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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는 지하철 노선도

鄭宇東 0 2216
거짓말을 하는 지하철 노선도

우리가 목적지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면 지하철 노선도를 유심히 볼 것
입니다. 어디서 갈아타고, 어디서 내려야 할지를 알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누구라도 정확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간편하게 만들어진 이 지하철
노선도가 거짓말투성이라면 믿을 수 있겠습니가?
지하철 노선도에 그려진 노선은 실제로 지하철이 다니는 길과 아주 다릅니다.
길의 모양과 역 구간 간의 거리가 왜곡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승객에
게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지금 내리거나 계속 타고 가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으므로 사실 수많은 지리 정보는 불필요합이다. 지도 제
작자의 입장에서도 불편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환승 지점은 여러 노선이 복
잡하게 얽혀 있어 역명을 적기도 어렵고, 노선이 하나만 지나는 외곽 지역은
텅 비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1927년 런던 지하철 노선도는
F. H. 스팅모어가 디자인한 1927년의 런던 지하철 노선도입니다. 호수와 숲
과 같은 지형·지물에 근거하여 지하철 역의 실제 위치와 역 간의 거리를 정확
하게 보여 주지만 매우 산만해 보입니다.
1933년 런던 지하철 노선도는
해리 벡이 제작한 1933년의 런던 지하철 노선도입니다. 실제 방향과 위치
등을 무시하고 역 간의 관계를 단순화하여 기하학적으로 디자인하였습니다.
역과 환승역 등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강하게 표현하고, 그 밖의 불필요한
정보를 과감하게 생략하였습니다.
 지하철 노선도는 승객이 직접 운전을 하거나, 걸어서 가는 길이 아니라 승객
을 태운 지하철이 다니는 길을 표시한 것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길의 모양이
나 실제 거리보다는 목적지에 가기 위해 몇 호선을 타고, 몇 정거장을 지나
서 어느 역에서 내려야 하는지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
합니다.

그렇다면 생략과 왜곡이 지나친 지하철 노선도를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영국 런던에 살았던 전기 기술자 해리 벡이었습니다.
그는 직업과 관련 깊은 전기회로도에서 영감을 얻어 런던의 복잡한 지하철
노선도를 보기 좋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벡이 지하철 노선도를 만들었던
당시에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이 표현한 방식으
로 만든 지도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척 놀랄지도 모릅니다.
지도는 목적에 따라 보는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하지 않은 정보는 없애거나 실제와 다르게
그릴 수 있습니다. 때로는 많은 정보보다 목적에 맞는 정보를 담고 있는
지도가 더 유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틀릴 때가 있습니다.
돌발사태로 순서를 가릴것도 없이 요절한 친구의 갑작스런 부음소식
군사훈련의 제식동작 에서 "뒤로 돌아"에서 느끼는 선후전도의 당혹감
햄맅이 "호레이쇼여! 세상에는 네가 생각지도 못할 많은 사안이 있다" 고
일깨워 주는 대목에서의 온갖 세상사를 처리하는 어려움
장성하여 어릴적에 뛰놀던 넓은 학교운동장이 손바닥처럼 좁아지고 키 큰
나무들도 난쟁이처럼 땅에 붙박혀 짝달막하게 자라는 모습이 답답합니다.
세계지도 또한 그런것들 중의 하나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일반적으로 세계지도를 그리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존재합니다.
지금 우리가 세계지도라고 알고 있는 건 수많은 투영법중의 하나인
메르카토르 투영법으로 그린 지도입니다. 네덜란드 지도학자 메르카토르
라는 사람이 1595년에 고안한 투영법인데, 이 지도를 사용하면 출발점과
목적지를 직선으로 연결해서 가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실제의
여행은 유클리트의 평면기하학에서가 아니고 비유클리트의 구면세계에서
행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그린 세계지도의 문제점이 있는데,
적도부근은 거의 정확하게 투영되지만, 고위도로 갈수록 간격이 실제보다
확대되면서 면적이나 형상이 크게 왜곡된다는 것입니다. 즉, 미국을 포함
한 북아메리카, 유럽 등은 크게(자세하게) 표현되는 반면, 흔히 제3세계라
고 표현하는 중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은 작게(대충) 표현됩니다.

백악관을 그린 드라마  어느 에피소드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그린란드와 아프리카는 거의 같은 크기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프리카가 14배나 더 큽니다.
유럽대륙이 남미대륙보다 더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남미가 2배나 큽니다.
알래스카는 멕시코보다 3배나 더 커보이지만 실제로는 멕시코가 큽니다.
유럽의 중심처럼 보이는 독일이 실제로는 북쪽 구석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1970년대에 들어 독일의 역사학자 아르노 페터스가 이러한 메르카토르 도
법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른바 지도전쟁을 촉발시켰습니다.
페터스는 메르카토르 도법에 의한 지도의 왜곡이 유럽을 중심으로한 선진
제국들의 오만함을 조장하고, 제3세계 개발도상국을 지도상에서 뿐만 아니
라 정치적으로도 올바르게 이해하기 힘들도록 만들었다고 성토했습니다.
결코 객관적일 수 없는 지도제작의 한계속에서 지도제작자 및 학자들의 정
치적 입장과 이데올로기적 성향에 따라 지도가 제작되고 있다는 것이 페터
스 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실제 면적을 기준으로 작성한 페테스 도법에 의하
면,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유럽의 면적입니다. 실제면적을 기준한 윗 지도
에서 유럽은 형편없이 초라하게 작아진 원래 그 모습을 보여줍니다. 메카토
르 도법에서는 유럽이 과대하게 크게 나타나지만 페테스 도법에서 실제 면
적을 기준하면 원래의 좁은 땅으로 제대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알제리, 리비
아, 사우디, 러시아의 크기는 미국, 중국, 호주, 브라질에 비해 과히 넓은 것
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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