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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향차로 운이를 만나다

鄭宇東 0 1637
연향차로 운이를 만나다 
 

중국의 林語堂은 그의 생활의 발견(The Impotance of Living) 에서
중국 문학사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청나라 때 화가 심복(沈復)의
아내 운이(陣芸이/자;淑珍)를 꼽았습니다. 그녀에게는 득의로 하는 재낭(才囊)
과 그 향그로운 연향차(蓮香茶)가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심 畵伯과 芸이는 외사촌간으로 동갑인데 운이가 몇달 앞에 났습니다. 그래서
復이 "운이누나"로 따르다가 운이가 흰죽을 두었다가 가만히 복이한테 먹게하
려다 남에게 탄로난 사건의 여파로 소원해졌지만 둘은 시문과 기질 등에 공감
하고 상통하는 바가 많아 결혼에 이릅니다. 하루는 둘이 두보와 이백의 시를
논하다 운이 이백을 지기(知己)라한데 이어서 백락천을 자기의 계몽사(啓蒙師)
라하니 복이 자기의 호가 三白이니 지기와 스승과 자기를 신랑으로 맞으면 3백
이 되니 그대는 백자와 인연이 참으로 많다 하고서 서로 유쾌하게 웃으며
운이 앞으로 짓는 글은 백자투성이가 되겠다 하니 이 또한 잘못된 별자 글자로
문장을 짓는다는 기막히게 교묘한 ㅡ중국어로의ㅡ 이중표현이라 합니다.
이렇게 둘이는 호흡이 척척 잘 맞고 서로를 아껴주는 지아비와 아내였습니다.

사랑스러운 여인 운이는 재기발랄한 재원이자 훌륭한 다인(茶人) 이었습니다.
심복은 그의 자서전 浮生六記에서 운의 연꽃차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 여름에 연꽃이 필 때에는, 꽃들이 저녁이면 오므라들고 아침이면 피어난다.
운이는 작은 비단 주머니에 엽차를 조금 싸서, 저녁에 화심에 놓아 두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이것을 꺼내어 천천수(天泉水 : 빗 물이나 눈 녹인 물)를 끓여
차를 만들었다. 그차의 향내는 유난히 좋았다 " 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 연향차는 생각만 하여도 넘실거리는 연잎과 바람에 나부끼는 연꽃잎, 그리
고 연잎에 달린 아침이슬이 우리를 운이의 곁으로 어느새 이끌어 갑니다.
고운 운이의 손길이 우리에게 생생하게 그 차의 멋과 향기에 빠져들게 합니다.

운이의 또 다른 인간적인 매력은 나를 그녀의 찬미자가 되도록 합니다.
미인(재인) 박명이라고나 할까 저렇게 사랑스러운 운이가 자신의 단명을 예견
이라도 하듯 부군 沈씨를 위하여 감원 등의 여러 미인을 만나서 자기의 마음에
드는 여인을 물색하고 사전공작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받습니다.
마치, 총리를 역임한 장택상의 부인이 극장에 갔다온 그가 어느 여배우 얘기를
하자 그 배우를 만나서 장씨의 사랑이 되게 하였다는 흐뭇한 이야기(사실 여부
는 제쳐 놓고 그 발상만으로도 좋은)의 전편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운이는 재주가 좋아서 시문뿐만아니라 살림하는 아이디어와 재간도
좋아서 의식주 생활을 편리하게 하였고, 그중에서 차생활을 야외에서도 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포장마차 같은 팥죽을 파는 수레를 빌려 야외로 나갈 수 있
도록 "차수레"를 고안하여 사용하였다 하고, 우리 선조 이규보도 경치 좋은 그
늘을 찾아 다니면서 시회도 열 수 있는 바퀴 달린 이동식 정자 사륜정(四輪亭)
을 설계했다 하니 재원, 재사들의 우리들 생활인에게 끼친 덕이 이만 저만 큰
것이 아닙니다.

ㅡ 나오는 말 ㅡ
차의 음용은 정신을 맑게 하여 심신의 안정과 조화를 가져와서 종국에는 우
리를 성공적인 삶으로 이끌어 줍니다. 이렇게 다생활은 茶道에 귀착합니다.
우리나라는 美風良俗으로 조상께 제사-차례를 지냅니다.
요즈음의 차례에는 술을 올리지만, 우리가 차로 (제사)차례를 지낸 기록은
가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흔히들 차의 세계에서는 차생활의 중심을
中國은 茶藝, 日本은 茶道, 그리고 우리나라는 茶禮-차례에 둔다고 일컬어 집
니다. 이와 같이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가 정작 차로 행해져야 할 차례를 술로
지내진다는 것은 앞 뒤가 맞지 않습니다. 풍속은 고치기 힘든다고 하지만
차례의 본뜻을 제대로 살려서 차로 제사를 지내는 차례의 정명복권운동이 이
루워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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