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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화기도(一團和氣圖)

鄭宇東 0 1686
일단화기도(一團和氣圖)

보기에 참으로 요즘의 시사만화만큼 유니크한 그림입니다.
명나라의 황제 헌종 朱見深(1447~1487)이 즉위하면서 그의 정치적 이상
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동진시대 불가의 혜원, 유가의 도연명, 도가의
육수정이 어깨동무를 하여 하나의 지구모양 공구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근원이 다른 이질사상이나 이질세력이 서로 합세하여 유기체적 가이야세
계를 이룰 수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동양화 특히
중국에서의 동양화라면 수묵문인화나 진경산수화나 인물초상화가 주류를
이루는데 이 그림은 치국이념의 이상도를 그린 특이한 정치교양화입니다.

이 그림에 세 사람이 등장하는데
하루는 혜원스님이 사는 여산에 도잠과 육도사가 놀러와 담소하다가 셋이
는 도에 대하여 의기가 서로 투합하여 유쾌한 김에, 평소 혜원스님은 찾아
온 손님을 배웅하되 호계를 건너 속세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법인데 그날
은 그만 호계를 건너고 말았습니다. 자잘한 법습에 매이지 않는 그들인지
라 이를 알고도 세 사람은 호쾌하게 웃었습니다. 이것이 세 사람이 서로
합심하여 이룬 조화의 경지인 호계삼소(虎溪三笑)의 유래입니다.

헌종 주견심은 즉위 초에
백성과 신하를 단결시키고 아울러 황실을 굳건히 하려고 의도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제발문에 적기를 "아아 ! 세상 사람들
이 태어나면 똑같이 하늘을 이고 땅을 밟으면서 조화의 기를 품고 부여받
는데 어찌 서로 다르다고 하는가. 오직 지식만을 연마하여 사사롭게 사용
하고 몸을 경계로 하여 시기한다. 위대하다. 현인들이여. 멀리 높게 보고
말하는 것이 품위가 있으니 아래로 굽어 보아도 부끄러움이 없구나."

"세 사람이 합하여 하나가 되어 둘 아닌 한 마음에 이르렀고, 서로의 옳고
그름을 잊어버리며 하나의 조화로운 기운을 왕성하게 하였다. 조화가 조
화를 불러 그 부류를 밝고 어질게 하니 이것으로 일을 같이 하면 일이 반
드시 이루어지고, 이것으로써 힘을 쏟으면 공적이 반드시 쌓여진다. (그
러나 지금은) 어찌 이러한 사람이 없어 나를 도와 정치를 왕성하게 할 수
없는가?"고 술회하였는데 호계삼소의 동지적 합일은 이러한 포부에 잘
부합되는 소재로 생각됩니다.

<일단화기도>는 표현 방식에서도 흥미롭습니다.
먼저 하나의 원형속에 세 인물을 정성스레 그려넣는데 종국에는 세 얼굴
이 하나의 새로운 얼굴로 변해 있습니다. 어찌보면 현대의 입체파의 조형
양식 같습니다. 이 그림의 기법은 헌종이 독창적으로 창안한 것이 아니고
이미 중국 먼 고대에서부터 친숙한 전통기법으로 대표적인 것으로는 商
나라 때의 청동기에 새겨진 도철문(饕餮文)을 들수 있습니다. 도철은 딴
짐승을 잡아먹지만 자기 몸도 먹어치우는 상상의 무서운 괴수로 적을 위
압하면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정복사회의 상징이 되는 조형입니다.

끝으로 이 일단화기도에는 모든 것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고, 일상의 악귀
를 제거하여 안녕을 바라는 작품의 내용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누구나나
바라는 바 당시의 풍습을 경계하고 게으른 신하들에게 독려하는 헌종의
국력의 흥왕을 염원하는 우국충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헌종은 점차
로 즉위시의 초심을 잃고 방술과 방사를 좋아하고, 19세나 연상의 만귀비
에 빠져 매관매직, 토지탈취등 수많은 실정을 저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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