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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移徙)에 대하여

鄭宇東 0 1690
이사(移徙)에 대하여


이사(移徙)란 거처(居處)를 옮기는 일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에 의하면 국민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갖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이사를 해야 할 여러가지 이유가 생기게 됩니다.
크게는 나라의 사정에서부터 작게는 개인의 사소한 사정에 이르기까지 다양
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있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득한 옛날부터 인간은 생활의 근거지를 찾아 유랑하였고, 원시인들은 이곳
저곳으로 먹을 것을 찾아다녔으며, 몸을 의탁할 수 있는 동굴이나 움막 같은
곳을 찾아 그곳에서 생활하였습니다. 이것이 이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
니다. 그러다가 원시인들은 농경을 하게 되고 농사짓기에 알맞은 강가의 평
야를 따라 이사를 거듭하면서 살았을 것입니다. 그 뒤 국가가 성립되고 지
배자는 도읍을 정하여 국가를 다스려 나가게 되었는데, 사정에 따라 도읍을
옮겨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내 개인에 있어서도 사정과 형편은 대충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나의 이사는 신혼시절 신촌에서 잠시 머물다가,
그냥 산에 오르는게 좋아 마포의 서교동과 성산(城山)동 부근과 은평구의
와산(臥山)자락 신사(新寺)동에서만 줄곧 40여년을 무던히 살았습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베푼 세번의 이사로 가르친 孟母三遷之敎의 장한 의도를
한 적도 없고, 그렇다고 이사가 세상에서 잇속 챙기는 그 흔한 재테크수단
은 더더구나 아니었습니다. 그저 형편대로, 분수껏 옮겨 사는 것 뿐이었습
니다. 말하자면 삿갓 김병연 방랑시인의 竹詩(--- 대로 시)가 나의 지난 날
이나 지금이나 또 앞으로도 살아갈 내 삶의 한결같은 방식입니다.

* 대 시              * 竹  詩              * --- 대로 시
차죽피죽화거죽  此竹彼竹化去竹  이대로 저대로 형편이 되어가는대로
풍타지죽낭타죽  風打之竹浪打竹  바람이 부는대로, 물결이 치는대로
반반죽죽생차죽  飯飯粥粥生此竹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시시비비부피죽  是是非非付彼竹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다고 저대로 붙이세
빈객접대가세죽  賓客接待家勢竹  손님 접대는 집안 형세대로 맞이하고
시정매매세월죽  市井賣買歲月竹  시장거리의 흥정은 시세대로 하세
만사불여오심죽  萬事不如吾心竹  모든 일은 내 마음대로 하느니만 못하니
연연연세과연죽  然然然世過然竹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그냥 지나가세


흔히들 "가정은 개인이 세운 국가의 불가침의 성(城)이다"고 말하여집니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축복받은 큰 샤또를 소유한 대성주이라면 모를까 우리
들 소시민은 일생동안 크고 작은 이사를 몇번씩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도 그동안 여러 차례의 이사회수에서 직장에 출근한다는 핑계로 당연한
가장의 임무를 태만히 하고 어쩜 꼼수로 편안만을 즐겼다는 반성이 따릅니
다. 특히 며칠전 쏠라님이 이사준비 청소를 꼼꼼히 한것에 비할때 말입니다.
요즘은 이사휴가도 주는데 그때는 이사에 휴가낼 생각을 아예 못했습니다.
아무튼 城主(나 家長)는 성을 지켜내고 가꾸어 나가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 국면을 넓혀보면 개인의 이전의 자유가
그 연장선상에서 민족 대이동의 권리를 보장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개인적인 이사인 이주나 이전이 대체적으로 평화리에 진행되는 반면에 인
위적인 대재앙을 불러오는 집단적인 이사인 게르만족이나 몽골족의 민족
대이동은 타민족에 대한 침략과 전쟁으로 이어져서 전승자의 정복과 패전
자의 예속과 멸망으로 엄청난 희비가 교차되어 왔습니다.
 
이제 우리의 지력과 경제적 여력이 지진과 해일이나 화산등 인력으로 막기
힘든 재해에 대하여도 대비책을 강구하는 이 마당에, 사람들이 욕심을 줄이
고 조정한다면 인위적인 재앙은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류 전체를 현인으로 만들 수도 없고 구태여 그럴 필요도 없으며 일부 오
피니언 리더나 몇몇 강대국 위정자의 각성으로 그일은 가능하며, 이것이
플라톤이 말한대로 철학가가 정치를 하는 위정자가 되어야 하는 절실한 소
이입니다. 나도 형 에서의 축복을 가로채서라도 하늘에 오르는 사닥다리를
거는 야심찬 야곱의 꿈을 샤갈처럼 그려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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