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자료실 > 신요칼럼
신요칼럼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鄭宇東 0 2179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가사. 1책. 필사본. 월령체(月令體) 장편
가사로 작자가 고상안(高尙顔)이라는 설도 있었으나, 정학유로 고증되었습니
다. 필사 이본으로는 권경호본(權卿鎬本, 1876)·이탁본(李鐸本)·정규영본(丁奎
英本, 1925)·안춘근본(安春根本)·이능우본(李能雨本) 등이 전하고 있습니다.

전체 14단락으로 되어 있습니다. 12달의 12단락 전후에 서사단락(序詞段落)
과 결사단락(結詞段落)이 부가된 것입니다. 2음보 1구로 계산하여 서사 34구,
정월령 78구, 2월령 54구, 3월령 100구, 4월령 68구, 5월령 94구, 6월령 100
구입니다. 다시 7월령 72구, 8월령 76구, 9월령 70구, 10월령 146구, 11월령
52구, 12월령 40구, 결사 48구 등으로 전체 1,032구입니다.

음수율은 3·4조와 4·4조가 주축이며, 2·4조, 3·3조, 2·3조 등도 약간 등장합니
다. 단락별 내용을 보면, 먼저 서사에서는 일월성신의 운행과 역대(歷代)의
월령(月令) 및 그 당시에 쓰이는 역법(曆法)의 기원을 설명하였습니다.

정월령에서는 맹춘(孟春)인 정월의 절기와 일년 농사준비, 정조(正朝)의 세배
와 풍속, 그리고 보름날의 풍속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월령에서는 중춘(仲春)인 2월의 절기와 춘경(春耕)과 가축기르기, 그리고 약
재(藥材) 캐기 등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3월령에서는 모춘(暮春)인 3월의 절기와 논농사 및 밭농사의 파종, 과일나무
접붙이기, 장담그기 등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4월령에서는 맹하(孟夏)인 4월의 절기, 이른 모내기, 간작(間作)·분봉(分蜂)·
팔일현등(八日懸燈)·천렵(川獵) 등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5월령에서는 중하(仲夏)인 5월의 절기와 보리타작·고치따기·그네뛰기·민요화
답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6월령에서는 계하(季夏)인 6월의 절기와 간작·북돋우기, 유두의 풍속, 장 관리,
삼 수확, 길쌈 등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7월령에서는 맹추(孟秋)인 7월의 절기와 칠월칠석 견우직녀의 이별과 비, 김
매기·피고르기, 선산(先山)의 벌초(伐草)하기, 겨울을 위한 야채준비 및 김장
할 무·배추의 파종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8월령에서는 중추(仲秋)인 8월의 절기와 백곡(百穀)의 무르익음과 수확, 중추
절을 위한 장 흥정, 며느리의 친정 근친(覲親) 등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9월령에서는 계추(季秋)인 9월의 절기와 늦어지는 가을 추수의 이모저모,
그리고 풍요함 속에 피어나는 이웃간의 온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10월령에서는 맹동(孟冬)인 10월의 절기와 무·배추 수확, 겨울 준비, 가내 화
목, 한 동네의 화목 등을 권하고 있습니다.

11월령에서는 중동(仲冬)인 11월의 절기, 메주쑤기, 동지의 풍속, 가축기르기,
거름 준비 등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12월령에서는 계동(季冬)인 12월의 절기, 새해 준비, 묵은 세배 등을 묘사하
고, 결사에서는 농업에 힘쓰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농가에서 행해진 행사와 세시풍속은 물론, 그 당시 미덕의 세목들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동시에 농가(農家)를 읊은 시가 중에서 양적·질적으로 이
작품을 능가할 작품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특히, 표현된 내용은 한 폭의 농촌생활을 눈 앞에 그려서 보이는 듯하게 서
경적(敍景的)이고 흥취를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농민이 스스로가 자신들의
생활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는 점과,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부분이 많다
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


이 農家月令歌의 현대어 풀이 1월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1월은 초봄이라 입춘, 우수의 절기로다. 산 속 골짜기에는 얼음과 눈이
남아 있으나, 넓은 들과 벌판에는 경치가 변하기 시작하도다.

어와, 우리 임금님께서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기시어, 농사를 권장
하시는 말씀을 방방곡곡에 알리시니, 슬프다 농부들이여, 아무리 무지하다고
한들 네 자신의 이해관계를 제쳐 놓고라도 임금님의 뜻을 어기겠느냐?
밭과 논을 반반씩 균형 있게 힘대로 하오리다. 일 년의 풍년과 흉년을 예측
하지는 못한다 해도, 사람의 힘을 다 쏟으면 자연의 재앙을 면하나니, 제 각
각 서로 권면하여 게을리 굴지 마라.

일년의 계획은 봄에 하는 것이니 모든 일을 미리 하라. 만약 봄에 때를 놓치
면 해를 마칠 때까지 일이 낭패 되네, 농지를 다스리고 농우를 잘 보살펴서,
재거름을 재워 놓고 한편으로 실어 내어, 보리밭에 오줌 주기를 세전보다 힘
써 하소, 늙으니 운이 없어 힘든 일은 못 하여도, 낮이면 이엉을 엮고 밤이면
새끼 꼬아, 때맞추어 지붕을 이니 큰 근심을 덜었도다. 과일 나무 보굿을 벗
겨 내고 가지 사이에 돌 끼우기, 정월 초하룻날 날이 밝기 전에 시험 삼아 하
여보고, 며느리는 잊지 말고 송국주를 걸러라. 온갖 꽃이 만발할 봄에 화전을
안주 삼아 한번 취해 보자.

정월 대보름날 달을 보아 그 해의 홍수와 가뭄을 안다 하니, 농사짓는 노인의
경험이라 대강은 짐작하네. 정월 초하룻날 세배하는 것은 인정이 두터운 풍속
이라. 새 옷을 떨쳐입고 친척과 이웃을 서로 찾아 남녀노소 아이들까지 몇 사
람씩 떼를 지어 다닐 적에, 설빔 새 옷이 와삭버석거리고 울긋불긋 하여 빛깔
이 화려하다. 남자는 연을 띄우고 여자애들은 널을 뛰고, 윷을 놀아 내기하니
소년들의 놀이로다. 설날 사당에 인사를 드리니 떡국과 술과 과일이 제물이로
다. 움파와 미나리를 무싹에다 곁들이면, 보기에 새롭고 싱싱하니 오신채를 부
러워하겠는가?보름날 약밥을 지어 먹고 차례를 지내는 것은 신라 때의 풍속이
라. 지난해에 캐어 말린 산나물을 삶아서 무쳐 내니 고기맛과 바꾸겠는가? 귀
밝으라고 마시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으라고 먹는 생밤이라. 먼저 불러서 더위
팔기와 달맞이 횃불 켜기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로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