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감상실 > 가곡감상실
가곡감상실

꽃으로 그린 그림

앨범타이틀 | 금수현 가곡 걸작집  (1977) ☞ 앨범보기
Loading the player...
김상옥 시/금수현 곡/테너 신영조/영오케스트라

어디선가 게가 한 마리 기어나온다
눈을 부라리고 옆걸음질로 기어나온다
게는 거품 뿜는다  뿜은 거품은 공중에서 꽃이 된다
때아닌 복숭아꽃이 된다
꽃이 된 거품은 공중에서 악보를 그린다
꽃은 높고 낮은 가락으로 크고 작은 음향으로 울려 퍼진다
이때 뜻밖에도 봉같이 생긴 수탉이 찾아와서
꽃으로 울리는 음악을 듣는다
한쪽 다리를 오그리고 향기처럼 퍼붙는 음악을 듣는다
수탉은 놀란 눈이다 꼬리를 치켜세운채 놀란눈이다
입에는 어인일인지 잘익은 복숭아 한가지가 물려있다
복숭아는 연적같이 생긴 복숭아다
어느 도공의 입김이 성애처럼 스린 그런 복숭아다
아직도 게는 옆걸음질로 다가오고 있다
털이난 가위발을 벌리고 연신 거품을 뿜으며
다가오고 있다

서울음악제의 위촉을 받고 하루밤을 꼬박세워 작곡한 변덕스런 서사곡.
김상옥이 이중섭의 은박지 그림을 받고 지은 시에 붙인 곡[1977.10]
주식회사 성음 LP SEL-100101[1979]

3 진지한 감상 의견을 남겨주십시오.
박금애 2002.10.29 21:51  
  지나간 세월을 상기하는 것중에서 음악이 가장 먼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 큰 무대에서도 당차게 부르던 신영조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뮤지칼의 분위기가 나면서도 회화적인 풍자가 특이해서 기억했던 곡입니다.
'신영조 카페'의 회원이 되어서 멋있는(?) 모습의 사진을 맘껏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운영자님! 가끔 이렇게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섬세한 배려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잘 듣겠습니다.
김가람 2004.11.23 22:52  
  20년전인가 정다운가곡에서 녹음을 하고, 오랫동안 들었습니다.
그런데 "게"라는 것은 오늘 알았습니다.
어디 가사를 알수가 없고, 이노래는 잘 나오지도 않았지요(요사이는 다르지만?)
"개" 또는 "새"로 들려서 노래를 연상해보면 비슷한 느낌은 들었지요.
그게 늘 아쉬움이지만 노래는 자주 부르던 노래 입니다.
그러다가 KBS 1FM 정다운가곡에 글을 올리니까, 박금애씨가 "내 마음의 노래" 가곡사이트에 노래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여기에 와보니 이미 2002년 10월29일에 박금애씨가 글을 올렸네요.
이 노래는 제가 좋아하는 가곡 5곡중에 한곡입니다.
특히 신영조씨가 부른 노래중 가장 재미있고 힘찬 노래이기도 하지요.
열무꽃 2017.03.29 11:27  
참으로 귀한 곡을 악보와 함께 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6.25시절 이중섭은 대구 은사님댁에 잠시 머물면서도
감사의 마음을 담배 은박지에 그림으로 전했다고 하더군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