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홍매화(장근배 시, 장호 곡, 테너 김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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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홍매화(장근배 시, 장호 곡, 테너 김백호)

육백여 년 전 일이라네
조선에 목줄 잡힌 고려가
숨통 막혀 스러질 무렵이었네
 
두 동자승 한 절집에서 자라
스무 살 될똥 말똥 했다네
 
산사의 새벽은 고요했다네
풍경(諷經)이 안개를 껴안을 때
여승은 남자 스님을 마음에 품었다네
 
여승은 절집 뒤 소나무에 목을 맸다네
소나무는 시나브로 홍매화가 되었다네
핏빛의 매화(梅花)는 여승의 넋이라네
 
법고(法鼓) 테두리에 장삼 자락 펄럭일 때
흐드러진 선암사 홍매화에 귀 기울여 보게
목탁 소리 간간이 여승의 흐느낌 들린다네
 
누군가 만들어 낸 얘기가 전설이 된다네
육백 년 후 회자(膾炙) 될 전설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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