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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노래하는 가곡 많이 나와야(내외뉴스 기사)

똘또리 1 3726
내외타임즈 이상연 기자( 성악가 바리톤)

한국가곡歌曲이 서정성에만 너무 편중되어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꽃, 자연위주의 가사를 탈피해 다양한 소재의 노랫말이 나와  애호가들의 음악적 다양성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야 줘야 한다.
대중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일들과 느낌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노래하는 형식으로 가곡분야가 넓혀져야 한다. 대중음악의 가사들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지금의 가곡은 너무 서정성에만 갇혀있다.
명절 때 격식을 차리는 전통한복이 있다면 평상시 입는 생활한복처럼 가곡도 연주회용 곡이 있다면 평상시 여러 상황에서 부를 곡도 필요하다. 생일 축하용 가곡, 직장생활의 노고를 푸념하는 가곡, 군대 간 아들을 그리워하는 가곡,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한 가곡, 정년퇴임한 한 노인이 인생을 회고 하는 가곡, 월요일 아침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아가씨의 사연이 담긴 가곡, 직장을 잃고 힘들어 하는 아버지를 위해 가족들이 위로하며 격려하는 가곡, 다양한 인간군상의 다양한 사고와 다양한 상황이 스며든 노랫말로 부담 없는 부를 수 있는 가곡으로 승화된다면 대중이 얼마나 많이 함께 공유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요즘 신작가곡은 가사도 너무 자연찬미가 문제지만 음악도 너무 고전주의나 실험적인 현대음악을 써 가슴에 와 닿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부르기 쉽고 듣기도 좋은 아름다운 노래가 많이 작곡 연주됐으면 좋겠다.
조선양반들이 지조 높은 선비들의 고귀한 정신세계를 眞景山水畵로 표현했다면 민화民話나 풍속화風俗畵는 서민들의 일상을 익살과 해학으로 표현했다. 民話와 같이 서민들의 일상을 노래하는 가곡이 너무 없다.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란 영명문 詩의‘명태’같은 서민적이며 익살스런 가곡 노랫말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최근 신작가곡 중에는 강성철 詩의‘아내의 생일’김순진 詩의 ‘국수나 한 그릇 하러가세’ 란 곡을 보며 ‘이런 게 민화와 같은 가곡이구나’라며 필자는 생각했다. 또한 임긍수 詩, 곡의 '나의사랑 독도야'는 시국에 맞는 국가영토 찬미노래요.  김충환 詩의 '당신은 선택받은 귀한 몸'은 생활밀착형 축복송일 것이다. 시대가요와 가곡의 경계를 넘나들던 한국 초기 서양음악으로 돌아가서 고찰해야한다. 홍난파의‘봉숭화’는 일제 합방된 우리 민족의 고통과 한을 우회적으로 노래한 가곡이며 가요였다.
 
현 시대에도 민중과 같이 기뻐하고 같이 울어줄 노래가 나와야 한다. 현 시대의 발전된 음악적 색채를 덧입힌 21세기 형태의‘봉숭아’가 많이 창작 연주되어야 한다. 중년의 가곡 매니아들이 과거의 청소년의 추억을 회상하는 마음으로 가곡을 좋아했다면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들은 무엇 때문에 가곡을 좋아하게 될까. 그들에 눈높이와 문화에 걸 맞는 소재의 가곡도 필요하다. 무분별한 가요로 점점 정신이 황폐화 가는 청소년의 마음가꾸기를 위해서도 말이다.
이태리 칸초네는 당시의 국민의 정서가 담긴 대중가요다. 이와 같이 지금도 한국적 칸초네를 스파게티 냄새나는 음악이 아니라 된장 고추장 냄새나는 한국식으로 창작해 연주해야 한다. 흘러간 남의 나라 대중가요를 성악가들이 자랑스레 따라 부르는 건 참 문제가 있다.
문화 사대주의적 경향이고 우리 문화 경시 태도다. 특히 우리민족의 경사스러운 명절인 광복절 기념음악회에서 성악가들은 외국 노래만으로 순서를 도배하는 경향은 생각해 볼 문제다. 이런 현상은 연주가들의 책임만으로는 돌릴 수 없다. 그렇다고 민요나 국악식으로만 작곡해 불러야 한다는 애기는 절대 아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과 한국적 음악색채가 조화를 잘 이뤄 세계인들도 공감할 명작 가곡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창작계의 움직임이 있다면 가곡이 국민들의 사랑을 크게 받게 될 것이다.

대중가요가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의 삶과 체취, 숨결, 시대적 공감대가 묻어난 얘기라서 그렇다. 요즘 장기하의 ‘싸구려커피’에 열광하는 청중들의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가곡은 ‘자연으로 돌아가세’라는 식의 서정성과 ‘나 홀로 심미주의’에 빠져 대중과 점점 멀어지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봐야겠다. 창작계는 ‘가요의 어머니는 가곡’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1 Comments
별강지기 2009.06.23 23:23  
'21세기 형태의 봉숭아'라는 말씀이 유난히 눈길을 끕니다.

작시자, 작곡가들도 새로운 작품을 통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함께 힘을 모아 뚫어야 할 과제가 아닐른지요.

몇번이고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