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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뱃속의 때부터 씻어야

鄭宇東 0 1221
먼저 뱃속의 때부터 씻어야


월남 이상재 선생은 새로 나온 비누를 선물 받고 칼로 비누를 얇게 깎아서
입으로 가져가 먹었습니다. 선물로 준 귀족과 주변의 친구들이 깜짝 놀라
얼굴의 때나 빨래를 씻는 것을 입으로 먹었다고 소동이 났는데 정작 본인
은 밖의 때보다 뱃속의 때부터 먼저 씻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되물어서
주위의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일제때 어느 겨울 어떤 정치모임에 연사로 나가서는
"철도 모르는 개나리들이 많이 피었습니다."하고 운을 떼었습니다.
갈 자리 못 갈자리도 구분 못하는 철없이 벼슬만 탐하는 아부꾼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 있는 한심한 작태에 따끔한 일침을 놓으니 참석한 청중들의
얼굴이 푸르락 붉으락 부끄러워 하였습니다.

1918년 무렵 YMCA의 중학부에 재학하던 수주 변영로가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지 않고 종로 거리를 걸어 가노라니까 뒤에서 누군가가 변정상
(卞鼎常) 씨, 변정상 씨 하고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습니
다. 뒤를 돌아다 보니 월남선생이 그렇게 부르면서 따라오는 것이었습니
다. 변영로는 불쾌히 여기며 월남선생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변영로는 그에게 "선생님. 노망이 아니세요? 아버지와 아들을 분별하지
못하시니, 아무리 우리 아버지가 선생님의 친구이기로 노상에서 남의 어
른의 이름을 부르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라며 항의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월남 이상재선생은 "이놈아. 그러면 네가 변정상의 씨가 아
니란 말이냐. 기백이 그만하면 됐다."고 격려하였습니다. 그에 의하면 너
는 변씨가문의 씨 답게 체통을 지켜야 하며, 너희들은 한국인의 씨이니
씨알머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농담조로 가르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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