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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칼럼
 

문학의 고향

鄭宇東 0 1996
문학의 고향


* 세계를 이해하는데 문학을 통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가까운 길입니다.
마찬가지로 문학을 이해하자면 문학의 본적지를 여행하는 것이 또 지름길
입니다. 사람에게 태어난 고향이 숙명이듯이 문학에서도 작품이 생산된
곳 또한 그 문학의 고향이고 바탕이고 가능성이고 그리고 또 그 한계가 되
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애독하는 세계문학전집속의 작품들은 거의가 작가의 고향이 무대
가 되어 있으면서 작가의 신변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작가의 어릴
때의추억, 도시에서 보다는 조그마한 시골마을에서의 추억이 세계문학을
키운 토양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세계문학은 향토 문학이었
고, 고향속에 온 세계가 다 있습니다. 그리하여 가장 향토적이고 지역적인
문학이 가장 세계적인 문학으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글
로벌시대에서도 세계화의 전략은 바로 향토화에 달려 있다고 말하여 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세계의 문학지도는 영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에 치우쳐 그려 집니다.
역사의 지난 한때에 세계의 모든 길은 로마로  향하였고
이제 오늘 날은  문학 예술등 문예의 모든 길이 프랑스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들중에서도 중요한 프랑스의 문학지도는 파리에 대부분이 분포되어 있
습니다. 문학과 미술과 음악과 예술의 도시 파리는 미셸 드 몽테뉴,  피에
르 코르네이유, 장자크 루소, 알퐁스 드 마르틴, 스탕달(本名:앙리 벨), 오
노레 드 발자크, 뒤마 페르, 빅토르 위고, 귀스타프 플로베르, 뒤마 피스,
기 드 모파상, 에밀 졸라, 프랑시스 잠, 앙드레 지드, 마르셸 프루스트,
샤를 보들레르,  스테판 말라르메, 폴 발레리등의 위대한 문학가와 그들
의 출생지, 살던 집, 사망지, 기념관, 기념물, 무덤이 있는곳 등등으로 밀
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세계문학의 고향들을 언급하면서
가급적이면 정상급의 대작가들을 망라하여 세계문학의 고봉에 올라  세
계정신의 기운을 호흡하고 그 훈향을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니면 또 우리
들에게 감동을 안겨 준 친숙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의 안톤 슈낙
과 슈베르트가 연가곡을 붙인<보리수> 등의 시인 빌헤름 뮐러도 빠뜨리
고 싶지 않습니다.

*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는 대작 레 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을 써서
우리가 어릴때 주인공의 이름 장 발장을 책이름으로 알고 읽은 책입니다.
픽션소설의 주인공은 실재의 인물인양 장 발장의 발길이 닿는곳은 문학
지도에 실제의 지명으로 지금도 여기 저기에 사실처럼 많이 남아 있습니
다. 위고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1845년이며 나폴레옹3세의 쿠데타
에 반대하여 1851년 영국에 망명하기 전부터였고 소설속의 이 워털루전
쟁을 그리기 위하여 1861년 벨기에의 워털루 현장에서 가서 장장 16년만
에 대미를 장식하였습니다.

영국망명중 건지島와 저지島의 아우트 룩 처소와 애인 쥘리에트가 그의
원고를 일일이 정서하여 주던 오트빌 하우스의 호화 은거처, 미리엘 신부
의 은식기를 훔 치는 디뉴마을, 신부의 교화로 시장이 된 몽트뢰이유 市와
고제트가 물을 긷던 몽페르메이유의 장 발장 우물, 고제트의 애인 공화파
청년 마리우스를 업고 도망치던 그 악명 높은 파리의 하수구, 부녀가 산책
하던 뤽상부르 공원 등등이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1802
년 브장송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1885년에 죽었는데 국장으로 장례를 치
루고 위인들의 묘지인 팡테옹에 묻혔습니다.

*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즈를 썼는데
주인공들이 하루종일 더불린시 전체를 주유하는 탐방기와 옛날의 회상기
입니다. 오코넬다리 위에서 전도사의 선전쪽지를 뿌려 리피강에 흐르듯
현재의 의식과 과거가 의식의 흐름속에 거듭거듭 되풀이되어 펼쳐지는
오딧세이 만큼의 대탐험 입니다. 더불린에서는 1904년의 이 편력의 날
6월 16일을 블룸즈데이로 정하고 조이스의 팬들이 에클리의 벽만 남은
집에 모여 소설의 주인공 블룸이 다닌 길을 따라 순례하는 행사를 벌입
니다. 이날은 조이스가 그의 애인 노라와 첫 데이트를 한 날로 기억-기념
하기 위하여 역부러 그렇게 잡은 날이라 합니다.

소설의 개권 벽두에 나오는 마텔로 타워 (원통형 포탑의 방벽)는 조이스
의 기념비처럼 되어 1962년에 마침내 제임스 조이스 기념관으로 개관되
었고 지금은 제임스 조이스 탑으로 불립니다. 이와 같이 조이스는 더불
린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을 보낸 집이 몇 군데 남아 있지만 그가 율리시
즈의 대부분을 쓴 곳은 이탈리아 동북단의 트리에스테였으며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죽었습니다. 이곳 플륀테른 공동묘지의 무덤에는 지팡이를
든 그의 전신상이 마치 살아 있는듯 조이스가 뜰 한 켠에서 명상을 하고
있는 모습이며 이 기념상을 세운 날 또한 1966년의 6월 16일이었다고 하
니 노라의 사랑의 큰 힘을 보는듯 합니다.

* 셰익스피어는 스트레트퍼드 어폰 에이븐에서 태어나 런던에 진출하여
활동하였습니다. 탄생지에는 기념관이 설립되어 그의 전작품의 초본을
특이하게도 다 소장하고 있으며 작품은 그의 이름을 붙인 런던의 상설극
장에서 상연된다 합니다.
셰익스피어는 세계여행을 많이 했는지 그의 최고의 명작 비극 햄릿은 그
무대를 영국이 아닌 놀웨이에서 펼쳤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쓰면서 그 무
대를 이탈리아의 베로나에 설정했는데 카플레티家 와 몬테키家가 남아
있고, 작품에는 언급도 되지 않은 줄리엣과 로미오가 만났다는 전설의 다
리를 신설하여 명소로 만들어 짭짤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합니다.

* 그리스의 호메루스ㅡ 일리어드의 트로이 전쟁의 서사와와
                            꾀쟁이 오딧세이가 겪는 해양모험의 문학지도입니다.

* 이탈리아의 단테 ㅡㅡ 신곡의 천당과 연옥과 지옥의 배치도를 상세히
                          그렸고, 불체험의 고통과 정화와 복락을 핍진하게 증언
                          했습니다.

* 스페인의 세르반테스 ㅡ 동키호테와 산초 판자의 편력과 모험의 지도입니다.

* 독일의 괴테
독일의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 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프랑크푸르트를 괴테의 도시라고 불러서 그를 기리고 있습
니다. 우리는 의당 먼저 괴테의 명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교양소설의
금자탑 빌헤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와 편력시대를 살펴 보아야 하겠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고 여기서는 독일 본국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우리
나라에서 더 잘 알려져 있는
안톤 슈낙을 간단히 살펴 봅니다. 그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Was traurig
macht)을 써 남겨 비 오는 날의 비올린 소리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처럼
작가가 연고를 두지 못해서 그가 오래 산 칼의 퀑하니 빈집이 그를 찾은 방
문객을 슬프게 하였으나 간호부로 간 한국여인이 살고 있어서 기쁘게 하였
는지 어쨌다나 봅니다. 이러한 사실이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 러시아의 문학지도에서는 우선 모스크바를 보기로 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모스크바에서 빈민구제병원 의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도시적인 환경 속에서 자라났습니다.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호입니다. 16세 때 상트페테르부르크
공병사관학교에 입학했고 졸업한 다음에는 공병국에 근무했으나, 싫증을
느껴 1년 남짓 있다가 퇴직했는데 1849년 봄에 페트라셰프스키 사건에 연
좌되어 다른 서클 회원과 함께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총살 직전
황제의 특사로 징역형으로 감형되어 시베리아로 유형되었습니다.
시베리아의 옴스크 감옥에서 지낸 4년간의 생활은,
그가 인도주의자 ·공상적 혁명가에서 변모하여 슬라브적인 신비주의자 ·
인종사상 (忍從思想)의 제창자로 사상적 변신(變身)을 하게 되는 시기였
습니다. 이후 유럽으로의 여행과 형의 사망등 신변상의 변화를 겪고 그의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존속살해범을 주제로 신과 인간의 문제를 정면
으로 대결시킨 <카라마조프 의 형제들>을 썼는데 그의 생애를 통한 사색
의 집대성이라고 할 만합니다.

* 미국의 문학지도는
영국식민 초창기를 무대를 연 동부 뉴잉글랜드해안지대에 집중분포되어
있습니다.
이 동부해안의 남쪽에서 북상하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무대인
애틀란타와 수도 워싱튼, 미합중국의 모태로 미국독립의 역사가 도처에
서 밟히는 필라델피아, 미국 현대문화의 총합지인 뉴욕, 유명한 미술관,
도서관, 대학이 있는 문화의 도시 보스턴, 초절주의 사상가이며 시인인
에머슨의 거주지 콩코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중에서 콩코드頌을 지은 에머슨이, 월든 숲속의 현인 헨리 데이
비드 소로우와 <주홍글씨>의 나타니엘 호돈과 <작은 아가씨들>의 저
자 올커트 여사와 더불어 활동해 온 콩코드를 紙上으로 나마 문학기행
하기를 좋아합니다. 명성의 크기에 비하여 사실 콩코드는 그리 크지 않
은 한적한 시골마을로 영국군과 콩코드 농민군이 이곳의 노드브리지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여 싸운 것이 독립전쟁의 첫 발발지가 되어 지금은
국립역사공원으로 지정된 옛 싸움터가 남아 있고 당시의 "총탄 구멍의
집" 이 그대로 서 있습니다.

1837년 이 다리에 기념비를 세울 때 에머슨이 헌정한 시가 바로 콩코드
송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잠들어 있고 게으른 우리 영혼을 엄격하
고 준엄한 호통으로 일깨우는, 어려운 이 콩코드의 인류의 한 스승인
에머슨은 자연론등의 빛나는 글을 썼는데 그중에 자시론(自恃論)은 나
스스로에 대한 독립자존과 자긍심을 심어주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
준 명문입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광장의 작가 최인훈이 또 문학의 백화점격인 화두(話頭)를 썼는데
이 작품에는 시 산문 운문 수필 논설등 문학의 제 장르가 다 담겨 있고
일제강점시대, 월남이전의 이북생활, 전쟁-피난시절, 미국생활과 귀국
이후 등등의 시대문제에 대한 고뇌와 해결책을 선가의 공안화두처럼
등장 시키고 있습니다. 내가 어떤 작품을 쓸수 있다면 나도 탈장르의
화두같은 작품을 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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