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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롯가 이야기 ㅡ 거울속의 첩 ㅡ

鄭宇東 0 1753
ㅡ 거울속의 첩 ㅡ

옛날 어느 시골마을에 사는 한 꽁생원이 서울 구경을 하러 가는데
떠나기 전에 아내가 단단히 이르기를
"여보, 서울에 가면 꼭 머리빗을 사다 주구려" 하고 신신 당부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골 양반이 난생 머리빗을 구경해 보지를 못해서
"그놈의 머리빗이라는 게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알아야지"
그러니까 아내가 하늘에 뜬 반달을 가리키면서
" 그 머리빗이라는 건 꼭 저 반달 같이 생겼으니, 혹 잊어버리거든 달을
쳐다보고 생각해 내시구려" 하였습니다.

이 사람이 서울에 가서 이것 저것 구경 잘 하고 돌아올 때가 됐는데, 그제야
아내가 뭘 사오라 한 부탁이 생각났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달을 쳐다보면 생각날 거라고 하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하늘을 쳐다보니, 그런데 그 사이에 한 열흘이나 지났는지 떠날때 반달이던 것
이 벌써 꽉 차서 둥그런 보름달이 되어 있었습니다.
"옳거니! 저렇게 둥글게 생긴 것만 사면 되렸다" 하고 이튿날 저자거리로 나가
온갖 물건을 다 파는 가게를 기웃기웃 살펴보아도 달같이 생긴 물건을 못보아
주인에게 여인이 쓰는 둥근 물건으로 설명하여 거울을 사서 행낭에 넣었습니다.

아내에게 자랑스레 보퉁이를 끌러 비춰 본적도 없는거울을 건네주니
이리 보고 저리 보던 아내가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놀라서 시어머니께
남편이 서울 가서 젊은 첩을 데려 왔다고 울며 불며 야단이고, 이를 본 시어머
니는 시앗을 보더라도 늙은 할망구를 왜 데려 왔느냐 하는 난리통에 시아바지
도 끼어들어 거울을 보며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났다고 절을 하고 한
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런 야단법석중에 우리의 주인공이 등장하여
거울속에 비친 잘 생긴 장정을 보고 왠 놈의 사내가 남의 집에 와 있느냐하며
거울을 내동댕이쳐서 거울이 부서지니 화근이었던 젊은 첩도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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