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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문화인물 유적 사들여…홍난파 선생 옛집서 듣는 ‘봉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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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동양화가 이상범(李象範·1897~1972) 선생의 옛집에서 선생의 유품을 둘러볼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작곡가 홍난파(洪蘭坡·1897~1941) 선생의 옛집에서는 ‘봉선화’ 등 추억의 가곡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25일 “역사·문화 인물의 유적을 재건축 등 철거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종로구 누하동 이상범 선생의 옛 화실(畵室)과 종로구 홍파동 홍난파 선생의 고택(古宅)을 매입키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진건(玄鎭健·1900~43) 선생의 종로구 부암동 옛집이 작년 11월 집주인에 의해 헐리고, 박목월(朴木月·1916~78) 선생의 용산구 원효로4가 옛집이 지난달 유족에 의해 철거되는 등 유적 훼손이 잇따르자 이번에 매입이라는 가장 적극적인 보존 대책을 내놓았다.

매입이 결정된 이상범 선생의 화실과 홍난파 선생의 옛집은 서울시가 각각 시(市) 지정 문화재와 문화재청 등록 문화재로 지정·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건축물이다.
배화여중·고 인근 종로구 누하동 181번지에 자리잡은 이상범 선생의 화실은 ‘청전화숙(靑田畵塾)’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상범 선생은 겸재 정선과 오원 장승업의 산수화 맥(脈)을 이어 산과 개울 등을 서정적으로 표현했던 동양화의 대가였다.
선생은 문하생을 가르치기 위해 집 바로 옆에 선생의 호(청전)를 딴 ‘청전화숙’을 만들었고, 배렴·박노수 등 우리나라의 대표 화가들을 배출해냈다.
선생의 화실은 8평 넓이의 시멘트 벽돌 양옥으로 남아 있고, 선생의 유족이 창고로 쓰고 있다.
선생이 1972년 세상을 뜨기 전까지 거주했던 화실 옆 1층 한옥 건물은 집주인이 팔기를 원하지 않아 매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직터널 인근 종로구 홍파동 2-16번지에는 ‘봉선화’ ‘성불사의 밤’ 등 주옥 같은 가곡을 작곡했던 홍난파 선생의 옛집이 인왕산을 배경으로 서 있다.
선생의 집은 삼각형 모양의 지붕이 인상적인 37평 크기의 2층 양옥이며, 앞에는 50여평의 정원이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이곳은 선생이 1935년 미국에서 귀국한 후 1941년 세상을 뜨기 전까지 살았던 집이다.
선생은 열네 살 연하였던 두 번째 부인 이대형 여사와 이곳에서 보금자리를 틀었고, 부인은 선생이 작고하자 집을 팔고 이사를 갔다.

이상범 선생의 화실은 선생의 유족이 지난 11일 서울시에 매도 의사를 통보했고, 홍난파 선생의 옛집은 집주인이 지난 10일 철거 계획을 밝혔지만 시의 설득으로 매입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이상범 선생의 화실은 선생의 생전 모습을 재현하고 유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홍난파 선생의 옛집은 유품 전시 및 문화 공연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10억원을 들여 이들 유적을 매입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시민들에게 개방키로 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상범 선생 화실 외에 한용운(韓龍雲·1879~1944) 선생의 종로구 계동 옛집 등 6곳을 서울시 지정 문화재로, 홍난파 선생 옛집 외에 종로구 누상동 이중섭(李仲燮·1916~56) 선생의 옛집 등 13곳을 등록 문화재로 지정·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증·개축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정 문화재와 달리 등록 문화재는 신청만 하면 증·개축과 철거가 가능한 점을 감안, 문화재 훼손 방지를 위한 관련 제도 개선을 문화재청에 요구할 방침이다.

[조선일보] 2004-03-26  / 김준기자 kjoon@chosun.com" rel="nofollow">kj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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