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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칼럼
 

불경에서 주운 이삭

鄭宇東 0 1874
불경에서 주운 이삭

 
죽장 망혜 바랑에 입은 옷 한벌이면
세상천지에 못갈 곳도, 못살 것도 없는 것이 雲水行脚 스님들의 생활입니다.
한번은 아난다 존자에게 왕후가 500벌의 가사를 시주하였는데 이일을 들은
왕이 너무 많은 공양을 받는 것은 욕심이 너무 많은것이 아니냐고 힐난했습니다.
이때 그 스님이 이 사건을 해명하는 자리에서 이웃들에게 들려준 말은
평생토록 나의 뇌리에 길이 그리고 깊이 새겨져서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물론 자기도 한벌은 입었지만 여분의 옷은 모두 동료 스님들과 나누어 입었으며
자기가 입은 단벌옷마저도 헤어져 못 입으면 좌상덮개로 사용하고 더 헤지면 다시
벼개홑청으로 쓰며 더 헤어지면 자리깔개로 쓰고 더 헤지면 걸레로 쓰다가 이것을
마지막에는 진흙에 섞어 벽바르는데 쓸만큼 "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쓰는"
현대말로 바꾸면 이른바 아나바다운동의 원조를 그때부터 배운 것입니다.
이후로 나는 필기구 하나나 일상용품 하나를 사도 다용도 다목적의 물건을 될수
있는대로 고가-고급품질을 장만하여 아나바다운동을 자연스레 전개해 온 셈입니다.

여러 사람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는 사람도 많지만 남여의 이성사이에서는
탈도 많고 말도 많습니다. 특히 스님과 여신도 사이에서 있을 법하지도, 있어서는
안될 사건사고가 생기고 말썽도 더러 생깁니다. 이런 터수에도 모범적인 수도생활을
하는 핀돌라 스님에게 어떻게 하여 여신도들과 말썽부리지 않고 잘 지내는지 물으니
핀돌라 스님이 왈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일찍부터 가르치시기를
" 나이가 자기보다 많은 여인은 어머니로 여겨 대접 공경하고
나이기 자기와 동년배인 여인은 누이로 여겨 형제처럼 우애로 대하고
나이가 자기보다 많이 어린 여자는 딸아이로 여겨 자식처럼 사랑하라"고 하셨답니다.
일체 유심조(一切唯心造)이고 세상만사가 우리 마음 하나 잘 잘못 갖기에 달렸습니다.
수도와 수행이 잘된 스님의 행적이 참으로 고고하여  나의 한 사표가 되었습니다.

절간에서나 수도자에게는 소식 금욕 불허언 등의 계률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적이고 일반적으로 계률인 것도 비상한 경우에 외예적으로 파계하는
경우를 편법으로 생각하고 용인하는 좋은 전통이 있어서 숨막힐듯한 경우에도
여유가 좀 있습니다.
고기를 먹고 기름진 음식을 금하고 있지만 부처께서 육년의 고행끝에 피골이 상접
하여 기운을 못 차릴 적에 우유쌀죽을 끓여온 수자타목녀를 축복하고 그 죽을 먹고
기운을 차렸습니다.
심지어 어떤 수행자가 어느 여인이 육체적 욕망을 못이겨 절망할때 이를 충족시켜
주는 융통성까지 발휘하는데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사리를 잘 모르는 어린이에게 화재현장에서 방편으로 과자를 준다하고 거짓말하여
위험을 벗어나게 하는 것은 거짓이 나쁘니까 절대 못하는 것이 아니고 귀한 생명을
구하는 방편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날 절을 찾은 단하 천연선사(丹霞 天然禪師)가 법당에 있는 목불을 꺼내
불을 지펴서 추위를 면하고 있었습니다. 주인스님이 손스님의 경거망동을 책망하
니 신심 깊고 수행 높은 사람들에게 숭앙의 대상이 된 나무부처에게서 사리를 얻자
고 한다하니 나무에 무슨 사리가 있느냐고 욱박지르니 사리도 안 나오는 나무라면
태워서 몸을 덥혀 좋다고 응수하였습니다. 믿음이 독실하지 못한 우리같은 시정배
들이사 목불에게서 사리를 얻는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억지를 부리는 소리이지
만 이말의 근저에는 애시당초부터 주인은 방을 데워놓고 손님을 맞아야 한다고 일
갈하는 데몬스트레이션이 전제로 깔려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이단 데바의 꼬임으로 마가다국의 아자아타왕자는 반란을 일으켜 왕이 되고 부왕을
감옥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옥에 갇힌 왕에게 면회를 가도 규칙때문에 음식을 가져가
지 못하는 바이데히이 왕비는 자신의 몸을 깨끗이 목욕하고 밀가루를 꿀에 반죽하여
몸에 바르고 가서 이를 벗겨 왕이 먹고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이런 수준의 얘기라면
내가 이제까지 모우던 솔로몬의 지혜의 하나에 포함시켜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이 길을 가다 버려진 새끼줄을 주워 오게하니 비린내에 썩는 냄새까지 납니다.
다시 더 가다 떨어진 종이를 주워 오게하니 향긋한 냄새가 정신을 가다듬게 합니다.
수양과 노력으로 꾸준히 정진한 사람은 향싼 종이요, 또 향자체인 것으로 비유하고 
유희와 호사로 게으름을 피고 논 사람은 생선을 묶었던 새끼줄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이말은 지금 종사하는 일의 중요성을 교훈적으로 가르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더불어 지금 사귀는 동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 속담에도 近朱者赤 , 近墨者黑 (근주자적, 근묵자흑)이라 하였으니
붉은 것에 가까이 하면 붉어지고, 검은 먹에 가까이 하면 검게 된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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