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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가락에 다른 시

鄭宇東 0 1582
같은 가락에 다른 시

우리 가곡에는 한 작곡가 작곡한 가락에 여러 시인의 시로 노래 불려지
는 가곡이 더러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채동선 선생이 작곡한 "고향"의 노래입니다.
원래는 정지용시인의 고향에다가 곡을 붙혔다가 지용 시인이 월북하였
기 때문에 금제곡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이후로는
고향의 흰점꽃이 인정스레 웃어주던 서정의 고향도 퇴색만하여 갑니다.

그러나 노래의 예술성이 너무 뛰어났으므로 가사를 바꾸어서라도
그 서정을 살리고자 몇몇 문인들에 의해 개가사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노산 이은상 선생이 <그리워>를, 박화목 시인이 <망향>을, 소프라노
이관옥 선생이 <고향 그리워>의 시를 짓고 노래까지 불렀습니다.
나는 고교시절 특히 "꽃 피는 봄 사월 돌아오면"으로 시작되는 박화목의
望鄕시로 이노래를 배웠고, 그래서 이 노래 부르기를 좋아합니다. 나로
서는 사월은 망향을 되부르는 달이곤 하였습니다.

이와는 달리, 같은 시가 다른 작곡가에 의해 달리 작곡되기도 합니다.
양명문 시인의 시에다 변훈 선생이 작곡한 명태는
우리 가곡중에서 지금은 가장 잘 알려지고 애창되는 희가곡입니다.
그러나 작곡 당시에는 혹평을 받고 작곡자가 외국으로 떠돌아 다녀야
했습니다. 그뒤 오현명 선생이 노래하여 대환호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양명문 시인은 같은 시를 김동진 선생에게도 주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명태시는 1954년에 작곡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어떠
한 연유인지 작곡자께서 음원이 없다고 아쉬워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뜻있는 제자나 후배가 음반을 만들어서 김옹의 소원을 이루어 주기를
바랍니다.

김규환 선생의 "님이 오시는가"에  탄생비화는 또 다른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생이 KBS에 근무할때 PD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쓰레
기통에 구겨넣는 악보를 펼쳐보니 박문호 시인이 쓴 님이 오시는가
였습니다. 시상이 너무 좋아 다시 작곡하기로 하고 안주머니에 품었
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하고 퇴근하자 마자 시작하여 밤
을 꼬빡 새워 작곡한 이 곡이 김규환 선생의 대표명곡이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詩歌에서도 이런 사례는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아베 마리아>입니다. 성모송(聖母誦)이라는 라틴어
가사에 슈베르트, 바하-구노, 카치아-바빌로프 등이 작곡하였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와 반대되는 것으로 같은 시에 다른 가락
이 붙은 <同詩 異曲>이라 할 작품도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파인 김동환 선생의 <봄이 오면> 시에
김동진 선생과 이흥렬 선생이 각각 작곡한 작품입니다.
다음 (달)에는 그런 동시 이곡인 경우를 한번 살펴 볼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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