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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에 세운 ‘동무생각’ 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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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9-06-19 12면 총07면 726자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대구 출신의 작곡가 박태준(1901∼1986) 선생이 작곡한 <동무생각> 노래비(사진)가 17일 대구 중구 동산동 계명대 동산의료원 의료선교박물관 언덕에 세워졌다. 노래비가 세워진 곳은 노랫말에 나오는 ‘청라언덕’ 바로 그 자리로 알려졌다.

이 노래는 대구 계성학교에 다니던 박태준 선생이 등굣길에 만난 여학생을 짝사랑했던 사연을 담고 있으며, 노산 이은상 선생이 노랫말을 지었다. 가사에 나오는 청라언덕은 지금도 푸른 담쟁이넝쿨이 휘감고 있는 동산의료원 선교사 사택 일대의 언덕을 가리키며, 백합은 박태준이 짝사랑했던 여학생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2년 당시 노래 제목은 친구를 생각한다는 뜻의 <사우>였지만 뒤에 우리말인 <동무생각>으로 바뀌었다. 이 노래는 음악 교과서에 실릴 만큼 아직도 즐겨 불리는 가곡이다.

 노래비 제막에 앞장선 대구 중구문화원 김덕영 원장은 “박태준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상화, 이인성, 현진건, 현제명 등 지역 출신 예술인들의 발자취를 계속 찾아내 문화유산으로 남기는 운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작곡가 박태준 선생은 대구에서 태어나 계성학교를 거쳐 평양 숭실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숭실전문학교 교수와 연세대 음대 학장, 한국음악협회장, 예술원 종신회원 등을 지냈다. <동무생각> 외에도 <오빠생각>, <가을밤>, <골목길> 등 동요와 가곡 150여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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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동무생각 '의 청라언덕은 박태준의 짝사랑 서린 곳 (대구매일/2009.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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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은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
대구동산병원내 선교사 사택 일대의 언덕

한국인들의 애창 가곡인 ‘동무생각’의 무대가 대구 동산병원 내 ‘동산’인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동산에 노래비를 세우는 등 이 일대를 문화유산화하려는 운동에 나서고 있다.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1901~1986년)이 작곡한 '동무생각'에 등장하는 ‘청라언덕’은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를 쓰고 있는데, 이 ‘청라’가 지금도 푸른 담쟁이로 뒤덮은 동산병원내 선교사 사택 일대의 언덕을 지칭한다는 것.

동국대 이혁우(56·대구가톨릭음악인협회장) 음대 교수는 “지난해 6월부터 대구 중구문화원(원장 김덕영)과 함께 여러 차례 현장답사와 출장 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고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무생각’이 청년 박태준의 로맨스를 담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1911~1916년 계성학교에 다녔던 박태준은 늘 자신의 집(현 섬유회관 인근) 앞을 지나던 한 여고생을 잊지 못했는데, 이 짝사랑이 작곡의 동기가 됐다는 것이다. 동산은 그가 현 제일교회 옆 3·1운동 계단을 지나 등교하던 길이었다. “그 여학생이 한 송이 흰 백합처럼 절세 미인이었지만 박태준 선생은 내성적인 탓에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했고, 그녀는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버렸다고 합니다.” 이후 그가 마산 창신학교 교사 시절(1921~23년) 교분을 쌓게 된 노산 이은상이 사연을 듣고 ‘노랫말을 써 줄 테니 곡을 붙여보라’고 권유, 탄생한 것이 ‘동무생각’이다.



이 여고생이 당시 신명여자학교(현 신명고) 학생이냐, 대구공립여자보통학교(현 경북여고) 학생이냐 하는 논란도 한동안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공교롭게도 경북여고 교화가 백합이었던 것. 그러나 경북여고 개교(1926년)가 ‘동무생각’ 작곡 시기(1922년)보다 늦기 때문에 신명여자학교가 맞다는 것. 또 당시 박태준 선생의 집과 신명여자학교의 등굣길은 일치한다는 점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교수는 “선생은 만년에도 주변 사람들이 이 여고생에 대해 물으면 빙긋이 웃기만 했다”며 “짝사랑이니 연인이니 하는 통속적 말 대신 동무생각이라고 이름 지은 게 오히려 멋있다”고 말했다.

또 ‘동무생각’ 3절에 나오는 가사 ‘서리바람 부는 낙엽동산 속 꽃 진 연당에서…’의 연못은 동산에 물을 대주던 ‘선황당 못’이라는 것도 이번에 밝혀졌다.

이 연못은 1923년 서문시장 확장과 함께 메워졌다.

이 교수는 17일 청라언덕 표지석과 동무생각 노래비를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동산 일대를 문화 유산화 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이상화, 이인성, 현진건, 현제명 등 대구 출신 예술인들의 발자취를 간직한 동산을 프랑스의 몽마르트 언덕처럼 예술과 문학이 흐르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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