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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字文과 그 異本들

鄭宇東 0 2568
千字文과 그 異本들

천자문은 ‘天地玄黃’(천지현황)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유명하지만 이것
이 지금 흔히 쓰는 글자들이 아닌 글자들을 쓴 것도 많고 지나(China)의
문물과 고사들을 인용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아 그래
서 여러분들이 새로운 천자문을 만들려고 시도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천자문에는 대동천자문, 근역천자문, 해동천자문, 한국사
천자문, 개몽자학 2천자(開蒙字學二千字 : 배극소(裵克紹) 저) 등이 눈에
띄는데, 어떤 것은 글자가 중복되고, 2천자인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천자문에는 모든 한자가 없고 사용 한자가 제한적이어서 팬그램
(Pangram)이 아닙니다. 일본의 이로와唄는 그야말로 좋은 팬그램의 예입
니다. 그래서, 비록 천자문은 한문을 공부하려면 언젠가 한 번은 익혀야
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사자소학이나 동몽선습, 격몽요결 같은
책들이 더 좋습니다.

천자문(千字文)은 중국 남조 양(502~549)의 주흥사가 양 무제의 명을 받
아 지은 책으로, 모두 다른 글자 1000자로 1구 4자의 사언 고시 250구로
되어 있습니다. 동진 왕희지의 필적에서 해당되는 글자를 모았다고 하는데,
더 오래전에 중국 위나라 종요의 필적을 모은 것이라는 설도 있고 천자문
을 종요가 손수 만들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천지현황(天地玄黃)'으로 시작
해서 '언재호야(焉哉乎也)'의 어조사로 끝나는데, 자연 현상부터 인륜 도덕
에 이르는 넓은 범위의 글귀를 수록하여 한문의 입문서로 널리 쓰였습니다.
전설에는 주흥사가 무제의 명에 따라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야 했으나
마지막 4자를 짓지 못하여 고심하고 있는데, 홀연히 귀신이 나타나서 어조
사 언재호야의 마무리를 알려주었으며, 완성한 후에 보니 머리털이 하얗게
세었다고 하여 "백수문(白首文)"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천자문은 당나라부터 빠르게 보급되어 여러 판본이 만들어졌는데, 가장 유
명한 것은 왕희지의 7대손 왕지영이 진서와 초서의 두 서체로 만든 <진초
천자본 : 眞草千字本>으로 1109년에 새긴 석각이 남아 있으며 둔황에서
발견된 문서에 그 필사본이 많다고 합니다. 송나라부터는 완전히 정착되어
<續천자문>을 만들기도 하고 <서고천자문 : 敍古千字文>과 같이 전혀 다
른 글자를 이용한 새로운 천자문이 생기기도 했으며, 천자문의 순서를 이용
해 문서 번호를 붙이는 풍습도 생겼습니다.

일설에는 일본의 사서 일본서기에는 285년 백제의 왕인(王仁)이 <논어>
10권과 함께 <천자문> 1권을 일본에 전했다는 기록이 있으므로 백제에
는 이보다 훨씬 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측하기도 하지만, 이 시기는 천자문
의 성립 이전이므로 단순한 전설이라는 것, 일부의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고 보는 것, 혹은 또 다른 천자문이라고 하는 것 등의 논란이 있습니다.
한편, 신라에는 법흥왕 8년(521년)에 중국 남조 양의 승려 원표가 사신
으로 오면서 많은 불경과 <천자문>을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천자문은 한문의 입문서로써 줄곧 중용되어 여러가지 판본이 존재했고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자마다 그 새김과 소리를 넣어 석음(釋音)을 붙여
간행되었는데, 그 가운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은 조선 선조 8년
(1575년)에 광주에서 간행된 광주판 천자문이며, 현재 일본 동경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한국에 가장 널리 보급된 것은 조선 선조 16년(1583년) 어명에 의해
명필 한호가 쓴 <석봉천자문(石峯千字文)>으로 여러차례 중간되어 왔
는데, 현존하는 여러 판본중에서 경북 영주의 박찬성(朴贊成) 소장본과
일본 나이카쿠 문고(內閣文庫) 소장본이 원간본 혹은 이것에 가까운 판
본으로 추정됩니다.

천자문에는 긴 세월을 지나 여러 곳에 퍼지면서 여러 이본이 생겼습니다.
주흥사뿐만 아니라 중국 위나라 종요도 <천자문>을 남겼습니다.
주흥사(周興嗣)의 책은 “天地玄黃 宇宙洪荒” 으로 시작하나,
종요(鍾繇)의 천자문은 “二儀日月 雨露嚴霜” 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 周興嗣의 千字文原文 <<

天地玄黃 宇宙洪荒 日月盈昃 辰宿列張 寒來暑往 秋收冬藏 閏餘成歲 律呂調陽
천지현황 우주홍황 일월영측 진숙열장 한래서왕 추수동장 윤여성세 율려조양

雲騰致雨 露結爲霜 金生麗水 玉出崑岡 劍號巨闕 珠稱夜光 果珍李柰 菜重芥薑
운등치우 노결위상 금생여수 옥출곤강 검호거궐 주칭야광 과진이내 채중개강

海鹹河淡 鱗潛羽翔 龍師火帝 鳥官人皇 始制文字 乃服衣裳 推位讓國 有虞陶唐
해함하담 인잠우상 용사화제 조관인황 시제문자 내복의상 추위양국 유우도당

弔民伐罪 周發殷湯 坐朝問道 垂拱平章 愛育黎首 臣伏戎羌 遐邇壹體 率賓歸王
조민벌죄 주발은탕 좌조문도 수공평장 애육여수 신복융강 하이일체 솔빈귀왕

鳴鳳在樹 白駒食場 化被草木 賴及萬方 蓋此身髮 四大五常 恭惟鞠養 豈敢毁傷
명봉재수 백구식장 화피초목 뇌급만방 개차신발 사대오상 공유국양 기감훼상

女慕貞烈 男效才良 知過必改 得能莫忘 罔談彼短 靡恃己長 信使可覆 器欲難量
여모정열 남효재량 지과필개 득능막망 망담피단 미시기장 신사가복 기욕난량

墨悲絲染 詩讚羔羊 景行維賢 克念作聖 德建名立 形端表正 空谷傳聲 虛堂習聽
묵비사염 시찬고양 경행유현 극념작성 덕건명립 형단표정 공곡전성 허당습청

禍因惡積 福緣善慶 尺璧非寶 寸陰是競 資父事君 曰嚴與敬 孝當竭力 忠則盡命
화인악적 복연선경 척벽비보 촌음시경 자부사군 왈엄여경 효당갈력 충즉진명

臨深履薄 夙興溫凊 似蘭斯馨 如松之盛 川流不息 淵澄取暎 容止若思 言辭安定
임심리박 숙흥온청 사난사형 여송지성 천류불식 연징취영 용지약사 언사안정

篤初誠美 愼終宜令 榮業所基 籍甚無竟 學優登仕 攝職從政 存以甘棠 去而益詠
독초성미 신종의령 영업소기 적심무경 학우등사 섭직종정 존이감당 거이익영

樂殊貴賤 禮別尊卑 上和下睦 夫唱婦隨 外受傅訓 入奉母儀 諸姑伯叔 猶子比兒
악수귀천 예별존비 상화하목 부창부수 외수부훈 입봉모의 제고백숙 유자비아

孔懷兄弟 同氣連枝 交友投分 切磨箴規 仁慈隱惻 造次弗離 節義廉退 顚沛匪虧
공회형제 동기연지 교우투분 절마잠규 인자은측 조차불리 절의염퇴 전패비휴

性靜情逸 心動神疲 守眞志滿 逐物意移 堅持雅操 好爵自縻 都邑華夏 東西二京
성정정일 심동신피 수진지만 축물의이 견지아조 호작자미 도읍화하 동서이경

背邙面洛 浮渭據涇 宮殿盤鬱 樓觀飛驚 圖寫禽獸 畵綵仙靈 丙舍傍啓 甲帳對楹
배망면낙 부위거경 궁전반울 누관비경 도사금수 화채선령 병사방계 갑장대영

肆筵設席 鼓瑟吹笙 陞階納陛 弁轉疑星 右通廣內 左達承明 旣集墳典 亦聚群英
사연설석 고슬취생 승계납폐 변전의성 우통광내 좌달승명 기집분전 역취군영

杜藁鍾隸 漆書壁經 府羅將相 路俠槐卿 戶封八縣 家給千兵 高冠陪輦 驅轂振纓
두고종례 칠서벽경 부라장상 노협괴경 호봉팔현 가급천병 고관배련 구곡진영

世祿侈富 車駕肥輕 策功茂實 勒碑刻銘 磻溪伊尹 佐時阿衡 奄宅曲阜 微旦孰營
세록치부 거가비경 책공무실 늑비각명 반계이윤 좌시아형 엄택곡부 미단숙영

桓公匡合 濟弱扶傾 綺回漢惠 說感武丁 俊乂密勿 多士寔寧 晋楚更覇 趙魏困橫
환공광합 제약부경 기회한혜 열감무정 준예밀물 다사식녕 진초갱패 조위곤횡

假途滅虢 踐土會盟 何遵約法 韓弊煩刑 起翦頗牧 用軍最精 宣威沙漠 馳譽丹靑
가도멸괵 천토회맹 하준약법 한폐번형 기전파목 용군최정 선위사막 치예단청

九州禹跡 百郡秦幷 嶽宗恒岱 禪主云亭 雁門紫塞 鷄田赤城 昆池碣石 鉅野洞庭
구주우적 백군진병 악종항대 선주운정 안문자새 계전적성 곤지갈석 거야동정

曠遠綿邈 巖峀杳冥 治本於農 務玆稼穡 俶載南畝 我藝黍稷 稅熟貢新 勸賞黜陟
광원면막 암수묘명 치본어농 무자가색 숙재남묘 아예서직 세숙공신 권상출척

孟軻敦素 史魚秉直 庶幾中庸 勞謙謹勅 聆音察理 鑑貌辨色 貽厥嘉猷 勉其祗植
맹가돈소 사어병직 서기중용 노겸근칙 영음찰리 감모변색 이궐가유 면기지식

省躬譏誡 寵增抗極 殆辱近恥 林皐幸卽 兩疏見機 解組誰逼 索居閑處 沈默寂寥
생궁기계 총증항극 태욕근치 임고행즉 양소견기 해조수핍 삭거한처 침묵적요

求古尋論 散慮逍遙 欣奏累遣 慼謝歡招 渠荷的歷 園莽抽條 枇杷晩翠 梧桐早凋
구고심론 산려소요 흔주누견 척사환초 거하적력 원망추조 비파만취 오동조조

陳根委翳 落葉飄颻 遊鵾獨運 凌摩絳霄 耽讀翫市 寓目囊箱 易輶攸畏 屬耳垣牆
진근위예 낙엽표요 유곤독운 능마강소 탐독완시 우목낭상 이유유외 속이원장

具膳飱飯 適口充腸 飽飫烹宰 饑厭糟糠 親戚故舊 老少異糧 妾御績紡 侍巾帷房
구선손반 적구충장 포어팽재 기염조강 친척고구 노소이량 첩어적방 시건유방

紈扇圓潔 銀燭煒煌 晝眠夕寐 藍筍象床 絃歌酒讌 接杯擧觴 矯手頓足 悅豫且康
환선원결 은촉위황 주면석매 남순상상 현가주연 접배거상 교수돈족 열예차강

嫡後嗣續 祭祀蒸嘗 稽顙再拜 悚懼恐惶 牋牒簡要 顧答審詳 骸垢想浴 執熱願凉
적후사속 제사증상 계상재배 송구공황 전첩간요 고답심상 해구상욕 집열원량

驢騾犢特 駭躍超驤 誅斬賊盜 捕獲叛亡 布射僚丸 嵇琴阮嘯 恬筆倫紙 鈞巧任釣
여라독특 해약초양 주참적도 포획반망 포사료환 혜금완소 염필륜지 균교임조

釋紛利俗 竝皆佳妙 毛施淑姿 工嚬姸笑 年矢每催 曦暉朗耀 璇璣懸斡 晦魄環照
석분리속 병개가묘 모시숙자 공빈연소 연시매최 희휘낭요 선기현알 회백환조

指薪修祐 永綏吉邵 矩步引領 俯仰廊廟 束帶矜莊 徘徊瞻眺 孤陋寡聞 愚蒙等誚
지신수우 영수길소 구보인령 부앙낭묘 속대긍장 배회첨조 고루과문 우몽등초

謂語助者 焉哉乎也
위어조자 언재호야

>> 續千字文 <<
      陽里[讓里] 田公 諱錫雨 著
01. 混沌肇判 浩茫失涯 / 혼돈조판 호망실애
      어두운 세상이 비로소 밝아지니 넓고 아득하여 갓이 없도다.
02. 穹司健剛 陸專厚柔 / 궁사건강 육전후유
      하늘은 건장함을 맡고 육지는 두텁고 연함을 오로지 한다.
03. 桑旭告曙 桂輪揚輝 / 상욱고서 계륜양휘
      해돋는 곳에서 새벽을 고하고 계수나무에 달 둘레가 빛나더라.
04. 陷濕溝瀆 聳峙峰巒 / 함습구독 용치봉만
      함정과 젖는 도랑이요 높이 솟아서 봉우리가 된다.
05. 震兌离坎 乾坤艮巽 / 진태리감 건곤간손  - - - - - - - - - -
      동쪽과 서쪽과 남쪽 북쪽이요 서북간과 서남간과 동북간과 동남간이라.


>> 우리나라의 千字文 異本들 <<

대동천자문 : 한자학습을 겸한 우리의 역사·문화를 기술한 내용으로
        광복직후 1948년 우국지사 念齊 김균(1888~1979) 이 지었습니다.
        天地覆載, 日月照懸 / 人參兩間, 父乾母坤 / 慈愛宜篤, 孝奉必勤
        兄弟同胎, 夫婦合歡 / 委質爲臣, 事君如親  - - - - - - - - - - - - - -

한국사천자문 : 젊은 학인 한정주씨가 각기 다른 한자 1000자로써 고조선
        에서 남북분단까지 우리의 신화와 역사, 고전과 인물들을 소재로
        한국사를 통사적으로 송창한 서사시입니다.
        桓雄降壇, 檀君弘益 / 扶嘉魯奚, 屹余索那 / 八個禁法, 訓要十條
        夫餘殉葬, 沃沮骨槨 / 祭儀迎盟, 濊舞季節    - - - - - - - - - - - - - -

이 밖에도 세계사천자문, 주역으로 푸는 천자문이 있고
또 1. 南景根의 續千字  2. 無名氏의 詠史千字文,  3. 李祥奎의 歷代千字文
등이 저술되었으나, 이 또한 중국의 역사와 인물을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천자문" 교육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것은 조선조말 다산 정약용의 주체적
자각을 시작으로해서 일제 식민지년간에 걸쳐 활발하게 진행되었는데,
그 결과로  1. 조선말 1885년 윤희구의 千字東史,  2. 일제시대 작자 미상의
朝鮮歷史千字文, 그리고 위에 소개한 김균의 大東千字文이 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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