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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한지영 작곡 '청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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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덕 없다 하지않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 없다 하지않네
사랑도 벗어 두고 미움도 벗어 두고
강 같이 구름 같이 말없이 가라하네
 
- 나옹선사 시 -

변하지 않는 마음의 평화는 깨달음인가?
작곡가 한지영이 이 시를 본것은 여고시절 어느 책에서였다. 이것이 '시'인지도, 누가 썼는지도 모른체 그냥 간결한 글귀가 좋아 노트에 써놓고는 버릇처럼 외워버렸다.
그후 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하면서 부터 이 시에 곡을 붙이려 했으나 시의 의미를 해석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제대로 쓰여지질 않았다. 그후로도 이 글은 작곡가의 책상앞에서 떠나지를 않고 늘 눈앞에 두었는데 어느날 시는 부처님 얼굴 같은 모습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마음의 평화' 그랬다. 그녀에게 이 시가 마음의 평화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여고를 졸업하고도 수십년이 지난 90년대 후반이었다. 그동안 숱한 나날들을 책장속의 단어 외우듯 해왔지만 생의 반을 살면서 비로서 시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이 시는 그의 내면속에 완전히 자리한 것이었다.
마음속의 상념과 수많은 일상의 일들도 이 글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가라앉았다.

1999년 KBS FM에서 신작가곡 위촉이 들어왔다. 그는 주저할 이유도 없이 이 시에 곡을 붙였다.
당시 국내는 IMF의 구제금융속에 모든 경제가 위축되고 국민들의 심리도 극도로 불안한 혼란기였다.
그가 이 시로 인해 마음의 위안을 얻었듯이 모든 이가 힘들었던 그 시기에 그들도 이 시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기를 바랬다 .

너무 간결한 시에 모든것이 함축되어 있듯이 시의 의미를 살리고자 간결함에 초점을 맞추고 멜로디와 반주는 시를 바쳐주기만 했다. 단조의 곡이었지만 곡 전체가 슬픔만 지닌 단조는 아니었다. 거기에는 끈끈한 힘이 있는 외침과 훌훌털고 일어설 수 있는 홀가분해지는 기분과, 세인들의 억울하지만 어쩔수 없이 포기해야만 하는 아쉬움과 애환이 함께 담겨있어 많은 이들이 즐겨부르는 애창곡이 되었다.

나옹 -
나옹혜근선사 :  [1262-1342,고려 말기의 고승,공민왕의 왕사]
20세 때 친구의 죽음을 보고, 출가해 공덕산 묘적암(妙寂庵)의 요연(了然)선사에게서 득도했다. 1348년(충목왕 4) 원나라에 가서 연경(燕京)의 고려사찰인 법원사(法源寺)에서 인도 승려 지공(指空)의 가르침을 받았다. 선사는 견문을 더욱 넓히기 위해 중국 각지를 편력하며, 특히 평산 처림(平山處林)과 천암 원장(千巖元長)에게서 달마(達磨)로부터 내려오는 선(禪)의 요체를 배워 체득했다.


<음악저널 2006년 2월호에서 인용.편집>
2 Comments
이수현 2007.10.24 01:43  
읽을 수록 철학적인 시이지 노랫말이군요.
Pacem 2008.02.24 09:37  
아쉬움을 접고 홀가분해 질 수 있음을 알기까지 버려야할 것도 참 많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