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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영도 시/금수현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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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10월27일 서울 정능의 조그마한 [금잔디]유치원에서는 한 쌍의 부부의 은혼식이 올려지고 있었다.
작곡가 금수현씨와 부인 전헤금 여사가 그 주인공이었다.
결혼한지 25년, 이 부부는 4남 1녀의 정성으로 은혼식을 갖게 되었다.
금씨는 부인에게 줄 선물을 여러가지로 생각햇다.
결혼한지 4반세기,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파란없이 서로의 애정과 아이들을 키워온 것은 물질이 아닌 마음이었다.
금씨는 "그렇다. 내 애정을 선물하자!. 내 노래를 선물하자"고 마음 먹었다.

이 무렵 금씨는 [현대문학]에 [無歌詞]라는 수필을 기고했다.
현대시가 서구화되어 운율을 잃은데다 표현이 난이해져 독자를 어리둥절케 한다.
작곡가의 입장에서 현대시를 보면 선율을 붙여보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 것이 거의 없다는 내용의 것이었다.

여류 시조시인인 이영도씨 한테서 그녀의 시조집이 부쳐져 왔다.
그의 수필을 읽고 공감했다는 사연이 곁들여 있었다.
금씨는 이 시조집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한편을 골랐다. 그것이 [구름]이었다.
4장으로 된 이 시조는 이른바 리이드폼(가요형식)을 갖추고 있어 그의 창작욕을 자극했고 더우기 내용이 그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가곡에 있어서의 가사는 곡에 부수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가 빌헬름 뮬러의 철학적인 깊이를 가진 시를 빼놓고서는 생각할 수 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은혼식의 주례는 그의 장모인 김말봉씨와 가까운 시인 이은상씨, 축사는 고인이 된 한글학자 최현배씨가 맡았다. 테너 박인수 씨가 축가로 [구름]을 불렀다.
피아노가 전주를 울리자 48세의 금씨의 얼굴에는 소년처럼 핏기가 어리고 46세의 부인은 고개를 숙였다.
노래가 끝나자 부인의 눈시울은 젖어 있었다. 이 은혼식에는 이영도씨도 참석했다.

금씨에게는 '그네', '파랑새' 등 널리불리는 가곡이 30여곡이나 있다.
그러나 그는 "그 중 한곡을 고른다면?" 하면 서슴치 않고 구름이라고 대답한다.
이런 흐뭇하고 아름다운 사연이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이 가곡은 그의 대부분의 작품이 그러하듯 민속적인 정취를 지니고 있다.
시에 대해 금수현씨는 "구름은 허무한 것 같으면서도 꿈을 안아다 줍니다.
고해를 헤치며 희망의 피안(彼岸)을 갈구하는 내용이지요'라고 설명한다.

이 곡은 그로부터 1년 뒤인 1969년 제1회 서울 음악제가 국립극장에서 열렸을 때
테너 안형일씨에 의해 일반에게 알려져 갈채를 받았다.
그 후 [구름]은 전국으로 퍼져나가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금씨는 1919년 경상남도 김해에서 태어났다. 일본 동양음악학교를 졸업한 그는 경남 도립 극장장을 거쳐 부산사범교감, 경남여중 및 통영고교 교장, 문교부 편수관 등을 지냈다.
그의 저서로는 [표준음악사전],[학생극곡집],수필집으로[거리의 심리학]등이 있으며 가곡집으로 [그네]등이 있다.

글 : 내마음의 노래
참고문헌 : 한국의 명가곡을 찾아서(지철민 저, 무궁화사, 1973)

(무단전재금지)
1 Comments
이수현 2007.10.24 01:55  
금수현씨 작품 특유의 특징이 느껴지는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