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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바다의 소곡외[작곡가 장일남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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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줏빛 바위 끝에, /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남편을 따라가는 수로부인의 미색에 반한 소 끄는 신라 늙은이가 천길만길 낭떠러지에서 따다 '헌화가' 와 함께 바친 꽃은 진달래.
산 따라 올라간 그 꽃은 평안북도에 이르러 "영변에 약산/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놓인 그 꽃을/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라며 꽃길을 여는 김소월의 '진달래' 가 됐다.

예나 지금이나 따스한 기운이 남쪽에서 피어오르면 꽃들은 줄줄이 꽃망울을 머금은 채 북녘으로 올라간다.
꽃과 함께 터져나온 남북정상회담 소식에 북녘이 고향인 사람들의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고향이기에 피어오르는 꽃 그늘서도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고 울음을 삼켜야했던 실향민들. 그들의 고향의 봄이 회상 너머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지금도 눈만 감으면 해주 앞바다가 훤히 펼쳐집니다. 환한 봄 햇살 아래 꽃게잡이를 나갔다가 만선 깃발을 나부끼며 들어오던 배들이 얼마나 당당해 보였는지 몰라요. 뒷산 수양산에는 개나리.진달래가 활짝 피어오르고 꽃 사이를 누비며 새콤달콤한 싱아를 뽑아먹으며 입술이 파래진 얼굴을 서로 쳐다보며 배꼽 잡고 웃었던 친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꼭 돌아가 보고 만나보고 싶습니다."

1.4후퇴 때 월남한 작곡가 장일남(1932.2.-2006.9)씨의 처녀작 '바다의 소곡' 은 고향인 황해도 해주의 산과 봄바다가 낳은 가곡이다.

연평도로 피난 와 바다 건너 가물가물 보일 듯 말 듯한 해주 시멘트 공장의 굴뚝연기만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흘린 눈물이 가곡 '기다리는 마음' 의 비장한 선율이다.

"제 고향 함경남도 함흥의 봄은 멀리서 불어오는 바다 바람에 날리는 벚꽃이 유난한 곳이었습니다. 이성계가 군사 조련을 했던 산 자락 치마대를 뒤덮은 벚꽃이 정말 장관이었지요 어린 시절, 봄이면 북쪽에 자리잡은 반룡산에 자주 올라 꽃 천지를 내려다보곤 했어요."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기다려도 기다려도 임 오지 않고/ 빨래소리 물레소리에 눈물 흘리네"

장일남씨가 서러운 선율로 하염없이 기다리는 임은 바로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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