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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칼럼
 

3분과 5전을 갖추고

鄭宇東 0 1813
旣集墳典 亦聚群英(기집분전 역취군영)

우리들이 잘 아는 千字文에 적힌 한 구절이지만 풀이하고 이
해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구절중의 하나입니다.
궁정에선 상고시대의 진귀한 서적인 3분과 5전을 이미 모아
놓고 정책 경연을 펼치고, 나라 안팎에서 재능이 특출한 영재
들을 불러 모아서 정치를 하니 백성들이 살기에 편했습니다.

그러면 삼분 오전이란 무엇입니까?
삼분(三墳)은 중국 상고대 三皇의 사적을 실은 책이며,
오전(五典)은 중국 상고대의 五帝의 사적을 적은 책이라 하지만
구체적으로 삼황이 누구누구며 오제가 누구누구인지도 모르고
그 내용도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이런데다 좌전(左傳)에 보이는
能讀三墳五典八索九邱까지 인용하였으니 큰 학문세계입니다.
삼분 오전과 팔색 구구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가진 팔색과 구구
까지를 더한다면 나같은 범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참 어렵습니다.

청나라 초엽에 재능이 뛰어난 원매(袁枚)라는 선비가
그의 정원 隨園의 정문에 자부심에 넘치는 글을 내 걸었습니다.
此地有崇山峻嶺茂林修竹
이곳은 숭산의 준령과 울창한 산림과 긴대가 있고
斯人讀三墳五典八索九丘 
여기 사는 이 사람은 삼분 오전 팔색 구구를 읽었네
하고 자기자랑을 떠 벌렸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서는 심사가 꼬인 멀리 있는 어떤 큰 선비가
원선비를 골려주려고 그가 부재한 때를 틈타 그 집에 찾아가
그의 부인에게 3분5전을 빌려달라고 하였습니다.
부인이 그책을 못찾아 낭패해하다가 귀가한 그에게 그말을
전하니 그 바로 즉시로 그는 그 자랑글을 끌어 내렸습니다.
원래 있지도 않은 전설상의 책으로 그의 유식과 현학을 한번
자랑하려다 정말로 큰 선비에게 크게 놀림을 당한 것을 알았
기에 그의 체면이 말이 안되게 깎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공부자(孔夫子)는
아는 것은 안다. 모르는 것은 솔직히 모른다하면 만사휴의인
것을 유식한체 건방을 떨고 현학을 가장하다가 낭패를 당한다
고 일침을 놓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것들을 헤아릴 줄 아는 것
이 진정한 교양인의 참된 앎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바탕위에
서 살아가는 것이 겸손한 수양인의 제일덕목이라 하겠습니다.

옮길 자리와 직결되는 관련은 없을 지라도
작곡가 오동일 선생은 음악은 물론이지만 인생살이에서도
나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가르침과 큰 깨우침을 주셨습니다.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에게 무슨 내일이 있으며
여름 한철을 살다 사라지는 매미에게 겨울은 또 무엇이고
겨우 한해를 사는 풀벌레에게 내년을 말한다는 것이 무슨 소용
이며 목숨이 이생에 한정된 우리인생에게 영원을 설교하는것이
그 생애에 무슨 소용과 덕이 있겠습니까?
나는 세상만사가 다 이렇다는 것이지, 실제 가치의 유무나 실제
의 시비 진실 여부를 모르니 가치판판을 일시 보류중지하고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卿의 불가지론에 경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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