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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익명성과 네티케트

鄭宇東 0 1303
인터넷의 익명성과 네티케트

우리는 지금 정보기술혁명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습니다.
뉴스 가십 오락 거짓 이념 선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아득한 거리로 옮겨갑니
다. 전자통신은 이미 세계 대다수 사람에게 퍼졌고 어떤 기술로도 모든 사람
이 모든 정보에 끊임없이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인터넷은 애초에
장소개념 없이 도처에서 사용하도록 개발한 터라 통제도 어렵고 원상복구력
도 대단합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도덕적 지향성이 부족했던 탓에 위험한 정
보도 쉽게 퍼뜨립니다. 인터넷은 칼과 마찬가지로 요리하는 선의로도, 상해
하는 악의로도 이용할 수 있는 단순한 도구일 뿐입니다.

정보기술은 항상 힘의 이동과 권력장악을 촉발했습니다.
많은 기술의 역사가 그렇듯, 이 정보기술 혁명의 역사도 힘의 이동에 관한
것입니다. 기술은 그것을 통제하는 사람을 강자로 만들고 그렇지 못한 다른
사람을 약자로 만듭니다. 원자폭탄 같은 군사기술은 전쟁에서 결정적 역할
을 했으며 이동기술, 식량생산기술, 부존자원 및 에너지자원은 그것을 보유
한 국가에게 한동안 경쟁국에 비해 경제적 우위를 주고 국민의 복지를 통제
할 힘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과거의 역사에서도 이런 사례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의 발명으로 교회에 반대하는 사상의 유포를 금지하기
위하여 교황 바오로 IV가 1559년에 세세한 금서목록(Index librorum prohi
bitorum)을 발간하여 이 존재하지 말아야 할 책의 목록은 이후에도 정기적
으로 재발행되다가 약 4세기가 지난 1966년에 교황 바오로 VI세가 그 목록
자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말야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사라졌습니다. 인쇄
술에 의한 인간정신 해방의 역사는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동일수단인 인쇄
술을 수단으로 한 순환적 대반격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으로 네트에서의 규제와 개방은
네트이용의 측면에서 통신규약 (IP: internet protocol) 을 준수해야 하지만
이용자의 도덕적 자기 검열과 규제는 다른 이용자에 대한 인간적인 호의나
배려에 의존하는 인격적 문화요소가 작동하는 영역이 절대적으로 큽니다.
자유와 개방을 표방하여 개발된 인터넷의 인간해방기술이 규제를 받는 통제
기술로 변질되는 이유는 상업성과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목 때문입니다.
첫째 정보의 가치는 금전으로 환산되므로 스폰서의 광고효과에 통신망 제공
      자는 공헌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상업성을 띄게 됩니다.
둘째 개인의 신변과 국가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불순세력이 사용할지
      모르는 정보기술을 통제하려는 성향을 띄게 됩니다.

네트의 '나'는 현실세계의 나와 달리 외부 검열과 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롭습
니다. 그래서 '통제되지 않은 자아'들이 모니터에 반영됩니다. 수면에 비친
자기 모습에 도취되어 물에 빠져죽은 나르시스처럼 네티즌들은 컴퓨터 모니
터에 비친 자기의 이미지를 사랑합니다. 모니터 안의 자신은 현실의 나를 뛰
어넘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형됩니다. 육체를 동반하지 않는 모니터 속의
'나'는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제약받지 않는 자아 정체
성을 새롭게 만들기도 하고 과장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실의 제약 때문에
못하던 행동이나 생각도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네트가 열어
주는 새로운 검열 받지 않는 정체성의 가능성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열린 정
체성은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 않습니다.

검열 받지 않은 정체성은 쉽게 익명성으로 전환됩니다. 익명성은 나를 드러
내지 않으면서 남을 괴롭히는 사디즘(sadism)으로 전환될 수도 있습니다.
나르시시즘이 과도하게 발달하면 자신과 다른 상대에 대해 근거 없는 비판
과 욕설을 퍼붓기도 합니다. 나를 가리면, 혹은 내가 익명의 다수 가운데 하
나로 자리바꿈을 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
해 남을 공격하기도 하고 비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네트에서 상대에 대한
포용력과 배려, 사물에 대한 성찰과 자신에 대한 반성, 그리고 다른 사람들
과 맺는 연대와 사랑을 만들어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얼굴을 서로 맞대고 이야기할 때는 상대의 표정을 고려하고 상대의 즉각적
인 반응도 염두에 둡니다. 의미가 분명하지 않을 때는 상대의 생각과 의사
를 되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네트에 올라오는 메시지에는 이러한 분식
과 치장이 전혀 묻어 있지 않습니다. 수사적으로 글을 쓰거나 글의 전달 효
과까지 염두에 두면서 자세하게 글을 쓰지 않는 한에서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신에 올라온 글은 송신자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해석되어 '듣고
싶은 대로 듣는' 일도 자주 발생합니다. 네트의 익명성은 자기도취적 모험
을 불러일으킵니다. 컴퓨터 통신의 글쓰기는 타인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정치 행위이자 자기를 드러내는 나르시시즘입니다. 온라인에서 만들어지는
자기 아이덴티티는 즉각적이고 즉흥적이며 미완성적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폐기와 신설이 가능합니다.

이런 인터넷의 특성으로 넷망을 이용하는 네티즌들이 소홀하기 쉬운 준수
사항과 예절을 일러서 NETIQUETTE(network + etiquette) 이라 하는데
이들의 중요한 10가지 원칙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상대방도 나와 같은 인간이다. 
(2) 실제 생활에서와 똑같이 행동하자.
(3) 현제 자신이 접속한 곳의 문화에 어울리게 행동하자.
(4) 다른 사람의 시간을 존중하자.
(5) 온라인 상에서 자신을 근사하게 민들자.
(6) 전문적인 지식을 공유하자.
(7) 논쟁은 절제된 감정 아래서 행하자.
(8)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존중하자.
(9) 특권을 남용하지 말자.
(10) 다른 사람의 실수를 용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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