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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풍수지리학

鄭宇東 0 1519
NEO-풍수지리학

전통적 풍수지리설은 도읍지, 사찰, 주택, 분묘 등을 만들 때 방향이나 땅속
의 기운, 산의 모양, 물의 흐름 등의 자연 현상과 그 변화가 인간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말하자면
天地人 三才가 서로 감응 관여한다는 감여사상(堪輿思想)이기도 합니다.
"풍수"라는 용어는 중국 동진(東晉)의 곽박(郭璞)이 쓴 장서(葬書)에 “죽은
사람은 생기에 의지하여야 하는데 그 기는 바람을 타면 흩어져버리고 물에
닿으면 머문다. 그래서 바람과 물을 이용하여 기를 얻는 법술을 풍수라 일
컫게 되었다(葬者乘生氣也 經曰氣乘風則散界水則止 故謂之風水).”라는 기
록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풍수사상이 도입되어 신라 말에 활발해
졌다가 고려 시대에 전성기를 이루며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신라 말기의 승려 도선(道詵)은 중국에서 유행한 풍수지리설을 받아들여 체
계화하였습니다. 그는 선종 계통의 승려로서, 전 국토의 자연환경을 유기적
으로 파악하는 인문지리적 지식에 경주 중앙 귀족들의 부패와 무능, 지방 호
족들의 대두, 오랜 전란에 지쳐서 통일의 안정된 사회를 염원하는 일반 백성
들의 인식을 종합하여 체계적인 풍수도참설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그때까지
경주 중심으로 운영해 오던 행정조직을 고쳐, 국토를 지방 중심으로 재편성
할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까지 발전하여 신라왕조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구실
을 하였습니다.

최창조 교수는 자생풍수학(自生風水學)을 주장하여
우리나라에 중국의 풍수학을 도입하기 이전에 자생적으로 일어난 지수리학
(地水理學)이 있었는데 도선국사를 그 개시조로 삼고 있으며 그 특징은 이기
적인 감응 발복보다는 나쁜 점과 흉사를 미리 비보(裨補)하여 이타적인 동기
에서 인명과 재물을 구하는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말하자면 중국의 술법적이
고 미신적 풍수학으로 타락한 지점술학(地占術學)의 폐단을 근원적으로 차단
하고 사랑의 혜택을 나누는데 큰 의의를 두고 있었다 하였습니다.

고려시대에 이르러 이를 바탕으로 한 서경길지설은 북진 정책의 이론적 근거
가 되고 정치 싸움에 이용되기도 하였으며, 고려 중기 이후에는 남경길지설도
대두되었습니다. 조선시대에 이 풍수지리설과 도참사상은 조선 초기 이래 중
시되어 한양천도(남경길지설)에 이용되었으며, 양반 사대부의 묘지 선정에도
작용하여, 16세기 이후에는 묘지 쟁탈전인 산송(山訟)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하였습니다.

근세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를 지어 우리의 산과 강
에 대한 지리겸 풍수의 대강을 고찰하였고, 실학자 홍만선이 지은 "산림경제"
에서는 주거생활 등에서 그 구체적 적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풍수학에 많은 학문적 영향을 끼친 중국의 풍수학 서적은
후한(後漢) 때 청오자(靑烏子)가 지은 것으로 전하는 靑烏經이 감여서의 원
전 격이며 당나라의 유명한 풍수가 복응천(卜應天)이 지은 설심부(雪心賦)
와 현대의 학자 왕옥덕(王玉德)이 지은 "신비의 풍수"가 있다 하니 관심 있
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위와 같이 나라의 도읍지나 개인의 陽宅(산자의 주거)과 陰宅(망자의 유택)
의 좋은 텃자리 명당을 잡는 것에 주력하는 전래-전통적 풍수지리설에 대하
여 현대에 와서는 일상적인 실생활의 자연환경적 요소를 중시하는 시대적
요청으로 새로운 이설과 견해를 피력하는 일단의 학자들의 사조와 경향을
일러서 NEO-풍수지리 이론이라 하는데 그 대강을 약술해 보려합니다.

풍수학의 전통체계는
看龍法 : 지기를 품은 산세의 흐름을 관찰하여
定穴法 : 산의 흐름이 끝나고 지기가 모여 맺어 지며
水口砂 : 물의 드나드는 곳에 위치하여 門戶 구실을 하며
得水法 : 용이 물을 만나면 정지하고 거기에 힘을 쌓는 네 가지로 나누는데
현대의 풍수학자들은 설명의 편의를 위하여 크게 나누어
(1) 땅에 대한 이치를 논구한 경험과학적 논리체계로서
      여기에서는 同氣感應론, 所主吉凶론, 形局론 을 논하고
(2) 地氣가 인사에 미치는 영향을 밝힌 지기감응적 인식체계로 크게 나누고
      여기에서는 看龍법, 藏風법, 得水볍, 定穴법, 坐向론을 논의합니다.
우리가 풍수에 대하여 어려워하고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어떤 원인에
대하여 결과를 엄정하게 인과관계로 연결시킬수 없는 후자때문입니다.

명당은 있는가? 현대의 도시생활에서도 명당은 필요한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 명당은 없지만 도시생활에도 명당은 필요하다" 고
왕년에 풍수지리학자로 이름을 날렸던 서울대 최창조교수는 말했습니다.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는 풍수계의 증명할 수 없는 오랜 지혜와
"명당은 찾아내야 할 어떤 곳이 아니라 만들어 가야 할 어떤 곳이다" 라는
현대적 풍수지리설의 변용과 수용을 받아들일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풍수학의 최종목표는 명당을 찾는데 있습니다만 명당은 아무데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어머니같이 편하고 안온한 정조를 간직한 명당이 꼭 필
요합니다. 명당이 없고 찾아내기가 힘든다면 우리들의 마음속에 씨를 뿌리
고 키우고 다듬어서라도 우리가 향유하고 누려야 할 복지(福地)입니다.
그런데 현대풍수의 한 사조로 일본 쪽으로부터 난데없이 풍수인테리아니
뭐니 해서 방위론이 건너와서 한창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해지는 속설에 잠 잘때의 머리 두는 방향에 따라
동쪽으로 두고 자면 머리가 총명하고, 남쪽으로 두고 자면 수명이 길고
서쪽으로 두고 자면 재산이 넉넉하고, 북쪽으로 두고 자는 것은 백해 무익
이라 하는데 그 이유들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리스만(David Riesman)의 "군중속의 고독"은 거대도시속에 사는 현대인의
정신적 단절감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를 낳아 준 어머니 땅
인 지모신을 이탈한 불안감과 혹사한 죄책감에서 오는 것이라 합니다.
러브조이(Arthur Lovejoy)가 주창한 지구가이아 이론에서 인간을 비롯하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포힘한 지구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임을 주장
하는 이론과 일맥상통하는 사고방식입니다. 나는 여기에서 나아가 외연을
더 확장시켜 ?우주가이아 가설?이라도 주장해 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현대의 주거생활은 배산임수로 대표되는 소규모의 마을형태가 아니고
대단위의 거대도시공동생활로 전환되었습니다. 이제 도시의 빌딩이 산
의 규모로 축조되고, 인공의 대운하로 물길을 트고 관개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대 도시생활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로서 유엔 환경
개발회의가 1992년 리우데자네이로 회의에서 채택한 "건전하고 지속가
능한 개발(ESSD : environmentally sound & sustainable development)
이란 개념은 이후 세계환경운동의 주제어가 되었습니다.

현대생활의 변화에 따른 풍수설의 현대적 변용을 위하여
"자연은 선이고 인공은 악이다"라는 잘못된 도식을 청산하여 보존과 보
전만이 능사가 아니고 철저히 통제되고 관리되는 개발이 필요합니다.
종전에는 자연을 손대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였으나 현대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방사선폐기물처리장, 쓰레기매각장, 하수처리장, 화장장
등의 혐오시설을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시설하지 않으면 공멸
(共滅)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어디서나 누구나 우리 근처에 서는 것
에 반대하는 BANANA(build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body)
의 장벽도 하루 빨리 허물어 버려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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