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자료실 > 신요칼럼
신요칼럼
 

명가곡과 명작시들

鄭宇東 0 2462
명가곡과 명작시들

* 가고파(이은상 시 / 김동진 곡)
  우리민족의 망향과 향수의 절창 명곡 가고파는 노산 이은상선생의 연시조
  가고파 10수에서 스무살때인 1933년 평양 숭실전문학교 문과시절 노산 선생
  의 친구였던 은사 양주동선생에게서 배워 앞 부분의 4수에 먼저 작곡하여
  전편이라하였고, 전편을 작곡한지 40년후인 1973년에 후반의 6수를 마저
  작곡하여 가고파 후편이라 하니 전곡을 연주하려면 무려 15분을 넘겨야 하는
  대곡이 되었습니다.

1.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2. 어린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3.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4. 가서 한데 얼려 옛날 같이 살고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나고저
    그 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5. 물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다름질하고
    물들면 뱃장에 누어 별헤다 잠들었지
    세상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6. 여기 물어보고 저기나 알아 보나
    내 몫엣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 되 안기자 되안겨
7. 처자(處子)들 어미되고 동자(童子)들 아비된 사이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까워라 아까워
8. 일하여 시름없고 단잠들어 죄없은 몸에
    그 바다 물소리를 밤낮에 듣는구나
    벗들아 너희는 복된 자(者)다 부러워라 부러워
9. 옛동무 노젓는 배에 얻어 올라 치를 잡고
    한바다 물을 따라 나명들명 살까이나
    맞잡고 그물을 던지며 노래하자 노래해
10. 거기 아침은 오고 거기 석양은 져도
    찬 얼음 센 바람은 들지 못하는 그 나라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꺼나 깨끗이도 깨끗이


* 고풍의상(조지훈 시 / 윤이상 곡)
  윤이상 작곡가는 음악예술적 미학과 개인적 심미안에 따라   
  지훈 조동탁 시인의 원시에서 몇 구절(괄호 부분)을 빼고 작곡하였습니다.

  시인의 관심은 우리의 의식주생활의 전역에 넓게 두루 미치고 있습니다.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附椽) 끝 풍경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 밤이 두견(杜鵑)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곱아라 고와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빛 호장을 받친 회장저고리)
회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소이다.
(살살이 퍼져나린 고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치마 끝에 곱게 감춘 운혜(雲鞋), 당혜(唐鞋)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古典을 말하는 한마리 胡蝶
호접인 양 사풋이 춤을 추라 아미(蛾眉)를 숙이고.....
나는 이 밤에 옛날에 살아
눈 감고 거문고 줄 골라 보리니
가는 버들인 양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어지이다


* 꽃(김춘수 시 / 이수인 곡)
  이수인 작곡가의 꽃 시노래에는
  꽃 시의 4번째련은 아예 곡을 붙이지 않고 있습니다.

꽃 (김춘수 1922~2004)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註]  옛날에는 마지막 구절은 " 눈짓이=>의미가" 로 되어 있었습니다.
        " 의미가" 로 읽는 것이 나 같은 문외한들에게는 더 직절합니다.


* 그리운 금강산(한상억 시 / 최영섭 곡)

  그리운 금강산의 가사는 처음에 반공을 국시의 제일로 삼던 때에
  반공의 노래로 불려졌기 때문에 시대적 상황이 변함에 따라 남북간에
  화해와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1. 누구의 주재런가 맑고 고운 산
    그리운 만 이천봉 말은 없어도
    이제야 자유만민 옷깃 여미며
    그이름 다시 부를 우리 금강산
    (후  렴)   
    수수만년 아름다운 산 더럽힌지 그 몇해
    오늘에야 찾을 날 왔나 금강산은 부른다
 
2. 비로봉 그 봉우리 짓밟힌 자리
    흰구름 솔바람도 무심히 가나
    발아래 산해만리 보이지 마라
    우리 다 맺힌 원한 풀릴 때까지

3. 기괴한  만물상과 묘한 총석정
    풀마다 바위마다 변함 없는가
    구룡폭 안개비와 명경대 물도
    장안사 자고향도 예대로 인가

(후렴)의 더럽힌지 ㅡㅡ> 못가본지
(2절)의 짓밟힌 자리 ㅡ>예대로 인가
          맺힌 원한 ㅡㅡ> 맺힌 슬픔
으로 바뀌고 (3절)은 불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 수선화(강신욱시 / 이수인곡)
  그런데, 짧은 시에 곡을 붙인 작곡가는 노랫말이 짧아 미진하다 싶으면
  오동일 선생은 올봄도 예이고 보면 에서처럼 자신이 제2절을 지어 넣거나 
  이수인작곡가의 경우에는 강신욱시인의 원시 수선화에다 뒷날 박수진시인
  의 2절을 추가보충하였습니다.

1. 수선화야 수선화야 노란 수선화야
    에코의 사랑도 다 물리치고
    물에 비친 제 모습에 반해버린 미소년
    수선화야 수선화야 노란 수선화야
2. 수선화야 수선화야 고개숙인 수선화야
    님프의 손짓도 못 본체 하고
    제 몸 던진 그 자리에 아름답게 피는 꽃
    수선화야 수선화야 노란 수선화야


* 산노을(유경환 시 / 박판길 곡)
  유경환시인의 원시집 산노을에는
  나무에 가만히 기대 보면으로 시작하는 지금의 2절이 없습니다.
  애창자들의 열화같은 인기에 호응하기 위해 제2절을 첨가하였습니다.

1. 먼 산을 호젓이 바라보면
    누군가 부르네
    산너머 노을에 젖는
    내 눈썹에 잊었던 목소린가
    산울림이 외로이 산 넘고
    행여나 또 들릴 듯한 마음
    아아, 산울림이 내 마음 울리네
    다가오던 봉우리 물러서고
    산 그림자 슬며시 지나가네

2. 나무에 가만히 기대보면
    누군가 숨었네
    언젠가 꿈속에 와서
    내 마음에 던져진 그림잔가
    돌아서며 수줍게 눈감고
    가지에 숨어버린 모습
    아아, 산울림이 그 모습 보듭네
    다가서던 그리움 바람되어
    긴 가지만 어둠에 흔들리네

* 芙蓉山 (박기동 시 / 안성현 곡)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누이를 그리는 국어선생의 시에 마침
그때 죽은 소녀제자를 위하여 음악선생이 작곡한 순수가곡이었으나
남도지방에서 한때 헤어진 빨찌산들이 즐겨 불려진 노래로 알려져
음지에서만 전해져 오는 최승희의 조카 안성현이 작곡한 노래입니다.

1.부용산 오릿길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 사이로 회오리 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봉우리 하늘만이 푸르러 푸르러

(2. 절은 52년만에 원작자에 의해 추가)
    그리움 강이 되어 내 가슴 맴돌아 흐르고
    재를 넘는 석양은 저만치 홀로섰네
    백합일시 그 향기롭던 너의 꿈은 간 데 없고
    돌아서지 못한 채 나 외로이 예 서있으니
    부용산 저 멀리엔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 완화삼(玩花衫)과 나그네
  한시에 차운(次韻)의 시작법이 있듯이
  조지훈이 완화삼을 지어 박목월에게 보내어 주니 그는 나그네로
  화답하는 시를 지어 아름다운 우정을 서로 나누는 걸 보았습니다.

완 화 삼 / 조지훈 / 금수현 
          ㅡ 木 月 에 게 ㅡ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나 그 네 / 박목월 / 김원호
              ㅡ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ㅡ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목월 선생이야기가 나온 김에 췌언이지만 하나 더 보태 적으면
신귀복선생이 동요 물새알 산새알을 작곡하고 작시자인 박목월선생을 찾아
가서 작곡인사를 드렸더니 목월선생도 맞절로 응대하였다 하니 이들 두 시인
과 작곡가 사이의 예의와 공대의 작법이 다른 예술가들의 본이 되는 아름다운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 동일인이 작시, 작곡한 노래에는
  작시자 난에는 본명 또는 아호나 필명을 썼습니다.
  한 송이 흰 백합화 / 김호 시 / 김성태 곡
  뱃 노래 / 석호 시 / 조두남 곡
  사우월 / 향파 시 / 구두회 곡
  네일 클로버 / 김순애 시 / 김순애 곡
  내 맘의 강물 / 이수인 시 / 이수인 곡

* 동일시에 곡이 다른 곡
  봄이 오면 / 김동환 시 / 김동진 곡
  봄이 오면 / 김동환 시 / 이흥렬 곡
 
* 시와 곡이 다른데 동일 제목이라 혼동하기 쉬운 곡
  떠나가는 배 / 양중해 시 / 변훈 곡
  떠나가는 배 / 박용철 시 / 김달성, 유신 곡

* 작곡자나 작시자가 바뀐 곡이 있습니다.
  노      을(이동진 시 / 최현규 곡 <ㅡ 안호철)
  바우고개(이서향 시 <ㅡ 이흥렬 시 / 이흥렬 곡)
  떠나가는 배(양중해 시<ㅡ 양명문 시 / 변훈 곡)
 

* 원시를 첨삭변경 개사하여 작곡한 것
  시인과 작곡가는 타협하여 시를 쓰고 곡을 붙이는게 통상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 악보에다 원시를 병기하는 것으로 서로 양해할 수 있습
  니다. 충주의 정태준 작곡가의 秋心 악보집에서 이런 실례를 보았습니다.

* 노래를 예술의 학술적 목적으로 발표를 하는 때가 아니라면
  관객도 다같이 즐길수 있도록, 외국곡을 가창할때는 우리말의 가사로도
  함께 불러 주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말 가사는 우리 말법에 맞게 정확하게 連音(liaison)하여 발음
  하도록 모범을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고향의 노래에서 북녘을 날아간다 => 북녀글이 아니고 북녀클로
  진달래 꽃을 => 진달래 꼬슬이 아니고  진달래 꼬츨로 발음하는 등)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