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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칼럼
 

아뿔싸! 최승희여!

鄭宇東 0 1230
전설의 무희 최승희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6월 28일-29일 이틀간 홍천 대명 비발디 파크 콘도에서 열린
전설처럼 여겨지던 세계적인 동양의 무희 최승희 춤 포럼에
첫날 사회를 맡은 음악평론가 탁계석 선생님의 호의로 다녀 왔습니다.
원로 유현목 영화감독 박근자님 내외분과 행위예술가 무세중님, 경향 각처
의 무용관계학자, 평론가, 시인, 소설가, 무용가 사진작가등 300여명이
모였는데 홍천군수는 문화 예술인들이 이렇게 많이 방문해 준데 반가움과
놀라움으로 환영인사를 했습니다.

최승희(崔承喜,1911~1969)는 남편 안막(安漠)을 따라 월북함으로써
우리 조국의 한켠에서는 잊혀진 인물이 되었다가 이념논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요즘에 와서야 최승희의 이름을 내놓고 쓸 수는 있지만 그간의
공백으로 연구나 자료의 불충분으로, 안그래도 스타에게는 알려지지 않는
비밀스런 부분이 많듯이 최승희에게 전설의 무희라는 타이틀이 붙혀지고
그녀의 행적과 업적에는 많은 논란이 따르게 되었습니다.

최승희는 1911년 서울 출생이라는 것이 정설처럼 되어 있지만 홍천 지방의
향토연구가들에 의하여 홍천 출생설을 뒷바침할 만한 근거자료와 제곡리의
촌로들의 증언으로 그녀가 출생한 집터와 옻나무재 우물터에서 물긷는 어른
들한테 노래하고 춤추어 사랑을 받던 최승희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집니다.

최승희는 어려서 노래를 잘하였기에 가수가 될려나 했었는데
오빠 최승일의 권유에 따라 일본의 무용가 이시이 바꾸의 춤을 보고 이에
반하여 이시이에게 춤을 배우되 조선의 춤을 추라는 가르침을 새겨 듣고
짧은 기간이지만 한성준에게서 반달이 안 되게 배운 조선춤을 자산으로
현대무용의 테크닉으로 조국의 혼을 담는 창작무용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리하여 일본은 물론 중국무대에 진출하여 극찬을 받으며 아시아 나아가
동양의 무희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명성을 드날리며 1930년대에 벌써
미국등 서양으로까지 진출하여 세계적 무희가 되었습니다. 이러는 사이에
1936년<半島의 舞姬>에 출연하고 일본 미쓰꼬시 백화점 등의 전속모델이
되기도하며 채플린등으로부터 헐리웃 진출의 제안을 받기도 했답니다.

그러다가 최승희는 서울에서 무용연구소를 개설하여 연구 정진하다가
해방공간의 혼란기인 1946년 KAPF문학가 였던 남편을 따라 월북하여
인민배우 칭호를 받으며 많은 작품을 남겼으나 최승희의 자유스런 예술혼
은 틀에 박힌 사회주의 혁명예술에 배겨내지 못하고 1967년 숙청 이후
거명조차 못하게 하는 불운을 당하였다가 1969년 8월 8일 사망한것으로
묘비명에 적혀 있으나 일설에는 1975년경 간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도 저도 확인된 사실은 아닙니다.

최승희는 처음에 현대무용에 입문하여 스승 이시이의 가르침에 따라 우리의
전통적인 춤을 현대무용의 기법으로 되살리는 창작무용의 시발점이 됩니다.
그녀의 작품은 해방전의 보살춤 승무 장구춤 부채춤 칼춤 학춤 화랑무 등과
월북후의 반야월성곡, 사도성 이야기, 패왕별희, 왕소군, 자금성의 옥불 향비
옥중춘향, 전선의 밤, 후방의 아침, 여자유격대원, 어머니 등이 있으며
학문적 연구물로서 우리무용사에 빛나는 불후의 역작<조선민족무용 기본>
과 <조선아동무용극 기본>등의 저서를 내었습니다.

세계가 오히려 비좁었던 그녀에게 돌아갈 고향은 없었습니다.
남에서는 친일파와 월북자로, 북에서는 자본주의 성향 반혁명예술가로
버림받은 최승희가 남북에서 이제는 복권되어 굳게 감추어진 베일을 벗고
지훈 시인의 절묘-직절한 표현대로 가이없는 하늘이 오리려 모자라는듯
긴 소매를 접었다 펼치면서 바야흐로 우리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승 무(僧 舞)

- 지훈 조동탁 -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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