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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롯가 이야기 ㅡ 화수분 ㅡ

鄭宇東 0 1827
화롯가 이야기 ㅡ 화수분 ㅡ
 
 
화수분(貨水盆)은 안에다 온갖 물건을 넣어 두면 새끼를 쳐서 끝없이 나오는
보물단지라는 뜻으로 ‘재물이 저절로 자꾸 생겨서, 아무리 써도 줄지 않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 속담에서 '화수분을 얻었다.'는 돈이나 곡식같은
재물을 물쓰듯하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원래는 이 말도 중국에서 유래한 말로 진시황때에 있었다는 하수분(河水盆)에
서 비롯한 말입니다. 중국 진시황이 만리 장성을 쌓을 때 군사 십만 명을 시켜
황하수(黃河水)를 길어다 큰 구리로 만든 동이를 채우게 했습니다. 그 물동이가
얼마나 컸던지 한번 채우면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황하수 물
을 채운 동이라는 뜻으로 '하수분'이라고 하던 것이 나중에 그 안에 온갖 물건을
넣어두면 새끼를 쳐서 끝이 없이 나온다는 보배의 그릇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또 우리문학 작품중 <화수분>은 늘봄 전영택이
1925년 조선문단에 발표한 사실적 인도주의적 경향의 단편소설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비극적인 환경속에서 빈곤에 시달리는 화수분 일가의 궁핍한 삶의 현실
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범, 어멈의 착한 성격과 가난한 상황을 작
가의 주관을 개입시키지 않고, 냉정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결말 부분의 화수분
내외가 얼어 죽고도 아이가 생존한 장면은 자기 희생을 통한 구원이라는 인도주
의적 특징을 잘 보여 줍니다. 화수분이라는 제목은 인도주의 작가의 불쌍한 주인
공에 대한 공상적 구원책이요 처방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옛날 이야기에서 화수분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개구리들이 그들의 목숨을 구해 준 이에게 보은품으로 준 화수분바가지하며
잊기 잘하는 도깨비가 돈을 갚으러 왔다가 준 무엇이든지 청하기만하면 뚝딱 만
들어 내는 다듬잇돌 요술방망이와 언제나 더운 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냄비하며
과부도끼비가 같이 살아준 어리숙한 젊은이에게 은공으로 준 보물중에
뚝닥하면 보물을 낳는 (요술)방망이가 아닌 몹시 매질하는 도깨비 방망이와
그것을 펴놓고 손뼉을 짝짝치면 입쌀이 수북히 생기는 화수분보자기와
엉덩이를 찰때마다 금돈을 내놓는 보물 같은 말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서양의 신화에는
포도주를 마셔도 마셔도 자꾸만 채워지는 바우키스할멈네의 술병이 있고
손을 넣어 끄집어 내기만하면 온갖 맛진 음식과 신선한 과일과 값비싼 재물이
나오는 지하세계의 신 플루스트에게 있는 풍요의 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람둥이 아프로디테와 광란의 주신 디오니소스 사이에서 태어난 프리아포스의
비정상적으로 큰 성기도 비는대로 속속 다시 채워지니 이 또한 일종의 풍요의 뿔
이라 할수 있고 또 우리식의 화수분단지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다 놀랍게도 각종 곡식을 산출해 내는 나일강까지도 풍요의 뿔로
이해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이 참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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