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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악단이 들려준 ‘봉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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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2005-05-07 41판 03면 938자 특집

일본 NHK교향악단은 어린이날인 5일 도쿄 NHK홀에서 열린 어린이날 특별연주회 ‘오케스트라는 멋진 것’의 협연자로 한국 피아니스트 손열음(19)양을 초청했다.음악회를 진행한 여성 사회자는 “한국어로 인사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어린이와 함께 연주회장을 찾은 2000여명의 가족 관객들도 사회자를 따라 “안녕하세요”라고 외쳤다.
손열음이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를 마치자 지휘자 도야마 유조는 그를 세 차례나 무대로 불러냈다.
덕분에 관객의 박수는 10여분간 계속됐다.
NHK교향악단과 손열음의 협연은 원래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2005년 ‘한·일 우정의 해’ 기념행사로 지난해 일찌감치 기획한 연주회는 지난 3월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조례 지정과 교과서 파동으로 한·일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내년으로 미뤄졌다.
이날 NHK교향악단과 손열음의 협연은 일본측이 ‘어린이날’ 공연에 손열음을 초청하면서 성사됐다.
NHK교향악단은 연주회를 마치고 관객이 앙코르를 요청하자 뜻밖의 선율을 들려줬다.

앙코르곡은 홍난파의 가곡 ‘봉선화’.
암울했던 일제시대, 한민족의 서글픈 운명을 빗대 불렀던 이 노래를 연주곡으로 고른 것은 NHK교향악단 단원들이라고 다바타 가쓰히로 NHK교향악단 이사장은 전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미래 세대에 ‘한·일 우정’의 참뜻을 일러주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다.

손녀(11)와 함께 공연을 본 전직 뉴스 진행자 소가 겐(69)씨는 “이렇게 아름다운 멜로디에 그런 슬픈 사연이 깃들어 있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일제하에서 유년기를 보낸 지식인도 모르는 역사의 한 장면.
한·일 두 나라의 갈 길은 이처럼 아픈 과거를 드러내고 쓰다듬어 치유하며 나아가는 데 있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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