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와 소년
앨범타이틀 | 신작예술가곡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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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균희 시 신귀복 곡, 테너 전병호
황금물결 출렁이던 널따란 벼논은
어느 새 까만 흙바닥 드러내고
텅 빈 들판에 허수아비 혼자서 쓸쓸히 서 있다
벌써부터 늦가을 찬바람은 살랑살랑 옷깃을 파고 드는데
참새 쫓던 소년은 어디 갔을까
흙 팔매질 힘들어하며 줄곧 허수에게 부탁했었지
허수야 허수야 ㅋ
네가 새를 잘 보아야 벼농사가 풍년 들고 풍년이 들어야만
내가 상급학교 갈 수 있단다
그토록 애먹이던 얄궂은 참새들
지금은 언제 일인 양 날아가고
메마른 들판엔 허수아비 외로이 졸면서 서 있다
한숨 섞인 소년의 혼잣말소리 새록새록 가슴에 파고 드는데
참새 쫓던 소년은 어찌 됐을까
들녘 찬바람 이겨내며 종일 기다리고 서 있겠지
후훠이 후훠이 목 아프게 외쳐대며
푸념하던 그 소년을 오늘도 잊지 못해
마냥 가슴앓이 날이 저문다