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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김동진 곡 내마음 (김동명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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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젊은이로서 김동진씨의 가곡 "내마음'을 한번 정도 불러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가곡을 완전히 부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박자가 복잡한데에다 보통 사람은 발성이 불가능한 높은 음정이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 가곡을 애창하는 사람들은 항상 미완성의 아쉬움 속에서 이 가곡을 더욱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뛰어난 테너가 부르는 이 가곡은 애상(哀傷)속에서도 인생의 어려운 단면을 휘어잡고 나가는 격정의 용솟음에 차 있다. 감성의 폭이 크고 정열의 밀도가 퍽 높은 노래이다. 이 노래는 8.15 해방직후 부터 불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제치하 그것도 만주의 하늘아래에서 작곡된 것이다. 이 노래가 다이나믹하고 스케일이 큰것은 시대와 풍토의 영향일 수도 있다.

작곡가인 김씨는 1953년부터 만주 신경에서 한 교향악단의 바이얼리니스트로 일했다. 일본의 한국침략으로 조국을 쫓겨나온 독립투사들이 그의 주변엔 항상 있었다.
조용한 연주생활 속에서도 그의 내심에서는 항상 울분과 저항의 피가 맥박치고 있었고 그의 이런 터질듯한 심정을 그는 음악으로 을 달래었다.

해방1년전인 1944년의 어느 날이었다. 그는 신경의 아시히도오리에 있는 토호극장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이때 불현듯 그의 머리에 흐르는 한가닥의 선율이 있었고 그 선율이 뚜렷한 윤곽을 나타내자 그것은 곧 어떤 시의 한 구절과 융화되었다.
"내 마음은 호수요..." "내 마음은 호수요..." 하고 입속으로 중얼거리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그는 황급히 호주머니를 뒤졌으나 공교롭게도 수첩도 연필도 없었다,.
그는 선율을 잊어버릴세라 '내 마음은 호수요....'하고 콧노래를 되풀이하면서 연습장까지 오게되고 도착하자마자 오선지에 옮겼다. 시인이 기리는 머릿속의 많은 낱말들이 어느순간 갑작스레 유기체를 배출하여 시구절을 생산하는 과정과 비슷하였다.

김씨는 고향 안주(安州)의 유신국민학교를 다녔는데 학교 은사였던 故 김동명씨의 시 '내 마음'을 좋아하여 늘 암송하고 있었다. 이 시는 오랜세월 속에서 그의 피속에 묻혀 드디어는 그의 '소리의 낱말'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었다.
김씨는 미완성인 '내마음'을 일본인 친구에게 보이고 그의 칭찬에 용기를 얻어 그날 밤 귀뚜라미우는 창가에서 한잠도 이루지 못하고 이곡을 완성시켰다고 한다.

이곡이 오선지위에 채 옮겨지기도 전에 김씨에게 나타난 사람이 후생악단의 김천애(작고)여사와 이인범(작고)씨였는데 이인범의 요청에 의해 '내 마음'이 이씨에게 주어져 서울서 불리기 시작한 것은 8.15 해방 직후였다.
그런데 한국적이 아니고 서구적인 이 가곡은 부르기가 힘들어 처음엔 그리 많이 애창되지 못하였다.
김씨는 '내마음'을 포함한 '수선화','파초'등 3곡을 유달리 아끼는데 그 이유는 3곡이 모두 국민학교 은사였던 김동명씨의 시라는 점과 또 일본인들의 치하에서 목마르게 해방을 기다리고 있을 때 작곡했기 때문에 민족의 비운이 그 노래들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월간조선 1995. 6


- 내마음과 수선화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 -

김동진의 회고에서...

"수선화는 낭만적인 성격의 나를 매료시킨 나머지 거의 즉흥적으로 건반위에서 작곡되었으나 내마음은 오랜 산고 끝에 만들어진 곡이다

작시자 김동명 선생은 소학교시절 은사이었다. 자유로우면서도 리듬이 있고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멋이 있는 시에 나는 꼭 곡을 붙이고 싶었다. 당시 만주의 신경이라는 데는 유명한 南湖라는 호수가 있었는데 날마다 그 호숫가를 산책하며 이곡의 멜로디를 얻으려고 애썼지만 좀처럼 악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출근길에 '내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저어오오'의 선율이 떠올랐고 나는 잊어버릴새라 입속으로 중얼대며 연습장으로 달려왔다.

오선지에 옮기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이곡이 완성될 무렵 이인범, 김생려씨등이 신경에서 순회음악회를 하고 있다가 이인범씨가 내집에 놀러왔다가 아직 정리도 안된 '내마음' 초고를 갖고 돌아가는 바람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국에 퍼져나갔다."

김동진 자전에세이 '가고파'에서


<감상하기> 김동명 시/김동진 곡/소프라노 김영자
3 Comments
하성철 2006.09.09 08:24  
  소학교라는 말 일제의 잔재언어가 아닌가요. 초등학교로 변경함이 좋을듯 합니다.
하성철 2006.09.09 08:26  
  국민학교 역시 일제의 잔재언어라 초등학교로 변경함이 좋을듯 합니다.
철마 2016.06.14 21:36  
성악반에서 이번달 발표곡이 '내마음'입니다. 선생님이 워낙 어려운 곡이니 다른 곡을 부르라고 하셨지만
멜로디와 가사에 필이 꼿혀서 2달간의 연습 후에 이곡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