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자료실 > 신요칼럼
신요칼럼
 

화롯가 이야기 ㅡ 버린 딸, 버리덕이 ㅡ

鄭宇東 0 1869
화롯가 이야기 ㅡ 버린 딸, 버리덕이 ㅡ
 

옛날 옛적에, 호랑이가 담배 피우고, 까막까치가 말을 하던 시절에
어느 마을에 딸만 여섯 낳은 양반네 부처가 있었습니다. 근심 걱정에 잠을 못 이루던
때에 탁발하러 온 스님의 말대로 암자에 가서 석달 열흘 백일불공을 들여 낳고보니
또 딸이였거늘 그 양반이 화가 나서 그만 내다 버리라 하였지만 부인은 아무 말도 못
하였습니다. 애기를 마굿간에 버렸지만 말이 보호하고, 외양간에 버려도 소가 보호
하며 돌보거늘, 하는 수 없어 산에 갖다 버렸더니 짐승들이 젖을 물리고 새들이 먹을
것을 물어다 주며 애기를 거둬 키워서 마침내 어엿한 규수로 장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이 이렇게 버려졌다고 해서 "버리덕이"가 되었습니다.

우리신화에 바리데기(혹은 바리공주)설화가 있는데
학자들은 이 바리데기가 심청이 등 많은 고대 작품의 원형이라 하는 것을 듣고
그 당시에는 인도전설의 인물쯤인가 치부해 버렸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바리데기
는 버리덕이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하는 쪽으로 심증이 굳혀집니다.
( 이후 이하에 전개되는 이야기는 두 개의 설화가 서로 넘나든다 하여도 좋습니다.)

아버지가 늙어 병이 위중한데 먼나라에 가서 약을 구하여 달라 부탁하였건만
아버지 덕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위로 여섯 딸들은 핑게를 대어  못한다고 피해가고
이제 할수 없이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산속으로 버리덕이를 찾아가 부탁을 합니다.
ㅡ 지금 네 아버지가 병이 위중하여 백약이 무효한데 오직 서천 서역국 시약산 약물
    을 떠다 먹이면 살릴 수 있다는데, 네가 그리 할수 있겠느냐?
ㅡ 나를 낳아 주신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천리고 만리고 가겠습니다.
하고는 먼길로의 여장을 꾸려 서천 서역국으로 모험을 떠났습니다.
이 여행과정은 헤라클레스의 모험이나 오딧세이의 긴 여정에 맞먹을 정도입니다.
 
버리덕이는 몇날 몇일을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자꾸자꾸 갔습니다.
가다가 들판에서 노인을 만나 밭을 갈아 주고 서천 가는 길을 물어서 가고
다음에는 개울가에서 할머니를 만나 빨래를 해주고 서천 길을 묻고
또 개울가를 따라가다 숯장사를 만나 숯을 하얗게 씼어주고 길을 안내받아
고개넘어 천리를 가서 풀메는 할머니를 만나 풀을 다 뽑아 주고 다음 길을 물어
또 배를 타고 만리를 가서 바둑 두는 노인에게 서역국 시약산 약물 길을 물으니
시약산 가는 길이 험하다하면서 위험할때 던지라면서 꽃 세 송이를 주어서
산고개길을 오르다 무서운 산짐승들을 만나 빨간꽃을 던져서 위험을 피하고
고개마루에서 갖가지 귀신들을 만나 노란꽃을 던져 소란을 피하고
내려오다가 열자나 되는 구렁이가 혀를 날름거리며 위협하는 것을 하얀꽃을
던져 위험을 피해 오니 향기가 은은하고 기화요초가 만발한 큰 산이 앞을
가로 막는데 그 길목을 낯이 얽었고 등이 굽은데다가 팔이 곱배팔인 총각이
떡 버티고 있길래 그에게 약수길을 물었습니다.

ㅡ 길 지키는 저 총각님, 시약산 약물은 어디 있나요?
ㅡ 여기가 시약산인데 약물은 왜 찾소?
ㅡ 아버지가 병이 나서 이 약물을 먹이면 낫는다하여 여기까지 찾아 왔습니다.
ㅡ 내가 그 약물을 지키는 사람인데, 약물값은 가져 왔소?
ㅡ 먼길을 급히 오느라고 미쳐 챙기지 못하였습니다.
ㅡ 그러면 나와 혼인하여 아들 삼형제를 낳아주면 이 약물을 주리다.
이리하여 삼형제를 낳고 드디게 조금밖에 안 나오는 약수를 한병 받아서는
한 아이는 등에 업고, 한 아이는 품에 보듬고, 큰 아이는 걸리고 하여
산 넘어 천리길 물 건너 만리길을 바람 같이 달려 고향에 가니 애석하게도
아버지는 이미 죽어 상여에 실려 저승길을 헤매고 있습니다.
상여를 멈추게 하여 관뚜껑을 열고 약수터에서 꺾어온 그 빨간 피살이꽃을
문지르니까 피가 살아나고, 또 노란 살살이꽃을 문지르니까 살이 살아나고
숨살이꽃을 문지르니까 다시 숨을 쉬면서
ㅡ 아, 봄잠을 달게 잤구나! 하며 일어나 남여를 타고 집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버리덕이는 아버지를 살리고 오래 오래 잘 살았습니다.
오래 잘 살다 죽어서 아버지, 어머니, 버리덕이는 겨울 하늘에 삼태성이 되고
세 아이는 달 뒤를 따라가는 별 셋이 되었더라 합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