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紅樓夢)과 홍학(紅學)


홍학(紅學)은 중국의 고전소설 홍루몽(紅樓夢)과 관련된 다양하고 전문적인
연구를 일괄하여 부르는 이름입니다. 홍루몽은 청(淸)나라 때 조설근(曹雪芹)
이 지은 장편소설로, 18세기 중국 봉건사회상을 배경으로 하여 평범한 일상생
활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입니다. 훗날에 고악(高鹗)이
40회분을 추가하여 모두 120회에 이릅니다. <홍루몽>은 1792년 ‘정을본(程
乙本)’이 초간(初刊)된 이래, 100종 이상의 간본(刊本)과 홍루몽보補, 後홍루
몽, 續홍루몽, 홍루幻몽, 홍루重몽 등 30종 이상의 속작이 나왔고, 작자와 모
델에 관한 평론 등 연구가 계속되어 <홍학(紅學)>이라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
습니다.

소설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사건의 전개, 소설에서 사용한 언어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완성도가 뛰어나 중국 고전소설 중 최고 걸작으로 평가됩니다.
홍루몽의 무대는 주로 금릉(金陵:南京)에 있는 가씨(賈氏)의 저택 안입니다.
등장 인물은 500명을 넘으며, 주인공은 옥을 입에 물고 태어난, 여성의 몸은
물 로 되어 있고 남자의 몸은 진흙으로 되었다는 말을 할 정도의 페미니스트
인 가보옥(賈寶玉)과, 총명하지만 병약한 그의 사촌 누이동생 임대옥(林黛玉),
그리고 가정적이며 건강한 설보채(薛寶釵)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치와 대관
원(大觀園) 등의 건축으로 차차 기울기 시작하는 가씨 집안에서, 보옥은 보채
에 대해서도 호감을 가지지만 대옥과의 결혼을 더 원합니다. 그러나 집안의 실
권을 쥔 할머니 사태군(史太君)은 대옥의 몸이 허약하여 이를 허락하지 않습니
다. 할머니의 계략에 속은 보옥이 보채와 결혼하던 날, 대옥은 쓸쓸히 숨을 거
둡니다. 인생무상을 느낀 보옥은 과거장에서 그대로 실종됩니다. 후일 아버지
가정(賈政)과 비릉(毘陵)의 나루터에서 만나지만, 보옥은 목례만 보내고 승려
와 도사 사이에 끼여 눈길 속으로 사라집니다.

홍루몽에 대해 처음 연구하기 시작한 사람은 지연재(脂硯齋)이며, 처음 나온 연
구서는 주춘(周春)의 열홍루몽수필(閱紅樓夢隨筆)(1794)입니다. 그러나 홍학이
라는 명칭이 처음 나온 것은 청(淸)나라 덕종(德宗:재위 1875∼1908) 때입니다.
홍학은 5·4운동을 기점으로 구홍학과 신홍학으로 나누며, 구홍학은 <석두기색
은(石頭記索隱)>을 쓴 차이위안페이(蔡元培)와 <홍루몽색은>을 쓴 왕몽완(王
夢阮) 등 색은파(索隱派)로 대표됩니다. 5·4운동 이후에는 서구문물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관점과 방법론으로 홍루몽을 연구하였는데, 후스(胡適)는 <홍루몽
고증>을 통해 색은파의 수수께끼 풀이식 연구태도를 비판했고, 위핑보(兪平伯)
는 <홍루몽변>(1923)에서 조설근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때부터 홍학은 중국문화를 연구하는 학문의 하나로 자리잡았고, 1980년에는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될 정도로 세계적인 학문으로 발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