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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ㅡ 노인의 지혜 ㅡ

鄭宇東 0 2091
사랑방 이야기 ㅡ 노인의 지혜 ㅡ
 
 
부모님을  늙으면 깊은 산중에다 갖다버리는 기로(棄老) 설화가 있습니다.
한 청년이 늙은 어머니를 버리려고 지게에 얹어 지고 가는데, 머리위에서 뚝뚝뚝
나뭇가지 꺽는 소리가 들려 이상해서 어머니에게 물었더니 "자네가 돌아 갈 때에
길을 잃지 말라고 표시를 해 두는 것"이란 말을 듣고 청년은 그만 코허리가 시큰
해 지며 눈물이 앞을 가리어 더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해가 지
기를 기다려 도로 업고 돌아와 지하실에 숨기고 아무도 모르게 봉양하였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이웃나라에서 사신이 왔는데 세가지 수수께끼를 내고 이 문제를
기한까지 풀지 못하면 군사를 내어 치겠다는 위협을 하였습니다. 세가지 문제는
첫째는, 아홉구비 구멍을 가진 구곡주(九曲珠)에 실을 꿰는 일이고,
둘째는, 호리병 안쪽에다 병을 깨지 않고 종이를 빈틈 없이 바르는 일이었고
셋째는, 재(灰)로 새끼를 꼬라는 어려운 문제이었습니다. 다급한 조정에서는 이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는 후한 상을 내려 주곘다는 방을 내 걸었습니다.
밤에 어머니의 밥상을 차려 들어온 아들에게서 이런 얘기를 들은 어머니는 그게
무슨 어려운 일이라서 걱정하느냐며 다음과 같이 해답을 일러주었습니다.

첫째 문제는 개미허리에 실을 맨 다음 다른 한쪽에서 맛있는 음식냄새를 풍기면
개미가  그 냄새를 맡으면서 찾아 들어가면 실이 저절로 꿰어질 것이고
둘째 문제는 종이를 뜨기 위하여 마련한 닥나무 물을 병에 담갔다 쏟기를 여러번
되풀이 한 다음에 병을 말리면 저절로 종이가 빈틈없이 발라진다고 하였고
셋째 문제는 짚으로 꼰 새끼줄을 소금물에 담갔다가 말려서 불에 태우면 새끼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되므로 재로 꼰 새끼가 된다고 쉽게 풀어 주었습니다.
청년은 곧장 조정으로 달려가 어머니가 일러 준 지혜를 다 말하였습니다.
조정에서는 젊은이에게 상을 내리려 하자 어머니를 버리려다 그러지 못한 저간
의 사정을 다 아뢰고 죄벌 주기를 청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청년의 죄를
용서해 주었을뿐만 아니라 나이만큼 또 지혜도 많은 노인을 버리는 폐습과 악법
을 폐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구곡주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조금 알고 있는 九曲玉이 생각납니다.
공자가 반대파의 어려운 시험에 들어 위와 같은 방법으로 난관을 벗어나지만
두 이야기가 조금 다른 점은 진주가 아닌 아홉구비의 옥구슬을 꿀에 담갔다 건져
내면 옥구슬 구멍에 꿀이 남는데, 이때에 허리에 실을 맨 개미가 꿀을 따라 구슬
구멍을 통과하면 저절로 실이 꿰어져서 어려운 문제를 푼다는 구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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