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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칼럼
 

사랑방 이야기 ㅡ 연지와 곤지 ㅡ

鄭宇東 0 2206
ㅡ 한국의 전통 색상과 연지곤지 ㅡ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의 5가지 색을 오방정색이라 말합니다.
음과 양의 기운이 생겨나 하늘과 땅이 되고 다시 음양의 두 기운이 목(木)ㆍ화(火)ㆍ
토(土)ㆍ금(金)ㆍ수(水)의 오행을 생성하였다는 음양오행사상을 기초로 합니다.
오행에는 오색이 따르고 방위가 따르는데, 중앙과 사방을 기본으로 삼아 황(黃)은
중앙, 청(靑)은 동, 백(白)은 서, 적(赤)은 남, 흑(黑)은 북을 가리킵니다.
이 가운데서 적(赤)은 오행 가운데 화(火)에 해당하며 생성과 창조, 정열과 애정,
적극성을 뜻하여 가장 강한 벽사의 빛깔로 쓰였습니다.

이처럼 음양오행사상에 기반하여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벽사를 위해 혼례 때 신부가 양볼에는 연지, 이마에는 곤지를 바르는 것,
척사 무병을 기원해 돌이나 명절에 어린아이에게 색동저고리를 입히는 것,
간장 항아리에 붉은 고추를 끼워 금줄을 두르는 것,
잔치음식상의 국수에 올리는 오색 고명,
붉은 빛이 나는 황토로 집을 짓거나 신년에 붉은 부적을 그려 붙이는 것,
궁궐ㆍ사찰 등의 단청, 고구려의 고분벽화나
조각보 등의 공예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우리나라에는 결혼식 때 새색시의 얼굴의 양볼에 연지를 바르고, 이마에 곤지를 찍
는 풍습이 있는데 이것은 붉은 색이 악귀를 물리친다는 주술적인 의미가 부여되어
있는 화장술의 하나로서 결혼식의 신성함을 지키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는 TV에서 방송되는 사극을 통해 전통 결혼식 장면에서 신부가 연지곤지를 찍
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장면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옛 풍속에서
재혼하는 여성은 볼과 이마에 연지를 칠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연지곤지
화장의 유래는 초혼과 재혼의 차이에서 찾는 것이 더 옳을 듯 싶습니다. 그렇다면
연지곤지 화장은 숫처녀임을 표현한 것이라는 다른 설도 있습니다.

또  한가지 다른 설로는
옛날 중국의 한나라 때는 천자제후의 궁녀(宮女)들의 월경이 있을 때는 잇 꽃에서
만들어진 붉은 연지를 얼굴에 묻혀서 월경 중 임을 표시했다 하며
나중에는 월경의 유무에 상관없이 화장용으로 연지를 볼, 입술, 손톱 등에 칠하기에
이르렀다는 설이 있습니다.


ㅡ 청실홍실을 묶다 ㅡ

결혼6례의 납폐례에서 신랑집에서 보내는 그 함에 청실홍실을 걸쳐 장식하는 것도
다 사연이 있습니다. 청색채단은 홍색지에 싸고, 홍색채단은 청색지에 싸서 청홍색
실로 엮은 줄로 묶습니다. 천생연분으로 배필이 될 사람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여 청실홍실이 배필을 증명하는 까닭과 사연은 월하노인(月下老人)이 미
리 배필로 정해 주어야 부부가 된다는 전설에 근거합니다.

옛날 어떤 청년이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는데 산속을 가던 중 날이 저물어 불빛이
보이는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집에는 호호백발 노인이 청실과 홍실을 하나씩 꺼내
어 꽁꽁 묶고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청년이 그 연유를 물으니 청실남과 홍실녀
를 묶어서 짝을 지워 주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청년은 자기의 배필이 누구인지 알
려 달라고 하자 노인이 말하기를 15년 뒤에 혼인하겠으며 신부는 시장통 해장국 집
의 코흘리게 딸이라는 것입니다. 상놈 출신의 딸이 자기의 배필이라는 말을 들은 청
년은 그 길로 해장국 집으로 달려가 등에 업혀 있는 코흘리개 어린아이를 찌르고 도
망쳤습니다. 칼이 빗나가 아이는 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청년이 나이가 차서 혼인을 하려고 약혼을 하면 처녀마다 죽어 버리는 변괴
가 일어났습니다. 약혼하는 처녀마다 요절을 하자 누구도 그에게 시집오겠다는 처
녀가 없었습니다. 결국 나이도 들어 노총각이 되고 양반 가문의 딸과는 혼인을 할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천민의 딸이라도 좋으니 혼인만 할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마침내 약혼을 하고 혼인을 하는 날이 되도록 이번에는 신부가 죽지 않아서 혼인식
을 치렀습니다. 첫날밤 떨리는 가슴으로 신부를 보니 이마에 칼자국이 있었습니다.
사연을 물으니 15년 전 시장통에서 어머니 등에 업혀 있는데 어떤 괴한이 뒤 뒤에서
칼로 찌르고 도망갔다는 것입니다. 청년은 그 괴한이 자기 였음을 알았으나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아내를 끔찍이 위하며 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 전하는 이야기인데
원래 월하노인은 중국의 고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속유괴록>이라는 책에 보
면 당나라 때 위고라는 사람이 달밝은 밤에 길을 가다가 청실홍실을 묶어서 부부의
인연을 맺어 주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 노인을 일러 월하노인이라고 불렀다 합니다.
중국에서 전한 고사가 우리나라에 와서 살이 붙고 옷을 입어서 위와 같은 재미있는
설화로 탈바꿈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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