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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롯가 이야기 ㅡ 爐邊情談 ㅡ

鄭宇東 0 1493
화롯가 이야기 ㅡ 爐邊情談 ㅡ


이전에 할아버지 아재와 조카, 사촌 형 육촌 동생이 한 집안에 같이 살적에
우리 할매할배가 줌치에서 밤 한톨을 꺼내어 놋화롯불에 묻어놓으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작하면 아이들은 숨도 크게 쉬지 않고 귀를 기울여서 금새 이야기에
빠져 들곤 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화롯가의 이야기로 조금 현학적으로 말하여
노변의 정담(爐邊-情談)쯤이 될 것입니다.

나는 어릴때 우리 할머니가 밥알을 흘려 버릴때도 그랬지만
무슨 이야기끝에 사람들이 무심결에 버린 음식물은 제석천 하늘님이 그 밥풀 하
나까지라도 다 삭아 없어질때까지 슬프게 운다고 하며, 곡식 낱알 하나라도 소
홀히 하지 말며 농사꾼의 수고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일러 주었던 이야기
가 지금도 나의 뇌리에 생생히 오래오래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것이 옛날의 대가족제도에서 어린이를 키우는 이점이고 오늘날 부
부와 자식만으로 구성되는 단촐하여 좋지만 웃 어른들의 사랑과 교훈이 결여되
는 핵가족시대에 우리 아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가정교육이고 인성교육이 아
닌가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나와 한글불경을 좀 읽었습니다. 그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어느 스님이 가사 장삼을 부유한 신도로부터 많이 시주 받았습니다.
이를 본 다른 스님이 그 스님을 욕심이 많다고 비난하였습니다.
그 스님은 많은 가사 장삼을 혼자만 입는 것이 아니라 다른 스님들과 나누어 입
으며 자기가 입은 옷이라도 낡아지면 이것을 이불보퉁이로 쓰다가 이것이 낡아
지면 방석의 거죽으로 쓰다가 또 이것이 낡아서 못 쓰게 되면 발 닦는 걸레로 쓰
다가, 헤어져서 이것으로마져 못 쓰게 되면 흙벽 바를때 고갱이로 사용한다 하였
습니다. 나의 물자생활의 큰 틀은 여기에서 배운 것이며 물건을 사도 조금 높은
값을 주고 양질의 것을 사서 오래도록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원칙을 삼게 되
었습니다. 지난날 한때 유행하였던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는 "아나바다"
국민 정신운동의 시원이 바로 여기 그 스님의 절묘한 물자절용법에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말고도 그 이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해님과 달님이 하늘에 있고, 수수깡이 피흔적을 가지는 사연의 이야기
무슨 소원이든지 원하는 것을 이루워 주는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
착한 가난한 사람에게 재화를 무진장 만들어 주던 화수분이야기
끼니때마다 살짝 고동집에서 나와 맛있는 상을 차려 주던 고동각시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어린 나는 마음씨 곱고 예쁜 고동각시와 결혼하기
로 작정하고 또 화수분을 얻어 남부럽지 않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허황된
꿈을 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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