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자료실 > 가곡이야기
가곡이야기

'꿈을 찾는 사람들'의 독특한 음악 마당

운영자 0 3415
29일 이원문화센터 작곡마당 행사...전공불문하고 열린 음악회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면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의사, 환경운동가, 시청 공무원으로 일하는 친구들은 밴드일을 하는 성우가 '부럽다'고 이야기한다. 어릴 적 꿈을 이룬 사람은 성우 뿐이라면서.

▲ <와이키키 브라더스>

재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청 공무원 친구는 비리에 걸려 자살하고, 다른 친구들은 크게 다툰다. 영화는 나이트클럽 종업원 생활을 집어치우고 밴드일을 시작한 류승범의 행복한 모습을 통해 '꿈의 소중함과 일상'을 이야기한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함께 묘하게 오버랩 되는 인물이 작곡가 신동일이다. 영화 <꽃을 든 남자>의 작곡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는 이후 눈에 띄는 분야에는 문을 닫아버렸다. 대신 국악과 서양음악을 아우르는 어린이 음악에 뛰어들었다.

'꿈'을 좇아 자신만의 세계로 떠나버린듯 보인 그는 다른 사람의 '꿈'과 접속했다. 어린 시절 작곡에 관심 가졌던 이들과 자신이 만든 곡으로 무대를 꾸미고 싶은 음악도들의 연주무대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신동일의 작곡마당'이라는 공연무대가 그것이다.

2001년 10월 5일 시작된 '작곡마당'은 당시 집안의 반대로 기계공학과를 선택한 뒤에도 작곡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김현석, 노동운동 현장에서 일하다가 뒤늦게 중앙대 국악작곡과에 편입한 30대 중반의 주부 대학생 김정희, 대학원 작곡과를 졸업한 뒤 결혼 후 작곡을 포기하면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다가 새롭게 작곡을 시작한 이지연이 무대를 꾸몄다.

그리고 4년여째를 맞는 오는 29일 저녁 7시 30분 이원문화센터에서 제10회 행사를 마련한다. 김민희, 오민선, 심정선 등 작곡을 전공한 출연자와 함께 회사(은행)원 김재덕, 인문학부생(철학 전공) 김형수, 법대 졸업생 박종선 등이 참가했다.


▲ 전공불문 탈장르 음악회를 표방하는 '작곡마당'. 오는 29일 10회 행사를 실시한다.

ⓒ2005 작곡마당
이중 박종선씨의 사연을 한 번 들어보자. 그는 고등학교 때 레이프 가렛과 아바에 심취했다. 그러다 20여년 전인 대학교 1학년 때 클래식에 푹 빠져 공테이프 백 여 개를 녹음해서 들었다. 선배로부터 '악취미'라는 말을 들었던 그는 작곡에도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가 그린 악보는 모두 바하와 스트라빈스키 등 거장의 것들이었다. 그러곤 박스에 음반을 모두 담아 방치해버렸다. 그렇게 문득 정신을 차린 지금, 그는 "브람스나 베토벤이 아닌 나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철학을 전공한 김형수씨가 작곡을 한 동기는 '무당의 신내림'을 연상케 한다. 입시 때문에 피아노와 작곡을 포기한 그는 "끊임없이 머리를 울려대는 음악 소리 때문에 괴로웠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음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여전히 서투르지만 이제 온전하게 제 삶을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는 그의 말에서 '음악의 운명성'이 느껴진다.

출연자 중 김재덕과 심정선은 각각 7, 8회, 6, 8회 무대에 선 경험이 있다. 나머지 네 명이 신인이라는 얘기니, 작곡무대의 새얼굴 빈도가 꽤 높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신동일씨는 '엽편 이제(김춘수 시)', '그대가 있으면(임승천 사)', '아, 어머니 강이여(박성준 사)' 등 모두 세 곡을 무대에 올린다. 그중 '엽편 이제'는 한 시 동인지의 제안으로 만들어졌고, '그대가 있으면'은 인터넷 가곡 동호회 '내 마음의 노래'를 통해 알게된 임승천 시인의 가사에 붙인 곡이다. '아, 어머니 강이여'는 '7·27 한강 하구에 배 띄우기' 행사를 위해 '연두빛 평화의 물결' 박성준 대표와 함께 만들었다.

한편 기획자 신씨는 피아노 독주 앨범 '푸른 자전거' 발표, 영화 <꽃을 든 남자>의 음악 작곡,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의 독주앨범 '그리운 당신', 전경옥의 '혼자사랑', 김용우의 민요앨범 '괴나리'와 '모개비' 편곡, 미국 동부 순회연주회 'Impact and Protect' 기획 등의 활동을 펼쳤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출강중이다.

"10회 행사 뭐 별게 있나요?"

[미니인터뷰] '작곡마당' 운영자 신동일씨
re_2443.jpg

신동일씨는 싱거운 웃음으로 유명하다. 그의 말은 웃음 이상으로 싱겁다. 인기나 관심에 그다지 연연해 하지 않고 항상 자신을 드러내길 쑥스러워 한다. 음악계에서 5년째 행사를 잇는다는게 쉽지 않지만 그는 너무나 담담히 소감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너무나 싱거운 대화가 돼버렸다.

- 5주년과 10회 행사를 축하한다. 화려하게 주목받지 못하는 공연을 이렇게 오랫동안 끌고 오는게 힘든 일인데, 감회가 남다르겠다.
"10회는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5주년이라는게 생각이 났다. 그러데 워낙 조용조용 열린 행사라서 다들 특별한 감흥이 들지는 않는 모양이다. 나도 그렇고(웃음)"

- 모든 행사가 사람 섭외가 힘든데 이번에도 여섯 명이 참가했다.
"솔직히 섭외는 힘들지 않았다. 신청자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이번 달 행사는 5월에 이미 접수가 마무리됐다. 가을에 열리는 11회 행사도 이미 출연자가 결정됐다."

- 여섯 명 중 네 명은 신인이다. 일부러 이전 출연자와 신인을 안배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선착순이기 때문에. 그런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 그러나 너무 자주 무대에 서는 사람은 '자제해라'고 넌지시 말한다."

- 작곡마당에 출연했거나 출연 예정인 '작곡가명단'은 몇 명쯤 되나.
"글쎄, 세보진 않았는데…. 30-40명쯤 될 것이다."

- 행사 뒤 특별한 계획은 없나.
"특별히 계획하는 것은 없다."

- 앞으로의 계획은.
"이번에 연주팀인 '피아노마을'을 만들었다. 하모니카 부르는 사람, 즉흥 연주하는 사람, 직접 노래하는 사람 등 다양한 친구들이 모였다. 작곡마당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가 강하다. 개인적으로는 민족음악인협회와 함께 작곡가 특강을 매달 하고 있다. 이용주 고영신 김준성 마도원 등 기존음악계(클래식)와 다른 길을 걷는 이들과 함께 새로운 작곡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동일씨는 클래식 음악계의 엘리트주의, 클래식과 비클래식을 가르는 잣대에 대해 비판적이다. 탈장르 전공불문 등을 통해 모든 음악이 '음악'으로만 평가받고 불리기를 바란다.) / 김대홍



02-584-9039-40, 무료공연.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