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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腹稿)와 복서(腹書)

鄭宇東 0 1471
복고(腹稿)와 복서(腹書)

어떤 시대에나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 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중에는 기림을 받는 천재나 수재와 조금은 비아냥을 받는 기인도 있었
습니다. 조금 아는 것으로 곡학아세하는 소인배도 많이 있었습니다.
재주가 많아서 달변이거나 뛰어난 문장을 짓는 사람을 두고 뱃속에다
완성된 원고를 가졌다하여 腹稿라 하고, 또 많은 서책을 박람강기하여 지식
과 교양을 두루 갖추고 있는 사람을 腹書라고 합니다.

당나라의 천재시인 왕발은 여섯살때부터 뛰어난 시문을 짓기 시작하여
아무리 술취했을때 글을 쓰도 고칠데가 없다해서 뱃속에 완성된 원고가 들
어 있다는 뜻의 腹稿라는 별명을 붙여 부를정도였는데 그만 요절하였습니다.
그리고 학륭(학隆이라는 사람은, 그 당시의 풍속에 七月七夕이면 책에 바람
을 씌우고 볕에 말렸는데, 학륭이 누워서 배를 햇볕에 내놓자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이 묻자 그는 뱃속에 가득 찬 서책(학문:腹書)을 말리는 중이라 하였
습니다(曬書). 이런 사연으로 복고와 복서란 말이 쓰여지기 시작하였습니다.

晉나라 손초(孫楚)라는 재사는 재야시절 친구 왕제(王濟)에게 잠깐 실수하여
흐르는 물에 양치하고 돌을 베개 삼아 사는 수류침석(漱流枕石)이라 말할것
을,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삼아 사는 수석침류(漱石枕流)를 하고
싶다 하였습니다. 친구가 이상하게 여기고 묻자 실수한 것을 알았지만 한번
뱉은 말을 거두기에는 자존심이 상해서 억지로 궤변으로 합리화하였습니다.
세상에서 들은 나쁜 소식을랑 흐르는 물에 귀를 씼어 맑히고, 누래진 이빨은
돌로 닦아 튼튼히 하겠다고 버티었습니다. 일본의 유명작가 나쓰메 소세키
(夏目漱石)는 이러한 고사에서 그 이름을 따올 만큼 오만한 文士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봇짱, 나는 고양이이로소이다, 마음>등의 작품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관포지교로 널리 알려져 있는
管仲은 포숙아의 추천으로 제나라 환공을 섬기어 패업을 도왔습니다. 고죽
군을 정벌하는 싸움터에서 길을 잃어 늙은 말을 풀어 놓아 그 말을 따라가
길을 찾아 냈으며, 계속하여 산을 넘다가 물이 없어 목이 마르자 습붕의 말
대로 개미집을 파서 물을 얻고 해갈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재사와 경험자도
모르는 사실을 늙은 말과 미물인 개미에게서 배우거늘, 미숙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이 옛 성현들이 밝혀놓은 길을 되도록 실천궁행하여야 하겠습니다.

허다힌 사실의 기억과 모범적인 교훈의 실천에 있어서
특히 우리가 하는 말과 글에는 주술적이고 신비한 큰 힘이 있습니다.
성경에는 하느님이 말로서 세상만물을 창조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신앙인의 간구와 기도가 이루어지는 것도 이 말의 창조력과 반복성 때문입니
다. 연한 물방울이 단단한 돌을 뚫어냄은 힘보다 그 반복성에 있습니다.
여러 종교의 주문과 진언의 효험이 나타나는 것은 신비한 주술력 때문입니다.
항간에 널리 쓰이고 있는 "입살이 보살이다" 라는 우리속담은
항상 선한 생각으로 복을 짓고, 입조심을 하여 화를 자초하지 말란 경고입니다.
늘 진취적이고 생산적인 말을 쓰고, 퇴영적이고 파괴적인 말을 삼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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