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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칼럼
 

해 아래엔 새것이 없습니다

鄭宇東 0 2210
해 아래엔 새것이 없습니다
성경의 해아래 새것이 없다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무수히 실감합니다.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녹음된 웃음과 짜맞춘 환호가 너무 역겹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현대 TV 연속극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득한 옛날인 BC 4세기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지금 우리가 대하는 사실들에는 그 아득한 시초와 역사
가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의 모든 학문과 스포츠레저 등등이 그렇고 다소 이
상한 것들 역시 나름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곡절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장에
새것으로 보이는 것도 그 연원을 옛날에 두고 다만 변형과 축소, 확장을 되풀
이하고 있는 것일뿐 창의적인 오리지널리티는 없습니다.

극장에 고용된 박수부대들이 미리 짜놓고 갈채를 보내고 크게 웃는다는 뜻
으로 쓰이는, 최근에 새로 알게된 클래크(claque, aka canned laughter)가
지혜로운 솔로몬왕이 전도서에서 “이미 있던 것 곧 그것이 후에 있겠고 이미
행한 것을 후에 다시 행하리니 해 아래에는 새 것이 전혀 없도다.”라고  가르
치는 인생살이의 그 진리를 다시 되새기게 합니다.

그리스의 극작가들은 연극경연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공연 관객들사이에 박수치고 크게 웃어주는 사람을 심어 두었습니다.
로마의 무대에서도 그래 왔지만 특히 로마의, 시인이며 음악가이기도 하였던
네로황제는 그의 지방 순회공연에 말 그대로 정확히 5천명씩의 군인부대를
투입하였습니다. 그러나 박수부대의 전성기는 19세기 프랑스에서였습니다.

이때 프랑스에서는 박수부대의 전문적인 분화가 이루어져서
큰 박수소리로 관객들의 분위기를 띄우는 무리인 타파죄르(tapageur)
무턱대고 앙코르를 외쳐대며 선동하는 무리들인 비쇠르(bucheur)
짐짓 유식한체 하며 크게 호평을 하는 사람들인 코미세르(commissaire)
감동을 받은 듯 억지로 눈물을 흘리는 여인들인 플뢰뢰즈(pleureuse)
등으로 이렇게 전문화되고 세분화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밖에도 무대나 연예계에서 지금도 살아 있는
연극 배우들이 대사를 잊지 않도록 읽어주는 프롬프트(prompt)와
현대의 방송 아나운서들이 시치미 떼고 안 그런척 컨닝하는 프롬프트 표시기
오페라 출연자들의 가사나 대사를 알려주는 수제리토레(sugeritore)
바지(남자)역할을 하는 여자배우(trouser-role)
무대에서의 만능해결사 데우스엑스마키나(deus ex machina)의 뜻밖의 강림
똑 같은 막대에 감아 쓰고 읽는 스파르타의 비밀통신 스키탈레(scytale)

위와 같은 가벼운것 말고도, 진실된 학리를 탐구하는 과학이나 인생 우주의
철리를 추구하는 철학방면에서도 적지 않은 예를 들 수 있습니다.
탈레스등의 물근원설과 불근원설, 공기근원설
데모크리토스와 돌튼의 원자론 => 유물론 => 맑스의 사회-공산주의 이론
헤라클레이토스의 만물유전(panta rhei)의 법칙
라부아지에의 질량보존의 법칙과 더로교수의 제로섬게임의 이론
단군의 홍익인간의 이념과 예레미 벤담의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설
힌두교의 윤회사상 => 기독교의 부활사상
페르샤의 배화교(拜火敎) <=> 기독교의 洗禮儀式

周易에서는 물과 불은 상극이므로, 불은 물을 말리고 물은 불을 덮씌워 끄버
리지만 불과 물 중간에 쇠솥을 만들어 걸면 식재료가 완전히 익는것과 같이
만사가 모두 완성되는 것을 상징하는 상坎 하離의 기제(旣濟 :l: l:l) 괘를 이
룹니다. 이렇게 주역괘사와 괘상의 공부와 그 응용이 인간생활에 매우 유익
합니다. 이밖에도 배 수레등의 발명 아이디어[註 1]가 주역괘사의 풀이와 그
응용이라 하니 주역의 덕이 인류생활에 실로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밀성과 정확성을 요구하는 과학분야에 있어서도
라이프니츠의 이진법과 이를 이용한 조지 스티비츠의 현대문명의 총아 컴퓨터
또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패전후 일본의 침체분위기를 걷어내고 일본국민의
자긍심을 살려낸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유가와 히데키(湯川秀樹, 1907.1.23~
1981.9.8)박사의중간자 발견의 아이디어는 역시 이 중국의 고전 주역괘풀이
에서 얻었다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하여지고 있습니다.[註 2]



[註 1] 공자가 주역을 공부하고 체득한 것을 보고한 十翼중의 하나인
계사전(繫辭傳)에는 또 다른 예들도 적혀 있습니다.
어획망 사냥고 : 網漁고佃 <== 離 (리  l:l l:l ) 괘
농구사용 경작 : 뢰사之利 <== 益 (익  ll: ::l ) 괘
시장개설 거래 : 日中爲市 <== 서합 (  l:l ::l ) 괘
선박운항 여행 : 舟楫之利 <== 渙 (환  ll: :l: ) 괘
수레 물류수송 : 服牛乘馬 <== 隨 (수  :ll ::l ) 괘

[註 2] 역(易) 또는 주역(周易)이란 말은 변역(變易), 즉 '바뀐다' '변한다'는 뜻
이며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현상의 원리를 설명하고 풀이한 것입
니다. 이 역에는 易簡(이간)· 변역(變易)· 불역(不易)의 세 가지 뜻이 있습니다.
이간(易簡)이란 천지의 자연현상은 끊임없이 변하나 간단하고 평이하다는 뜻
이며 이것은 단순하고 간편한 변화가 천지의 공덕임을 말합니다.
변역(變易)이란 천지만물은 멈추어 있는 것 같으나 항상 변하고 바뀐다는 뜻
으로 양(陽)과 음(陰)의 기운(氣運)이 변화하는 현상을 말힙니다.
불역(不易)이란 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모든 것은 변하고 있으나 그 변하
는 것은 일정한 항구불변(恒久不變)의 법칙을 따라서 변하기 때문에 법칙 그
자체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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