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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ㅡ 오사리 잡것들 ㅡ

鄭宇東 0 1849
사랑방 이야기 ㅡ 오사리 잡것들 ㅡ
 
 
우리 김장김치를 담글때 새우젓은 육젓을 상품으로 칩니다.
서해안에서 6월 사리때 잡히는 새우는 새하얗고 깨끗해서 새우젓은 육젓을 꼽는
것인데, 5월 사리때 잡히는 것은 밴댕이, 꼴뚜기, 게새끼등 각가지 것이 섞입니다.
그래서 사람중에도 못된 짓만하며 지저분하게 구는 사람더러 "오사리 잡X"이라
고 욕합니다. (원래는 잡뒤에 놈을 씁니다만 혐오불가용어라서 비켜 갑니다.)
6젓처럼 순정하고 완벽한 것이 좋겠지만 우리세상 언제 어디에 순정품만이 있으
며, 있어도 극소수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흠과 실수가 있는 오사리 잡것들입니다.

금이 간 물항아리가 흘린 물이 길가를 푸르게 하듯 우리 인생도,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오는 완벽한 사람보다는 좀 너슨하고 바보스러운 사람들의 실수
와 치행이 사랑스런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인생을 풍요롭게 살찌워 줍니다.
지체 높은 고관대작이나 고고한 도학군자선비나 탈속한 성스러운 종교인들 보다
대동강 물까지 팔아 먹은 봉이 김선달의 억지주장과 청산유수로 늘어 놓는 궤사,
맛있는 냄새값을 받으려는 음식점 자린고비 주인에게 엽전을 흔들어 그 소리로
셈을 치루는 정수동의 재치와 해학이 우리를 한없이 즐겁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악의 없이 떠벌리는 허풍쟁이와 사회적 굴레에
매여 행동하지 못하는 마음 약한 소심자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바람둥이의
행동이 그래도 따뜻한 체온으로 닥아와서 모래같이 삭막한 세상에 정이 발로되
는 인간미를 더해 주기에 그래도 살고 싶은 세상으로 만들어 지게 됩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아끼고 사랑히는 잡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들 마음속 응어리
를 싹 풀리게 해 줍니다. 발을 벗고 맨땅을 디디는 기분으로 이땅에서 자란 겨레
의 느낌과 정서를 맛볼수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이들은 입을 열었다 하면
코가 주먹만하고, 인절미는 짚신짝만하고, 귀가 베개만하고, 이가 소만하고
음식 한번 나눠 먹는데 인색하면 눈곱자기만큼 적게 보내 왔다고 표현하는데 
우리는 이런 말들에서, 분명한 척도가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신토불이로 이
땅에 태어나 하고 많은 하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에 형성된, 논리로 따질수 없는
익살로 치부하는 아량을 보여 그냥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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