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자료실 > 신요칼럼
신요칼럼
 

인품과 화품과 다품

鄭宇東 0 1546
인품과 화품과 다품
사람의 품격, 음차와 화훼의 품계는 여러가지 기준에서 매겨집니다.
사람은 상신(身), 언변(言), 시서(書), 판단력(判)의 등위를 보아 정하고
마시는 차는 향기, 물맛, 우러난 그 빛깔을 겨루고 감정하여 정하고
화훼의 감상은 향기, 색깔, 모양과 지조에 따라 그 품계가 정해집니다.

조선조 세조 때 재상 강희안(姜希顔)은 평생 꽃을 좋아하여
양화소록(養花小錄)이라는 책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 사람에게 人品이 있듯
이 꽃에는 화품(花品)이 있어 그 화품을 일품(一品)에서 구품(九品)까지 품
계를 매겼습니다. 진달래는 때를 맞추어 어김없이 찾아오는 시우(時友)로
붉고 흰, 두 가지가 있다 하고 흰 백두견은 운치가 더 있어 5품에, 붉은 홍두
견은 그보다 한 등 낮추어 6품에 랭킹하고 마땅히 습한 땅을 피해 북쪽을 향
하게 심어야 잘 자란다 했습니다.

옛 선비들은 남의 집에 들르면 뜰에 무슨 꽃을 심고 사느냐로 그 삶의 격을
가늠하곤 했는데 흰 진달래는 각박한 바위 틈이나 거칠고 메마른 황지에서
잘 자라고 반드시 임금이 계신 북쪽을 향해 핀다 하여 결백하고 일심불란
한 한사(寒士)임을 그로써 갈파했으며 거기에다 지붕에 하얀 박꽃이, 장독
대에 하얀 앵두꽃이 피었으면 그 이미지가 강화되었습니다.

이밖에도 그는 꽃의 상징적 의미를 기준으로 꽃의 등수와 품계를 다음과
같이 나누었다고 합니다.
매화, 국화, 연꽃, 대나무(운치, 절개 등을 의미 하는 꽃들) ----------- 1등
모란, 작약, 파초, 해류(부귀를 의미하는 꽃들)---------------------------- 2등
치자, 동백, 사계화, 종려나무, 만년송 (운치 있는 꽃들)---------------- 3등
소철, 서향, 포도, 귤 -------------------------------------------------------------- 4등
석류, 복사꽃, 해당화, 장미, 수양버들 --------------------------------------- 5등
진달래, 살구, 백일홍, 오동, 감 ------------------------------------------------ 6등
배, 정향, 목련, 앵도, 단풍 ------------------------------------------------------ 7등
무궁화, 석죽, 옥잠화, 봉선화, 두충 ------------------------------------------ 8등
해바라기, 전추라, 금잔화, 창포, 화양목 ------------------------------------ 9등

소나무, 대나무, 연꽃, 국화 ----------------------------------------------------- 1품
모란 ----------------------------------------------------------------------------------- 2품
사계화, 철쭉, 영산홍, 석류, 벽오동 ------------------------------------------ 3품
작약, 서향, 단풍, 수양버들, 동백 --------------------------------------------- 4품
치자, 해당화, 장미, 복사꽃, 삼색도, 진달래, 파초, 금잔화 ------------ 5품
배, 살구, 정향, 목련 -------------------------------------------------------------- 7품
산단화, 매화, 백유화 ------------------------------------------------------------- 8품
옥잠화, 패랭이꽃, 양귀비, 계관화, 무궁화 --------------------------------- 9품


이어서 다사다화(茶事茶話)의 차품평을 살펴보면
  * 評 茶
시문학에서 시를 비평하여 시품을 매기듯이 차생활에서도 차의 정차성을
비평하고 품평하여 上品, 次品, 下品, 又下品으로 나눕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나는 이름 있는 차를 적습니다.
아국 ---- 뇌원차는 문헌에 기록 된 우리나라 최초의 차 이름이며,
            유(孺)차, 지리(智異)차, 소수(小睡)차, 조계(曹溪)차, 첨수(添水)차   
            등이 있으며 그리고 작설차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 이름입니다.
중국 ---- 동정 벽라춘, 몽정 감로차, 무이산 암차, 운남 보이차, 안계 철관음
            군산 은침차, 황산 모봉차, 동정 오룡차, 고저 자순차, 여항 경산차
            기운 홍차, 쟈스민차, 서호 용정이 유명합니다.
  * 品 水
차를 달이는데는 차의 질뿐아니라 좋은 물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水經에서는 天泉水를 최상으로 치는데, 이것은 빗물이나 눈 녹인 하늘의 샘물
을 뜻하는데 참 멋진 말입니다. 山水와 석간수를 상품으로 치며, 江水는 중품
으로 치며, 우물물은 하품으로 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전국 차품평회는 외관(20점), 향기(70점), 물색(30점), 깊은 맛(80점)을
합산하여 합계 200점 만점으로 하여 심사한다고 합니다.

차마시기의 효용을 잘 표현한 노동의 일곱 잔의 차를 마십니다.
唐나라의 다인 노동(盧仝)은 <일곱사발 차노래>에서
차의 효용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一碗喉吻潤  兩碗破孤悶
三碗搜枯腸  唯有文字五千券
四碗發輕汗  平生不平事 盡向毛孔散
五碗肌骨散淸 六碗通仙靈
七碗吃不得也 唯覺兩腋習習淸風生
蓬萊山在何處 玉川子 乘此淸風欲歸去

첫째 잔은 목과 입술을 적시고
둘째 잔은 외로운 번민을 씻어주네
세째 잔은 매마른 창자를 적셔 문자가 오천권이 되고
네째 잔은 땀이 솟아나고 평생의 불만 털구멍으로 흩어지네
다섯 잔에 기골이 맑아지고
여섯 잔에 신선과 통하였다네
일곱 잔에 두 겨더랑이에 날개 돋아 신선이 되네
이렇게 음차의 효용은 우화등선(羽化登仙) 神仙이 되기에 이릅니다.

 
동양에서 인물평하면 [아무개] 열전같은 사기의 인물평이 뛰어나고
그리고 고사성어에 등장하는 인물평으로는 월단평(月旦評)이 유명합니다.
옛날 후한 말 하남성의 여남에 허소란 사람이 있었는데 매달 초하루에 그의
사촌 허정과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함께 당대 고향의 인물들을 비평
하였는데 매우 적절하고 재미가 있어 평판이 자자하였습니다. 조조가 젊었
을때 그 소문을 듣고 품평을 구하니 그 상이 험한것을 보고 말하기를 꺼려
하였으나 조조의 협박에 못이겨서 "치세에는 能臣이 되고 난세에는 奸雄이
되겠다"는 말을 듣고 기뻐하였다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희랍의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이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그리스의 영웅과 로마의 영웅을 비슷한 시람들끼리 1:1로 대비하여 비평한
대비열전으로 모두 23조 46명의 영웅과 별도로 4명을 추가하여 50명에 이
르는 방대한 기록자료와 생생한 활약상의 다큐멘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나는 고교시절에 이 책을 朴時仁선생이 번역한 을유판 6권으로 읽었는데
"大카토가 로마에 끼친 덕이 (너무 커서) 로마가 大카토에게 베푼것에 비교
할 수 없다"고 한 말에 감동하여 이후부터 사나이 대장부라면 이만한 기개쯤
은 마땅히 품어야 한다고 몇번이고 되뇌었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