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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칼럼
 

가곡과 리트에 대하여

鄭宇東 1 2534
가곡(歌曲)과 리트(Lied)에 대하여

0) 우리 음악계에서는 현재
가곡(歌曲)이란 용어가 독일의 리트, 멋을 한껏 부린 예술가곡,  정다운 서정가곡,
우리 고유전래의 국악가곡등으로 가지를 내어 혼란스럽게 쓰여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歌曲으로 지칭하는 노래는 詩와 성악과 반주가 대등한 위치에서 독립된
노래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가곡은 예술가곡으로서 불려지기 어려운
점이 많이 있습니다. 가령 박목월 시, 이흥렬 곡, 이별의 노래만 하더라도 3절까지
있는데 가사의 내용이 다르더라도 곡은 하나뿐이어서 시와 노래가 대등하지도 독
립적이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런 것은 리트도, 예술가곡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1) 독일의 Lied 가곡
낭만주의 시대에 꽃핀 독일의 리트(Lied)와 프랑스의 멜로디(Melodie)에 붙이는
명칭으로 예술가곡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일반적으로 예술가곡이라는 말과 동
의어로 사용되는 리트는 원래 노래(Song)라는 뜻을 가진 평범한 명사였습니다.
 
18세기까지만 해도 리트는 단순한 민요나 독일 대중노래에 붙여진 이름이었는
데, 이것이 한단계 차원 높은 예술가곡(Kunstlied)으로 격상된 데에는 '가곡의 왕'
으로 일컬어지는 슈베르트의 주옥같은 가곡이 있었습니다. 슈베르트 이전의 작
곡가들은 리트보다는 오페라나 오라토리오, 칸타타 등 규모가 큰 음악에 관심을
가졌을 뿐, 리트는 그저 아마추어가 심심풀이로 만드는 노랫가락 정도로만 여겼
었습니다. 중세 음유시인으로부터 슈베르트에 이르기까지 리트라는 낭만적이고
섬세한 장르가 탄생하는데는 천년이 넘는 세월이 소요되었습니다.

리트는 유절가곡과 통절가곡으로 형식상 나눠볼 수 있는데, 몇 개의 연으로 되
어 있는 시에 음악을 붙일 때 시의 모든 연에 동일한 음악을 반복시키는 것을
유절가곡, 시의 각 연마다 새롭게 음악을 붙이는 것을 통절가곡이라고 합니다.
대체적으로 비슷한 운율의 연이 계속되는 시는 유절가곡으로 곡이 붙여지고,
산문시나 운율이 많이 달라지는 경우는 통절가곡으로 작곡됩니다.
슈베르트의 가곡 <마왕>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음악의 반복 없이 계속 변화
하고 있으므로 통절가곡에 속하지만, <들장미>를 비롯한 많은 슈베르트의 음악
은 유절가곡 또는 변형된 유절가곡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19세기 이후 괴테, 하이네, 아이헨도르프 등의 낭만파 서정시의 자극
을 받아, 음악과 시의 이상적인 융합을 도모한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등에 의하
여 개척되고 오르프에 이르러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보통은 고전파 이후의 예술
가곡을 가리키지만, 미네젱거, 마이스터젱거시대의 가곡이나 16세기의 다성적(多
聲的) 가곡까지를 포함한 독일가곡 전반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2) 국악의 가곡
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 장고 반주로만 노래하는 가사와 시조와는
다르게 소규모 관현악에 의해 반주됩니다. 일명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이
라고도 합니다. 반주 악기는 거문고, 가야금, 세피리, 해금, 대금, 양금, 장구, 단
소 등으로 편성됩니다. 시조시를 5장 형식으로 짜서 부릅니다. 그리고 악기로만
연주하는 대여음(전주에 해당), 중여음(간주에 해당)이 있습니다.
이는 실제 시조에서 다음과 같이 나타납니다.

대여음(大餘音)
초장: "동창이 밝았느냐"
2장: "노고지리 우지진다"
3장: "소치는 아희놈은 상기 아니 일었느냐"
중여음(中餘音)
4장: "재너머"
5장: "사래진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가곡에는 남자 혼자 부르는 <남창>, 여자 혼자 부르는 <여창>, 남녀가 같이 하
는 <남녀창>의 구분이 있습니다. 장단에는 16박과 10박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가곡은 고려 가요로 추정되는 진작(眞勺, 일명:鄭瓜亭曲)이 흔히 그 기원으로 간
주됩니다. 이는 조선조 가곡에서 보는 만대엽(慢大葉), 중대엽(中大葉), 삭대엽
(數大葉)과 같은 세가지 빠르기를 나타내는 용어를 가진 음악중 가장 오래 된 것
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조선 초기(세조-숙종)에는 느린 만대엽까지도 연주했
으나, 영조 때에 만대엽이 없어지고 더 빠른 중대엽이 연주되었고, 말기에는 중대
엽과 빠른 삭대엽이 불렸으며 현재는 삭대엽만이 불려집니다. 현재 남아 있는 곡
은 남창 가곡 26곡, 여창 가곡 16곡으로 분류된다. 민속악과는 다른 사대부 등의
음악적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중성이 강한 음악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점잖은 계층이 자신들에게 맞는 음악적 표현이라고 여긴 음악입니다.
1 Comments
열무꽃 2011.10.10 06:58  
국악관현악에 맞추어 5장으로 된 가곡을 부를 수 있어야
풍류방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었지만,
그래도 끼어보고 싶었던 부류에서는
3장으로 된 끝부분이 생략된 시조창을 부르게 되었답니다.
시조창 중에서는 영남지역의 영제시조가 특히 끝부분 생략을
멋있게 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