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자료실 > 가곡이야기
가곡이야기

또 한송이 나의 모란[김용호 시/김진균 곡]

운영자 0 4335
Loading the player...
작곡가 김진균씨가 김용호씨의 「또 한 송이 나의 모란」을 작곡한 것은 그의 나이 44세였던 1969년이다.
그는 꽤 오래토록 이 시를 움켜쥐고 있었으나 좀처럼 음악으로 빚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40대 후반을 눈앞에 두자 그는 불현듯 귓전을 치는 소리의 물결을 들었다.
『젊음이 가는구나!』하는 절박감과 함께 그는 지난날을 되돌아 보았다.
『이 가곡은 나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지난날의 추억을 노래한 것인지도 모르죠.』하고 그는 설명한다.

작곡가는 그의 연령에선지 또는 고독한 정신적인 방황 때문인지 격정적인 표현을 하면서도 화려한 선율을 피하려고 애쓰며 이 가곡을 완성했다.
이 가곡은 진한 예술의 향취를 풍기면서도 대중적인 일면을 지니고 있다.
이 가곡은 무대에서나 방송을 통해서 널리 불리어지고 있지만 정작 작곡가는 『이 곡은 높은 예술성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겸손해 한다.
그러나 이 노래는 작곡자의 질이 높은 서정적 세계의 일면을 나타내고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김진균씨의 작곡의 정신적 터전은 고독이다. 「고독」은 그의 정신생활의 실체이기도 하다.
6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을 그는 화려한 전통의 음악도시인 빈에서 지냈다.
빈에서 깊은 음악적 체험을 거듭할 때 또는 빈의 숲을, 다뉴브 강변을 홀로 산책할 때 이국인으로서 느껴야 했던 뼈저린 고독감의 뿌리를 그는 지금도 뽑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그 고독감이 바로 작곡자의 창작에의 충동으로 변신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 시와 음악이 낳은 아름다운 자식 -

그는 가곡에 대해서는 이런 말을 한다.
『가곡이라면 청중들이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어요. 성악가 자신도 예술적인 깊이 보다는 가벼운 것을 요구하더군요. 저는 그런 논리에 반발합니다. 시가 지니는 향기가 아쉽기 때문입니다. 가곡이란 시와 음악이 낳은 아름다운 자식입니다.』라고.
그는 소설과 희화는 자연과 인생에서 테마를 얻지만 가곡분야는 시 자체가 바로 소재가 된다고 말한다.

김진균씨는 90곡이 넘는 가곡을 작곡했는데 거의 대다수가 예술성 깊은 한국 현대시에 곡을 붙였다.
중학교 때부터 시를 좋아하다 보니 미학에 관심을 갖게 했고 드디어는 26년째 오선지와 싸우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23세가 되던 해 하이네의 번역시 「노래의 날개」에 첫 음률의 옷을 입힌 때부터 시작 제5회 서울음악제에서 발표한 신석초씨의 「금사자」를 작곡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서구적인 스타일에서 출발, 직선적인 행로는 아니지만 한국적인, 그리고 현대적인 서정의 세계를 탐구하는 작품세계로의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그는 한국음악계의 이론면에서의 발전을 위해 독자적인 연구 발표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서정적인 대중-
7년전에 서울 국립극장에서 있었던 그의 4번째 작곡발표회를 두고 작곡가이며 평론가인 유 신씨는 『시의 음악적 想化에 있어 「추천사」·「금잔디」·「산수도」。「강강수월래」등은 예술가곡의 본가 독일에서 꽃핀 로맨티시즘과 한국적 미디엄이 접목된 것으로서 앞으로 우리 가곡의 좌표적인 조건을 다분히 시사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평했다.
김씨는 가곡에 있어서 예술성과 통속성으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곡자는 청중의 욕구와 관심에서 제외되는 개인의 창작 행위는 적어도 사회적으로는 존재 의미를 잃어버릴 우려마져 있어요. 경우에 따라서는 일반대중의 교양과 계몽을 위한 작품도 공급해 줄 의무를 지니는 것이지요.』하고 대중을 위한 가곡의 아쉬움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작곡된 것이 「또 한송이 나의 모란」·「그리움」·「흘러간 계절」·「못 피는 꽃은」등의 계열의 가곡들이다.
그의 가곡에서 우리는 서정주·유치환등의 강렬한 생명 의식의 표현을 하나의 세계로 설정하고 있음과 그리고 신석정·박목월·김소월 등의 시작품에서 잔잔한 한국적인 「정관」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음악적 구성에 있어서나 시 정서와의 밀착성, 그리고 예술적 내용에 있어서 그가 손꼽는 그의 가곡작품으로는 「국화옆에서」·「묘지송」·「나그네」·「강강수월래」·「초혼」등이 있다.
김진균씨는 1925년 대구에서 출생하고 경북대학교 사법대학 영문과를 졸업, 빈대학 음악학과에서 음악사와 비교음악을 전공, 64년에는 현지에서 「한국민요의 비교음악적고찰」이란 논문으로 철학박사학위(빈 대학)를 받았다.
저서로는 「한국민요의 비교음악적 연구」와 「한국민요의 멜로디주조」,「음악사 연구방법」등의 10여편의 논문집이 있고 번역저서로 「한스 모저의 음악미학」이 있다.
현재 대구 계명대학교에서 음악미학과 작곡을 교수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한국민요의 음악적 연구」·「슈벨트무곡」등이 있다.


<감상하기>김용호 시/김진균 곡/바리톤 황병덕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