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자료실 > 신요칼럼
신요칼럼
 

하이브리드 지식세계

鄭宇東 0 1337
하이브리드 지식세계


"학문간 경계와 벽을 허물자"는 구호는
이제와서는 이미 보편화된 화두이자 시대의 현실적 요청이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 인류의 역사는 소통의 역사입니다. 과학의 진보 역시 다양한 문명
간 학문간의 소통을 기반으로 이루워져 왔습니다. 17세기에 출현한 근대과학
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의 과학 전문분야로 세분화되어 발전해 왔습니다.
이와 같은 과학과 지식의 세분화로 학문간의 벽이 높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과
학의 진보는 항상 학문간의 소통을 기반으로 했으며 이를 확산시키는 방향으
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그 결과 20세기 들어 해양생물학, 지구물리학, 바이오
물리학, 인지심리학, 금융수학에서 IT(정보통신), BT(생명공학), NT(나노기술),
ET(환경생태), ST(우주항공술), CT(문화콘텐츠) 사이의 상호융합까지 새로운
분야들이 출현하였습니다.

오늘날 천문학을 연구하기 위해선 수학과 물리학이라는 언어를 컴퓨터와 각종
첨단기기로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고도의 공학적 지식이 요구되
는 것은 당연합니다. 심지어 외계생명체 탐사를 위해 생물학과의 협업도 불가
피합니다. 사회학의 경우에도 복잡한 사회현상을 해석하기 위해 능숙한 통계학
적 지식은 이제 필수가 되었고, 정치 경제 행정은 물론이고 기술공학등 다양한
분과의 학문지식들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동물의 뇌해부용 메스와 MRI 를 자유
자재로 다루는 심리학자를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날이 변하
기가 바쁘게 언어사회학이니 생물물리학이니 하는 등의 신조용어가 곳곳에서
양산되고 있는 잡종지식에 대처하는데 기가 질립니다.

학제간 연구의 이러한 범람현상은 자신의 전문영역에 갇힌 전문가가 아니라
보편적 시야를 가진 백과사전적 지식인의 출현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경제개발이 환경오염과 무관할 수 없고, 생명공학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인간윤리의 위기와 별개일 수 없으며, 혁신적 발명 하나가 정치, 사회, 경제질
서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경제학자도 환경에 대해 바른
식견을 가져야 하고, 윤리학자에게도 최첨단 생명공학에 대한 지식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학문 분과간의 이러한 소통과 협력은 결코 순탄하게만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생산력 증대를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경제학의 논리는 생태계와의 공생이라는
환경윤리학의 모토와 배치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정체성의 수호를 말하는
철학자에게 생명공학의 연구는 위험한 것으로 비칩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
는 입자물리학 실험이 복지재원을 찾고 있는 사회복지학자들에게는 불만인 것
도 사실입니다. 소통과 접합 대신에 갈등과 불신 그리고 오해가 비일비재한 것
이 현실입니다.

학문간의 소통은 비단 학문의 차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후의 변화, 질병
식량, 물, 에너지 부족등 미래를 위협하는 지구와 인류의 현안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인류가 처한 기후변화에 대해 과학적 사실과
합리적 평가를 강조하는 지구물리학적 견해와 사회경제적, 문화적 구조의 차원
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환경사회학적 분석은 문제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다방면
의 해법을 보여 줍니다. 현 인류가 처한 문제는 이미 한가지 학문이나 지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만큼 현대사회는 복잡성계에 진입해 있으며
학문간의 소통과 협력으로 지구와 인류의 현안을 극복해야 할 때입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