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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칼럼
 

데우스 엑스 마키나

鄭宇東 0 1688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

 
고대 그리스극에서 자주 사용하던 극작술(劇作術)의 하나입니다.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극의 해결하기 어렵고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
고, 이를 결말로 이끌어가는 수법입니다. 라틴어로‘기계에 의한 신(神)’
또는 '기계장치의 신'을 의미하며, 무대측면에 설치한 일종의 기중기(起
重機)를 움직여서 여기에 탄 신이 나타나도록 연출한다 하여 이러한 이
름이 붙었습니다.

이 수법을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은 에우리피데스입니다. 그의 걸작 희
곡 <메디아>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저서 <시학(詩學)>에서
"이야기의 결말은 어디까지나 이야기 그 자체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며, 기계장치와 같은 수단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하였습니다.

그러나 <시학>이 저작되기 100여년 전 이러한 비극이 상연될 당시에는
무대에 신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어서, 무대
에 신이 갑자기 나타나게 하는 연출방법이 관중에게 특별한 효과를 발휘
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이 수법은 나중에 중세의 종교극에서 자주 활용하
게 되었으며, 그 후 더욱 일반화되어 몰리에르의 <타르튀프> 제5막에서
와 같이 단순한 기계적인 시추에이션을 예측치 못한 구조의 손길에 의하
여 일거에 해결한다는 통속적인 기법으로 전락하였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중세의 기사담에서 흔히 보이듯
꼭 도움이 필요한 공주나 귀부인에게 절체절명의 긴급상황에서 기사가
전지전능의 신처럼 나타나서 모든 상황을 행복하게 처리해 주는 것도
이러한 수법이고, 이후의 전설이나 동화의 결론에 이르는 중요한 방법
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막장 드라마들에서는 줄곧 진행되던
내용에서 논리적으로 연결되거나 예고된 바 없는 한 인물이나 사건으로
인해 갑자기 갈등이 해결되어 버리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하지만 기적이 잦으면 감흥도 사글어 들고, 허구한 날 신이 강림한다면
그런 신은 하나도 위대하게 느껴지지 않기때문에 현대로 오면서 이러한
해결사의 존재는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마땅히 이러한 복잡한 갈등구
조는 해결사의 만능의 손이 아니라 그것을 만든 인물의 고뇌와 지혜로
풀어 나가야합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복잡한 난제를 안고, 고민을 하다보
면 현대사회에서도 사람들이 쉽게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며 신을 찾고,
정의의 기사를 찾는 심리적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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