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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아, 피끓는 독립군 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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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005-08-15 01판 14면 1652자
“우리는 한국독립군/ 조국을 찾는 용사로다./ 나가! 나가! 압록강 건너/ 백두산 넘어가자./ 우리는 한국광복군/ 악마의 원수 쳐물리자./ 나가! 나가! 압록강 건너/ 백두산 넘어가자.…”
1940년대 광복군의 대표적인 노래로 2004학년도부터 초등학교 4학년 음악교과서에 실린 ‘압록강 행진곡’(작사 박영만)의 작곡가 먼구름 한형석(1910~1996, 중국이름 한유한)의 음악세계를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첫 연주회가 열린다.

부산의 순수민간 음악단체인 한울림합창단(단장 차재근)이 16일 저녁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중강당에서 광복 60주년 기념음악회로 마련하는 ‘대륙에 묻힌 이름-항일독립운동 음악가 한형석’은 부산이 낳은 항일음악가의 창작 14곡을 국내 초연하는 무대다.

이번 연주회에서 이상렬의 지휘와 고영신 편곡, 박현정(소프라노) 박대용(베이스)의 협연으로 ‘여명의 노래’, ‘봄날의 햇빛’, ‘우리나라 어머니’ 등 서정성 짙은 가곡과 ‘압록강 행진곡’을 비롯해 ‘광복군가’, ‘광복제2지대가’, ‘조국행진곡’ 등 항일 독립군가, 한형석 기획의 다큐멘터리 영화 〈낙동강〉 주제가(윤이상 곡, 이은상 시)를 들려준다. 공연에 앞서 공연장 로비에서 음악회 관련 유물자료와 이날 발간할 〈한형석 작곡 제1집 먼구름〉(예솔 펴냄) 등을 전시하고, 기념엽서를 나눠준다.

1910년 부산 동래군 교동에서 태어난 한형석은 5살 때 부산 최초의 양의사로 중국에서 항일운동을 하던 아버지 동해 한흥교(1885~1967, 중국이름 한진산)를 찾기 위해 어머니를 따라 1915년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에서 소학교와 중학교, 상하이에서 신화예술대학(작곡)을 나왔다. 그 뒤로 광복군으로 활동하다 광복 후인 48년 고향 부산으로 돌아와 국립극장 초대 극장장, 부산대 교수로 지내다 96년 86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처음 중국 국민군 소속으로 중국 전시간부훈련단인 간사단 음악교관 중교(중령)로 활동하며 37년 중국 최초의 가극인 〈리나〉를 비롯해 ‘신혁명군가’ ‘출정행진곡’ ‘전사의 노래’ 등 중국어 군가를 작곡했다. 39년부터는 한국청년전지공작대의 예술조장을 맡아 철기 이범석 휘하의 광복군으로 활약하며 40년 가극 〈아리랑〉 초연을 비롯해 43년 ‘압록강행진곡’ ‘국기가’ 등이 수록된 최초의 독립군가집 〈광복군가집〉 1·2집 발간 등 100여곡의 군가와 가곡을 남겼다. 가극 〈아리랑〉은 현제명의 오페라 〈춘향전〉보다 10년이 앞선 한국 최초의 오페라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승기가’는 광복군의 국기 게양식 때 의식음악으로 사용되었다.

차재근(48) 단장은 “이번 연주회는 독립운동가일 뿐만 아니라 항일음악가로서 많은 활약을 펼친 한형석 선생의 음악적인 업적이 60년 만에 처음으로 햇볕을 보는 중요한 계기”라며 “선생의 삶을 조명할 후속적인 조치가 반드시 따라야 하며, 우리 근대음악사의 질곡된 역사적인 부분을 새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작품은 최근 여성 록가수 서문탁, 안치환과 자유, 크라잉넛, 노브레인, 조관우 등이 독립군가들을 리메이크해 국가보훈처가 발매한 앨범 〈다시 부르는 노래〉에서 들을 수 있으며, 국가보훈처 사이트 ‘다시 부르는 노래’(www.mpva.go.kr/popup/resong_event.html)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051)645-1978.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rel="nofollow">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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