로운 신전을 들여 앉히는 일입니다.
이제는 신에 대한 섬김이나 경건 대신에 인간에 대한 섬김과 경건함을 들여 앉
히고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신화는 본래적으로 권선징악을 표방하고 인과응보를
천명하고 있습니다. 신화는 오래 전에 일어났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일들을 말
하며, 신화는 사람들에게 상황이나 관습에 대하여 규범적 모델, 원형적 패턴을
제시해 주는 것들입니다. 또한 신화는 현재의 사회적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목적
으로 사용되는, 과거에 일어났다고 믿어지는 사건들에 관한 성스러운 이야기이며
현재의 의례와 도덕에 동기를 부여하고, 그 방법도 부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옛날처럼 이러한 신화를 읽고 이런 신전을 드나들며 인간에 대한 섬김과
경건을 다짐하고 행하는 것은 우리사회를 정화하고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중요한
운용원리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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