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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조수미 국제무대 데뷔 2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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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30주년 땐 '한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고 사랑스러워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한 것을 축하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44)가 어느덧 국제 무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그가 국제 무대에서 선 것은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열린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질다' 역을 맡으면서부터.

이후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주빈 메타로부터 "신이 내린 목소리", '한 세기에 한 두 명 나올까 말까 한 목소리"라는 극찬을 들으면서 세계적인성악가로 성장했다.
30일 호암아트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조수미는 "세계 무대에 발을 들여놓은 지 20년이나 지났지만 한국인으로서 자긍심과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공항을 드나들 때 불편하긴 하지만 아직도 한국 국적을 자랑스럽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20여 년 전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난 직접적인 이유도 다니던 서울대 음대에서 꼴찌인 54등을 했기 때문"이라는 진솔한 이야기도 털어놨다.

그는 1983년 3월28일 새벽 3시 아무도 없는 로마 레오나르도다빈치공항에 혼자 내렸을 때 이야기도 들려줬다. 20년 넘게 일기를 쓰고있는 조수미는 당시 일기장에 '1.어떤 고난이 닥쳐도 꿋꿋이 이겨내며 약해지거나 울지 않을 것 2.절대 약하거나 외로운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늘 도도하고 자신만만할 것 3.어학과 노래에 온통 치중할 것 4.항상 깨끗하고 자신에게 만족한 몸가짐과 환경을 지닐 것 5.말과 사람들을 조심할 것. (그리고) 말과 행동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적었다.
조수미는 다음달 5일 수원을 시작으로 전국 10개 도시를 돌며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빈센초 스칼레라와 함께 클래식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20주년에 발맞춰 '나는 대리석 궁전에 사는 꿈을 꾸었네(마블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가운데 '밤의여왕의 아리아' 등 그의 베스트 20곡을 엄선한 '위드 러브(With Love)'도 워너뮤직 레이블로 발매됐다.

다음은 조수미와 일문일답.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는다면.

▲너무 많아서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카라얀과의 만남도 그렇고, 세계적인 아티스트 플라시도 도밍고와 한 무대에 선 것도 그렇다. 몇 년 전 북한 가수들과같은 무대에서 함께 눈물을 흘리며 노래 부른 것도 생각나고, 월드컵 때 '챔피언스'라는 노래를 부르며 응원하던 것도 감동적이었다. 가장 감사 드리고 싶은 분은 앙드레 김 선생님이시다.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 지난 3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많이 힘들었을 텐데.

▲당시 나는 프랑스에서 공연하고 있었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려 했지만 어머니의 '팬들을 실망시키지 말라'는 당부에 무대에 섰다. 그날 1천500여 명의 파리시민이 몰려왔는데, 아무도 내가 부친상을 당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네 번째 앙코르곡으로 오페라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부른 뒤 이 사실을 관객들에게 이야기하자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아버지의 임종조차 보지 못한 것이 딸로서는 불효를 저지른 것이지만 아버지도 기분 좋게 하늘나라에서 내려다보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이미 앞으로 큰 성악가로 성장할 것으로 확신하신 '특별한' 분이시다. 이날 공연이 9월말 DVD로 출시되는데, 제목을 'To My Father'로 정했다.


-- 오늘 음악교사들을 초청해 아카데미 콘서트를 여는데.

▲사회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면 그것들을 그대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내 신념이다. 이번 행사도 그런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다. 음악은 청소년에게 정서적 안정을 준다. 청소년들을 위해 애쓰는 분들께 내 음악을 들려주고, 그분들과청소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경제 뿐 아니라) 음악과 같은 예술 분야에서도 국민의 수준이 함께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가장 해보고 싶은 배역과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는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남들이 힘들어 하는 배역이다. 그래서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에 더 애착이 가는지 모르겠다. 요즘 개인적으로 잘 흥얼거리는 노래는 드라마 '명성황후'의 '나 가거든'이다.

공연문의 ☎02-751-9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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