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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칼럼
 

화 수 분

鄭宇東 0 2504
화 수 분


 
---------------------------------------------  韓一合纖사보 19791201 제4면게재 ------------------               

이 세상에 요술통 같은 것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다 제공하는 도깨비 방망이도
흥부에게 졸부를 안겨 준 박통도, 구름속 하늘을 나는 용이 품은 여의주도 있지만
나의 뇌리에는 늘봄 전영택의 단편소설 화수분이 비극적인 글의 내용과는 딴판으로
그 고운 이름과 담고 있는 뜻으로서 마치 보물통들의 원형인양 새겨져 있다.
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는 뜻에 꼭 걸맞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때 동화속에서 읽고
그렇게도 먹고싶던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빠스떼에뜨 과자도 이 화수분에서 나온
다고 믿었기에나의 철없는 꿈은 화수분 하나에 압축되어 버렸다. 더 나이들어 책들
을 읽고 생각을 깊이하면서 그것에는 짜라투스트라가 푸고 퍼내어도 다함이 없는
지혜의 샘이 있고, 초원의 목신이 한낮에 졸리운듯이 듣는 감미로운 노래가 있으며
그밖에도 세상의 온갖 진선진미한 것이 다 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두루 도움을 주는 위정자가 되지 못하고 그렇다고 그보다 적은
시혜자도 못된 나는 먹어 비운 쌀 가마니수를 더해 감에따라 화수분에서 꺼집어 내
야 할 물목도 극히 현실적이고 범속한 것으로 변했다. 말하자면 이런것이 고작이다.
일터에 나가 조직속에서 주어진 나의 책무를 성실히 다하고 그 반대급부로 가족끼리
단란하게 거처할 내집을 마련하고, 읽고싶은 책을 들여놓고, 듣고싶은 음악을 즐길
정도의 부(富)에다 조금더 욕심을 부린다면 지천으로 이용해 주기를 바라는 금세기
의 문명의 이기들중 그 일부만의 혜택이라도 누리면서 나날을 사는 것이다.

결코 욕심을 부렸다고 할수 없는데도 물심양면으로 아직도 요원한 표적같이 여겨
지는 나의 작은 소망을 성취하는 방법으로 꾀꼴새가 울지 않는다고 죽여버리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같은 다혈질은 내가 따를 바가 못되고 무슨 술수를 써서
라도 울지 않는 새를 울리겠다던 도요또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간교함은 내 성정
에 더더구나 맞지를 않는다. 꾀꼴새가 울지 않으면 울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마음으
로 천하통일의 대업을 성취한 도꾸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좇아 배우겠다.

얼마전 통근버스안에서 평소 금과옥조로만 여겨오던 성실보다 더한 삶의 성스런 자세
를 보았다. 신촌 이대입구를 지나 아현동으로 오르는 고갯길에서 리어카에 야채를 가
득 실은 건장한 아줌마가 같은 야채장수장정을 땀을 뻘뻘 흘리며 앞질러 가는 열심을
본것이다. 분수를 헤아려 차근차근히 꿈을 펴나간 이 아줌마가 화수분에서 꺼집어 낼
행복의 목록은 얼마만한 크기의 무엇일까를 물으면서 이제까지의 성실이란 덕목에다
이 아줌마의 열심을 보탤것을 다짐하며 출근한 이날 과장대리로의 승진발령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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